[과학을 품다] 열대지역 빠르게 온도 상승하는 이유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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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열대지역 빠르게 온도 상승하는 이유 알아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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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아열대 지역 온실가스가 원인

 

현재 기후 조건에서의 해들리 순환 모식도. 양옆의 고리는 열대에서 상승해 아열대에서 하강하는 공기를 나타낸다. 적도로 향하는 화살표는 무역풍을 나타낸다(왼쪽). 아열대 지역의 온도가 높아지면 해들리 순환이 약화되고(점선), 열대지역에서 구름양이 감소하며, 차가운 해수의 용승이 감소한다. 그 결과 열대지역 온도가 상승한다(오른쪽).[사진=IBS]
현재 기후 조건에서의 해들리 순환 모식도. 양옆의 고리는 열대에서 상승해 아열대에서 하강하는 공기를 나타낸다. 적도로 향하는 화살표는 무역풍을 나타낸다(왼쪽). 아열대 지역의 온도가 높아지면 해들리 순환이 약화되고(점선), 열대지역에서 구름양이 감소하며, 차가운 해수의 용승이 감소한다. 그 결과 열대지역 온도가 상승한다(오른쪽).[사진=IBS]

열대(북위 15~남위 15도의 적도 부근) 지역 온도가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아열대(북위 16~32도, 남위 16~32도 사이) 지역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열대지역 온도 상승을 부채질하는 효과 때문으로 파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기후 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14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 가열화(heating)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역들이 주고받는 영향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온난화의 지역 불균형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연구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 등)로 지구 평균 온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관건은 온도 증가에 있어 지역마다 상승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50년 동안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0.55도 상승했다. 반면 동태평양을 제외한 열대지역 온도는 0.71로 더 많이 올랐다.

열대지역이 지구 나머지 부분과 다른 온도 상승을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다. 열대 해수면 온도 상승은 엘니뇨(페루와 에콰도르 해안을 따라 동적도 태평양 지역에서 때때로 발생하는 해수면 온도 증가 현상) 현상 촉진을 비롯해 날씨와 강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후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열대지역은 이른바 ‘해들리(hadley) 순환’이라는 대규모 대기순환을 통해 아열대 지역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해들리 순환’은 적도에서 북위 또는 남위 30도 부근 사이에서 전 지구 규모의 남-북 방향 대기순환을 일컫는다. 열대지역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수렴하고 상승해 남북으로 이동한다. 순간 에너지를 잃고 아열대에 하강하면서 상층부의 차가운 공기를 지표면으로 실어 나른다. 이후 무역풍(아열대 지방의 바람으로 중위도 고압대에서 적도저압대로 부는 바람)이 차가운 아열대 공기를 다시 열대지역으로 수송한다. 이 과정에서 열대 바다 깊은 곳에 있던 차가운 해수를 위로 끌어올리는 용승(표층에서의 해수의 발산)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열대 온도 상승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열대와 아열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온도 상승에 관여하는 정도를 분리해 접근했다. 기후모형으로 열대-아열대 지역에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발생했을 경우를 각각 실험하고 대기와 해양순환 과정을 자세히 분석했다.

기후모형 실험결과 아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의 열대지역 이산화탄소보다 열대 해수면 온도를 40% 더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열대 지역이 온실가스 증가로 온도가 상승하면 ‘적도-아열대’ 간 온도 차가 감소했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해들리 순환’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무역풍과 용승 현상이 줄어들어 열대 해수면 온도가 사대적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무역풍이 열대지역으로 수송하던 수증기량 또한 감소해 열대지역 구름양이 줄어들고 도달하는 일사량이 증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열대지역 온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됐다.

교신저자인 말테 스터커 하와이대 조교수(전 IBS 연구위원)는 “기존 모형들은 전 지구에 같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가정했었다”며 “서로 다른 지역들을 구분해 지구 가열화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앞으로 아열대 지역인 중·남부 아시아, 미국 남부 등의 온실가스 감소가 열대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온실가스 외에 대기 질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해 이 같은 상관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하와이대 페이페이 진 교수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1월 14일 자(논문명:Strong remote control of future equatorial warming by off-equatorial forcing)에 실렸다.

◆말테 스터커 하와이대 교수 미니 인터뷰 “열대와 북극 온도 상승 가파르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온도 상승에 대한 연구 결과인지.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온도가 상승할 때 대기와 해양순환 등 여러 기후 피드백 과정들로 온도 상승이 지역적으로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육지와 해양 사이에도 다르다. 대륙의 온도 상승이 더 크다. 또 남반구보다 북반구 온도 상승이 더 빠르다. 이는 인간 활동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북반구 중에서도 특히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주변 아열대 지역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서태평양을 비롯한 열대지역과 북극도 평균 대비 온도가 크게 상승하는 지역들이다.

말테 스터커 하와이대 교수.[사진=IBS]
말테 스터커 하와이대 교수.[사진=IBS]

-열대지역 온도 상승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인가.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와 그 반대인 라니냐(해수면 온도 하강 현상)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 기온과 강수가 바뀐다. 열대지역 해수면 온도 상승은 적도 대류 활동을 강화시킨다.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로 향하는 엘니뇨-라니냐 원격 상관 패턴을 강화시킬 수 있다. 열대지역뿐 아니라 중위도 지역의 기온과 강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엘니뇨가 발생하면 겨울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고온다습해지기 쉽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기존 기후모형 실험들은 위도에 따라 다른 온실 기체의 분포 차이와 그에 따른 에너지 균형을 고려하는 게 어려웠기에 전 지구적으로 같은 온실가스를 가정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온실가스 증가를 적도와 아열대, 극 지역으로 각각 나눠 실험했다. 대기와 해양순환이 에너지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연구계획이 궁금하다.

“연구팀은 다른 기후 모델을 이용해 이번 연구의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또 온실가스 외에 대기 질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해 이와 같은 상관관계를 더 명확히 밝힐 계획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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