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또 ‘반쪽’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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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또 ‘반쪽’ 되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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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경북 월성 원전 맥스터 7기 증설 발표
전문가 그룹,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정부 '요식행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를 향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정부가 사실상 원전 산업을 진흥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검토 그룹에서는 재검토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집단 이탈까지 있었다. 재검토위가 꾸려진 지 6개월여 만에 반쪽짜리가 될 우려에 처했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열린 제 113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 [사진=원안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열린 제 113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안건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 [사진=원안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10일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표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계에서는 재검토위가 말뿐인 공론화만 외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전문가를 내세워 논의 과정을 거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원안위의 맥스터 증설 결정 이전 재검토위 전문가 검토그룹 가운데 11명의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겉핥기식 검토그룹 운영을 근거로 공론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11월 꾸려진 전문가 검토그룹은 잡음 속에 2개월 만에 지속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는 “운영 내용에 실망한 전문가들이 탈퇴하는 등 10여 명이 회의에 불참해 왔고, 나머지 2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운영과정을 지켜본 뒤 이런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재검토위는 잡음 속에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5월 29일 재검토위를 정식 출범하면서 위원 15명을 중립적 인사로 채운 것에 시민사회계가 반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전문가들의 중도 하차는 전국민·지역 공론화로 나가려던 정부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론화 정당성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재검토위가 박근혜 정부 위원회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10월 15명으로 출범했다가 운영과정 등을 문제 삼은 위원 6명이 사퇴하는 등 파행을 빚었던 당시 위원회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다.

이번에 사퇴 의사를 밝힌 전문가 검토그룹의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발전소를 못 돌리게 되는 시점이 되니 지금에 와서야 건설을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며 “50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역에 서두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건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터는 월성 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이다. 사용후 핵연료봉은 물(중수)로 6년 동안 냉각 저장한 뒤 맥스터로 옮겨 보관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은 건식 96.51%, 습식 81.27%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맥스터 증설이 없으면 월성 2~4호기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월성원전의 무리 없는 가동을 위한 건식 저장시설 증설이 재검토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던 것 같다”며 “지역주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보다는 최대한 문제가 안 생기게 하는 방향으로 재검토위가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역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도 최소한 공사를 멈추고 논의를 했다. 갈등을 중재하고 해법을 찾는 게 공론화인데, 그런 과정없이 건설 승인을 내버렸다”며 “지금으로서는 공론화를 아무리 한들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검토위는 전문가 그룹의 이탈에 대해 곧바로 반박하면서 의견 수렴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재검토위는 지난 10일 해명자료를 내 “33명의 전문가가 치열한 토론을 진행 중이며,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했는데도 이를 부정하고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에 심히 유감”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전문가 검토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성숙한 자세로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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