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얼음 왕국’이 지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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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얼음 왕국’이 지구를 살린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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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없는 북극’ ‘펭귄 사라지는 남극’…“상상되십니까”
극지 얼음연구 프로젝트 ‘아이스브릿지’, 11년의 여정

얼음은 단지 물이 언 것에 머물지 않는다. 남북극,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은 이른바 ‘얼음 왕국’이다. 1년 내내 빙상, 빙붕, 빙하, 해빙(바다 얼음), 빙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얼음은 지구촌 생명수이다. 기후를 조절하고 지구라는 행성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북극의 해빙, 남극의 빙붕,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빙상 등의 변화는 기후변화 바로미터(barometer, 잣대)이다. 지구촌에 분포된 얼음의 높이, 두께, 깊이, 흐름 등을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부터 이른바 ‘아이스브릿지(IceBridge)’ 임무를 시작했다. 올해 11년째를 맞았다. 아이스브릿지는 극지방의 얼음에 대한 정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 11월 아이스브릿지는 극지에서 2019년 마지막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2009년 아이스브릿지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수많은 과학 장비가 동원됐다. 얼음을 투과하는 레이저, 적외선 카메라 등 수십 개가 넘는다. 이들 장비를 통해 얼음 위와 얼음 밑을 연구했다. 아이스브릿지의 첫 번째 중요한 성과는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수백 마일에 이르는 접지선을 지도로 그려냈다는 데 있다. 접지선은 빙하 바닥이 기반암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떠다니기 시작하는 곳을 말한다. 이 접지선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빙하가 어떤 상황에 놓일지 예견할 수 있다.

마이클 스터딩거(Michael Studinger) 아이스브릿지 프로젝트 과학자는 “아이스브릿지 이전에 우리는 빙하에 대한 접지선 정보가 거의 없었다”며 “접지선이 파악되면서 해수면 상승에 대한 예측과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와 남극 등에 있는 200개 빙하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지도화시켰다. 이를 통해 2030년 혹은 10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아이스브릿지를 통해 남극 ‘파인 아일랜드’ 빙붕이 점점 얇아지고 불안정해 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남극 얼음에 균열에 생겨 빙산(Iceberg)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극 빙하가 깨지고 그린란드 빙상이 녹는 들 도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조 맥그리거(Joe MacGregor) 아이스브릿지 프로젝트 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남극 대륙의 얼음을 이해하고 미래를 알기 위한 모델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빙하 등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이는 대륙에 사는 우리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남극 빙하가 얼마나 얇아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고 오랜 기간 어떻게 진화하는지 관찰하면 이러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남극 얼음의 가장 큰 변화는 대부분 서남극에서 일어난다. 불행히도 얼음은 갈수록 얇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NASA는 아이스브릿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2013년에는 얼음 아래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남북극에서 관련 과학 장비를 이용해 살펴봤다. 11년째인 2019년 수백 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수집됐다. 이 자료는 앞으로 남북극 변화를 관찰하는데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스터딩거 박사는 “아이스브릿지가 모은 데이터는 신선하다”며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남북극이 어떤 변화에 직면할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라고 평가했다. 아이스브릿지가 모은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유지니아 마르코(Eugenia De Marco) 프로젝트 매니저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이 행성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을 돌볼 책임이 있다”며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견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11년 동안 아이스브릿지가 주목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남북극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북극에서는 ‘얼음 없는 북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극에서도 기후변화가 휩쓸면서 큰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북극의 상징 ‘북극곰’과 남극의 아이콘 ‘펭귄’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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