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만에 발병 난 황우여의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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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만에 발병 난 황우여의 반값등록금
  • 정우택
  • 승인 2011.07.2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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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 구상 (?)이 3달 만에 기어코 발병이 나고 말았다. 지난 5월 그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혹하게 할 정도의 메가톤급 정책을 내놨다.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여 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반값등록금에 대해 정부와 협의가 안 되었느니,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의견이 갈린다는 보도가 나오자 황 원내대표는 “내 페이스대로 간다”고 큰 소리를 쳤다. 날마다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대학생들과 대화도 했다. 그는 큰일을 한 것처럼 자신만만했다.

         정우택  녹색경제 편집국장
민주당까지 반값등록금 대열에 뛰어들면서 열기는 뜨거웠다. 민주당은 심지어 대학을 무상교육 해야 한다는 얼빠진 소리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반값등록금에 매달리며 법석을 떨자 일부에서 “이렇다 학생들만 헛물을 켠다.”는 소리도 나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반값등록금은 어떻게 학생들을 지원할 것인지의 문제를 떠나 엉뚱하게 대학 경영쪽으로 화살이 쏠리기도 했다. 언론은 대학들이 돈을 거두어 딴 데 쓴다느니, 잔뜩 쌓아두고 있다느니 하면서 대학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등록금을 내릴 수 없다고 맞섰다.

3달이 지난 7월 21일 황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 발표는 홍준표 대표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홍 대표는 당・정・청 회의에서 “반값 등록금은 고지서상의 명목등록금 인하가 아니라 소득수준별로 차등해서 등록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황 원내대표는 자신이 했던 말을 슬그머니 접을 수밖에 없었다.

황 원내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기존에 가려던 길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오늘 논의된 것은) 기존과 좀 많이 바뀌었다. 등록금 상한선을 낮추는 게 약화될 여지가 있다.” 3달 전 반값등록금을 발표할 때 보였던 자신감과 의지는 어디에 팔아먹고 그는 그저 순한 양처럼 있어야만 했다.
21일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나름대로 반값등록금을 위해 머리를 썼다. 우선 내년에 1조5000억원, 2013년 2조3000억원, 2014년에 3조원 등 6조8000억원의 국가재정을 동원할 방침이었다. 여기에 대학의 교내장학금 1조5000억원 (매년 5000억원) 등 모두 8조3000억 원의 재원을 등록금 인하에 투입해 2014년까지 고지서상의 대학등록금을 지금보다 30% 낮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소득 수준에 따라 등록금을 줄이려면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장학금 수혜 대상과 소득수준을 연계시키는 작업도 있어야 하고 성난 대학생들의 마음을 달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기대했던 학생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명목상 반값등록금과 홍 대표의 소득수준별 등록금 인하가 모두 잘 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둘 다 실행해 보지 않아 어떤 게 좋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에 반값등록금을 내걸고, 대학생과 대화까지 하면서 요란을 떨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반값등록금처럼 중요하고, 민감한 정책을 이 사람이 한 마디 하고, 저 사람이 한 마디 해서 바꾸는 것은 우리 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는 훈진 정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게 우리 정치의 수준이고, 국민들의 수준이다. 또 당의 운영이 시스템화 되어있지 않다는 말도 된다.

이제 정치의 계절이 온다. 총선도 치러야 되고, 대선도 있다. 이를 틈타 반값등록금보다 더 놀라운 공약도 나올 것이다. 민주당은 대학 무상교육을 다시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인하는 물론 아예 중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누가 무슨 공약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등록금과 홍준표 대표의 소득별 등록금 인하를 보면서 설익은 정책을 이리저리 뒤집으면 당장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 같지만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황 원내대표가 좀 더 숙고해서, 정부 여당과 협의를 거친 후에 등록금 감면 대책을 내놨으면 불과 3달 만에 발병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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