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간계 돌아온 '신의 한 수' 이세돌 9단, 은퇴소감 "이제는 인생의 전환점"...방송계에서 활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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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인간계 돌아온 '신의 한 수' 이세돌 9단, 은퇴소감 "이제는 인생의 전환점"...방송계에서 활동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2.21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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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대국’ 이세돌 9단, AI와 최종 3국에서 불꽃 튀는 수싸움 끝에 패배...자기 스타일 대로 승부
- 한돌 평가 "중국 바둑 AI '절예'와 비교해서 부족하다"...NHN "전체적인 러닝머신 학습량 부족"
- 이세돌,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 우승 후 은퇴

이세돌 9단은 NHN 인공지능(AI) 바둑 '한돌'과의 마지막 은퇴대국 3번기 대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로써 이 9단은 최종 1승 2패로 바둑계에서 은퇴하게 됐다. 그러나 AI 바둑 '알파고'와 '한돌'을 '신의 한수, 78수'로 이겨본 '유일한 인간'이라는 역사로 남게 됐다.

이세돌 9단은 21일 오후,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3국에서 불계패했다.

이날 대국은 이세돌 9단의 은퇴 기념 대국 마지막 경기였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을 고향에서 한다는 의미가 있다. 신안에 계신 여러분들이 오실 수 있다"며 "서울에서 하면 거리가 있기 때문에 못 오실 것이다. 뜻깊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마지막 대국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붙어 불계승했다.

2국에서는 '한돌'과 호선으로 맞대결해 불계패했다.

다시 2점 접바둑에 덤 7집반으로 조정된 최종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공격적 바둑을 전개했지만 AI의 벽을 넘지 못했다.

3국에서 이세돌 9단은 경기 전 예고한 대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바둑을 뒀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대국 3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이세돌 9단은 1국과 마찬가지로 세 귀를 차지했다. AI 한돌은 소목에서 두 칸 벌리며 차분하게 출발했다.

이세돌 9단은 자신의 기풍대로 초반부터 우하귀에 파고들며 공격적 면모를 보였다. 우하귀 접전에서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2선에 붙이는 묘수로 대마를 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하변 5점이 잡히는 손해를 입어 '한돌'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우하귀에서 득점한 한돌은 우변과 우상귀를 정리한 뒤 이세돌 9단이 차지했던 좌상귀에 파고들어 다시 실리를 챙겼다.

이세돌 9단과 AI바둑 '한돌' 3국 기보

세 귀에서 실리를 차지한 '한돌'은 좌상귀에 이어 상변마저 파고들며 승률 그래프 50%를 넘어섰다.

이세돌 9단은 한돌보다 12∼13집가량 유리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100수가 넘어가기 전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형세가 불리해진 이세돌 9단은 상변에서 패를 걸며 승부수를 띄웠다. 패싸움의 불똥은 하변으로 이어졌다. 

이세돌 9단이 수읽기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수읽기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하변 백돌을 잡기 위해 중앙에서 차단하며 마지막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한돌'이 포위망에서 벗어나자 이세돌 9단은 181수 만에 돌을 던졌다.

경기를 중계한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이 두고 싶은 곳에 뒀다"며 "자기 스타일대로 싸우고, 승패는 다음에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세돌 다운 묘수를 많이 보여줬다. 초반에 잘 싸워줬다"며 "기회가 있을 때 정밀하고 침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3국을 마친 뒤 복기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1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은 경기 후 AI바둑 '한돌'이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 9단은 "후반에 예상못한 수를 당해서 흔들렸다. 초반, 중반 선택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한돌은 접바둑으로 따지면 강하다고 인정하기 그렇다. 제가 아니라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이기지 않았을까"라며 의문을 던졌다.

이어 이 9단은 "초반에 선택을 잘 못한 것 같다. 다른 길이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며 "중국 바둑 AI '절예'와 비교해서 (한돌이) 부족해서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라며 '한돌'이 보완할 점을 지적했다.

실제 '한돌'은 접바둑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다. 평소 맞대국 '호선'을 학습해 온 한돌이 2점 접바둑을 학습한 기간은 단 2달로 짧았기 때문.

이창율 NHN 게임AI 팀장은 1국에서 패했을 당시 "원래 머신러닝이라는 게 학습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이 올라가는데 전체적인 학습량이 부족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패배의 요인을 진단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이 은퇴대국 후 소감을 발표하러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은 은퇴 소감에 대해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다른 길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인생의 전부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제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라며 "오늘 패했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이 행복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휴식을 취하고 싶다. 방송을 잠시 나올 수도 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1983년 신안 비금도에서 태어난 이 9단은 5∼6세 무렵부터 바둑을 뒀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세돌 9단은 8세 때 형과 함께 서울로 바둑 유학을 떠났다.

이세돌 9단은 12세 때인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된 이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이세돌 9단은 구글 AI '알파고'에 이어 토종 AI바둑 '한돌'에도 78수 묘수를 선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16년 3월에는 AI바둑 시초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를 꺾으며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인간 기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세돌 9단은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을 우승했다. 

한편, 이세돌 9단은 이번 은퇴대국에서 기본 대국료 1억5000만 원 외에 1승 때마다 승리 수당 50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1승을 거둔 이 9단은 총 2억 원을 받게 됐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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