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호주의 산불 재앙’…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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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호주의 산불 재앙’…남의 일 아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1.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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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건조·강풍 등 영향, 기후변화 탓도 있어

 

호주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사진=WMO]
호주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사진=WMO]

호주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형 산불로 큰 재난에 휩싸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8일(현시 기각) 호주 산불을 톱 뉴스로 다루면서 “재앙적이고 전례 없는 산불로 호주가 엄청난 고통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22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 가구가 불탔으며 수십만 헥타르(1헥타르는 약 3025평)에 이르는 땅이 잿더미가 됐다. 야생과 생태계 시스템은 물론 환경이 파괴됐다. 

이번 산불로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공기 질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거대한 연기는 태평양을 건너 남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대한 연기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산불은 일산화탄소는 물론 질소산화물 등 온갖 오염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한 400 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내뿜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새해부터 이번 산불은 확산되는 최악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주는 40도가 높은 고온,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 여기에 거센 바람까지 보태졌다. 호주 기상청은 앞으로 온도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고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이미 지난해 호주에서는 9~12월 산림화재위험지수(Forest Fire Danger Index, FFDI)가 경고단계로까지 상승한 바 있다.

2019년 호주는 매우 더웠고 오랫동안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실제 호주에서는 지난해 12월 19일 기록상 가장 뜨거운 기온을 보였다. 평균 최고기온이 41.9도를 기록했다. 남호주에서는 49.5~49.9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 기상청 분석 자료를 보면 2019년 1~11월까지 기록상 두 번째로 뜨거운 기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해 11월의 평균 강우량은 매우 낮았다. 1900년 이래 120번째로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였다. 한 마디로 기록상 두 번째로 가장 뜨거웠고 측정상 두 번째로 가장 건조한 날씨가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조건이 이번 최악의 산불로 이어진 배경이라고 WMO 측은 설명했다.

최근 전 지구촌에서 목격되고 있는 기후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2019년 발표된 호주의 ‘기후 보고서 2018’을 보면 호주의 많은 지역에서 극한 화재 날씨가 장기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기상청은 이 같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온도 상승을 포함한 기후변화가 이러한 변화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에서 화재 날씨는 대부분 산림화재위험지수(FFDI)를 이용해 모니터링되고 있다. FFDI는 온도, 강우, 습도와 풍속 관측에 근거해 측정된다. 중요한 사실은 최근 10년 동안 ‘화재 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남호주와 동호주의 많은 지역에서 늘어났다. 화재 날씨 시즌의 길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화재 위험 날씨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기온 상승을 포함한 기후변화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호주 기상청의 진단이다.

한편 호주의 기후는 1910년 이후 섭씨 1도 이상 상승해 극심한(extreme) 더위 발생 빈도가 증가한 반면 1990년대 말 이래 호주 남동부의 4~10월 강우량은 약 11%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의 파고 속에 호주의 산불 위험 지수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현상은 호주뿐 아니라 전 지구촌으로 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인공위성이 포착한 호주 산불. 거대한 연기는 남미 칠레에까지 이르렀다.[사진=WMO]
인공위성이 포착한 호주 산불. 거대한 연기는 남미 칠레에까지 이르렀다.[사진=WMO]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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