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이재용 삼성부회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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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이재용 삼성부회장께
  • 우민주 기자
  • 승인 2016.10.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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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태를 계기로 10월 중 삼성전자 등기이사 직을 맡으시기로 한 이재용 부회장께 존경의 뜻을 전합니다.

출시 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전세계 시장에 보급된 250만 대의 갤노트7을 전량 리콜 또는 교환해 주겠다고 밝혔을 때 세계 소비자들은 경탄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2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손실을 감수하고 그같은 결단을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곧 이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업 경영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등기이사로 취임키로 했다고 공표했습니다. 1991년 삼성 그룹에 입사 하여 25년 동안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해 오셨으므로 이제 등기이사만이 아니라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으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물든 정치권이나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 대다수 기업의 오너들이 등기이사 직을 떠나 홀가분하게 경영책임을 면멸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때이기에 이 부회장님의 결단이 크게 돋보이는 것입니다.

그만큼 젊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져 나온 줄 압니다. 되돌아 보면 이 회장님의 할아버지 이병철(李秉喆) 회장님이나, 현대의 정주영(鄭周永) 회장님, 그리고 LG(옛 럭키)의 구인회(具仁會) 회장님 등 우리 현대 산업사에 빛나는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의욕과 용기․책임감이 뛰어난 분들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재계와 산업계를 보면 희망의 불빛이 꺼져 가고 있음을 발견케 됩니다. 본인은 반세기 동안 재계 출입기자로 60년대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이미 언급한 창업자들이 불타는 욕망과 기업가정신으로 기업을 일으키는 과정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왕성한 의욕으로 구축한 기업의 성(城)에 잡초가 우거지고 석양 아래 우울한 피리소리를 들으며 실망하곤 합니다.

우리 경제의 대전환기라고 하는 1997년 IMF 사태로부터 내년이면 꼭 20년이 됩니다. 호황을 누리던 세계 경기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면치 못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경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만은 꾸준히 힘차게 성장해 왔습니다. 2002년 4월 당시 삼성전자의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났을 때 “오늘 계산해 보니 삼성전자는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30배씩 성장해 오셨군요”하고 말했더니 잠시 후 윤 부회장이 “말씀듣고 보니 그렇군요”했습니다.

본인은 삼성전자가 제품을 내기 시작한 1972년부터 귀사를 출입하며 강진구 사장, 남궁석 이사(후일 정보통신부 장관) 등과 친했으므로 이같은 성장을 시종 지켜 본 셈입니다.

2014년 경영 실적을 보니, 삼성전자는 매출 137조8,250억 원, 순익 14조5,91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해 LG전자(옛 금성사)는 29조5,563억 원 매출에 25억5,000만 원의 순익을 냈습니다.

아마 이 부회장님께서 이같은 수치가 실감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풀이해 드리면 LG전자의 순익으로 같은해 삼성 휴대폰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의 연봉 150억 원을 계산해 보면 6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국내외에서 일하는 10만 명의 LG전자 사람들이 몽땅 6년을 땀흘려 벌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기적같은 성장에는 무수한 삼성인들의 노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귀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지켜 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단연 삼성 반도체 사업의 씨를 심고 싹을 키운 강기동 사장(공학박사)의 기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모토롤러의 기술 간부로 근무하다 한국을 위해 귀국,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반도체 LSI 칩을 개발하고 생산해 낸 엔지니어입니다. 1974년 제1차 오일 쇼크로 경영난에 봉착한 한국반도체공업 주식회사(KSI)를 그해 12월 인수한 것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 효시였습니다.

그 후 삼성은 반도체 사업으로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고 오늘의 첨단 통신기기 사업까지 대성공이 가능했던 줄로 압니다. 그런데 강 박사는 그같은 기여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국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발간한 「삼성반도체통신 20년사」에도 강기동 사장이 75년 여름 트랜지스터 3,000개 집적 규모의 6기능 시계용 칩 C-MOS를 개발하고 생산․영업까지 성공시켜 흑자를 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 부회장님께서 등기이사를 맡으시고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시게 되었기에 가려졌던 삼성의 반도체 사업 역사와, 크게 기여한 강기동 박사를 한 번 찾아 보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분명 산업사에 돋보이는 일이며 삼성 그룹의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우민주 기자  woo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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