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전기차 폐배터리, 관리기준 잘 세워야 ‘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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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전기차 폐배터리, 관리기준 잘 세워야 ‘돈 된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1.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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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발목 잡는 대못규제 뽑아내자"
곧 쏟아질 전기차 폐배터리, 관련 규정은 아직 미흡
정부, 규정·기준 마련해 재활용 산업 길 닦아야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미래, 새로운 10년의 시작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뛰게 할 신성장동력은 AI(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에 달려 있다. 기업들은 출발도 전에 대못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이 한국에 오면 70%가 ‘불법’ 판정을 받는다. 그 만큼 규제가 심하다는 반증이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정부 부처의 해석에 따라 하루 아침에 기업 운명이 바뀐다.

택시업계의 반대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인 차량공유서비스 ‘타다’가 대표적 사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4월 총선에서 당장 표가 되는 택시업계 이익을 위해 이른바 '타다금지법' 규제에 나설 정도다. 

네이버는 최근  한국을 탈출해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선 불법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대상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막혀 수년째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규제가 혁신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디어' 녹색경제신문은 2020년 새해를 맞아 '대못규제에 발목잡힌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신년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폐배터리’가 화두다. 폐배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란 전망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해체가 또 하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관리기준은 없다. 장비·인력 등도 걸음마 단계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이럴 때 관리기준을 잘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잘 만든 관리기준이 환경을 지키고, 산업도 키우는 일이 된다.

전기차의 글로벌시장 판매 전망은 올해도 밝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지난 2일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555만대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 증가한 수치다. 다시 말해 앞으로 전기차 폐배터리 수량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대책으로 ‘환경 규제’가 높아지면서 성장한 시장인 만큼 환경 측면에서 배터리 처리는 중요한 문제다.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곧 쏟아지는데… 구멍 뚫린 전기차 폐배터리 관리기준

전기차가 라인을 갖추고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건 10년 남짓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의 수명이 5~10년 정도다. 앞으로 2~4년쯤 뒤에 전기차에 사용됐던 폐배터리가 쏟아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가 2018년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에 의뢰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22년 이후 폐배터리가 급격히 늘어난다. 보고서는 2024년에만 약 1만개, 2040년에는 누적 576만대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거래시장 구축을 위한 정책연구’란 보고서에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를 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최소 1000대에서 9000대 이상의 전기차가 폐차돼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숙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치만 7만3150대 수준이다. 지난해 목표치였던 4만2000대를 훌쩍 넘는 수치다.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현행법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구매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구매한 차량 소유자는 차량을 폐기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배터리를 반납해야 한다. 문제는 배터리 반납 의무제도에 이후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세부 반납절차나 분리, 운반, 보관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 지난해 8월 기준 지자체가 거둬들여 보관 중인 120여 폐배터리가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활발한 민간 움직임… 정부, 규정·기준 마련해 길 닦아야

민간 움직임은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LG화학은 호주의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엔바이로스트림과 손잡고 호주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OCI, 한수원과 각각 협약을 맺고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ESS 장치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만큼 재활용 가치가 높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주목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제주에 문을 연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 [사진=제주도청]
지난해 6월 제주에 문을 연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 [사진=제주도청]

정부도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18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 제주도에 ‘전기차배터리 산업화센터’를 열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기 위한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 등 자원순환체계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센터는 연간 1500대의 전기차 폐배터리를 소화할 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배터리의 회수와 상태별 활용 분야 발굴, 안전성 향상 등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전기차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시스템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모든 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로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기도 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해 10월 목동열병합발전시설 안 유휴부지에 양천솔라스테이션을 열었다. 이곳에는 남산을 운행하는 전기버스에서 쓰고 남은 폐배터리가 재활용돼 쓰였다. 배터리 용량이 60~80%로 떨어지면 주행거리가 짧아져 전기차에 쓰일 수는 없지만, ESS로 쓰기에는 무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터리 회수 세부 규정 조성 ▲성능평가 규정 명료화 ▲재사용·재활용 등 구체적 기준 조성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확립 등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명료한 역할 분담, 기업들이 기술 호환성을 높이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전기차 폐배터리 정책 연구를 수행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진들은 “시장 초기 단계인 현 상황에서는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규정 마련과 역할 구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기술개발과 실증사업 지원 등 검증 노력도 이와 병행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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