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희노애락④] '방산'...군비경쟁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상태바
[조선업계 희노애락④] '방산'...군비경쟁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2.21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자급자족하는 해양 방산, 군비경쟁 가속화되면 시장 성장가능성
- 중국의 군비확장으로 군비경쟁 본격화 국면 맞아...국제 군비 경쟁은 해·공군력 부문에 집중
-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이미 최고 수준...수요만 받쳐 주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 될 수도
미 해군의 항모 로널드 레이건과 존 C.스테니스가 남중국해에서 양동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항모 로널드 레이건과 존 C.스테니스가 남중국해에서 양동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조선업계가 추락을 거듭하다 2016년 바닥을 찍은 이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아직은 '배가 고프다'고 업계는 말한다. 부활을 노리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2019년 조선산업의 한해를 들여다 본다. 내년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까. 

한국조선의 활로는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친환경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다음 달 1일 부터 강력한 환경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키워드는 스마트ICT융합이다. 지난주 울산에서 개소한 조선해양ICT융합센터가 선도적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업계 관계자들은 기원하고 있다.

세번째는 '북극항로'다. 지구 온난화와 내빙기술의 발달이 북극항로 가능성을 열고 있다. 러시아의 로사톰은 이미 70억 달러의 선박건조 비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 키워드는 방위산업이다. 중국의 CSG 탄생은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최근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발주를 했다. 무려 26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네가지 키워드가 내년 조선업계의 화두다. 한국호가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을 것인지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17일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 수뇌부가 대거 참석한 항공모함 인도행사가 있었다. 이날 인도행사를 마치고 중국의 첫번째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에 이어 중국의 두번째 항공모함이자 독자기술로 건조한 산둥(山東)함이 남중국해에 취역했다. 

◇중국이 시작한 군비경쟁...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전략의 충돌

항공모함은 전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을 거느리는 선단을 구성할 뿐 아니라 항공기를 다량 탑재하게 돼 항공모함이 취역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항모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9개다. 2척을 보유한 나라가 중국·영국·이태리 3개국이고 미국은 11척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2대를 새로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중국최대이자 세계2위 조선사 CSSC와 중국2위이자 세계3위의 조선사 CSIC를 합쳤다. 이로써 자산규모 13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조선사가 탄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두회사의 합병 목적중 하나는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것으로 관측했다. 이 두회사는 원래 하나였던 군함건조 국영기업이다.

중국의 해군전력 강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여전히 미국 해군의 항모전력과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11대의 항모가 모두 핵추진선이고 10만t급 이상이다. 중국은 아직 핵추진선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없고, 최신건조 항모인 산둥함은 7만t급이며 전투기 탑재능력은 40여대로 미국 항공모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해군의 항공모함 보유 계획. [사진그래픽=중국 해군]
중국해군의 항공모함 보유 계획. [사진그래픽=중국 해군]

중국 정부는 이미 2대의 새로운 항공모함 건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 항공모함 CV18은 2021년 진수할계획인 것으로 전해졌고 네번째 항모 CV19는 2021년 건조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번째 항모CV18은 기존의 랴오닝함(CV16)과 산둥함(CV17)을 합친 것보다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6개의 항모선단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항모는 잠수함과 구축함 등의 호위를 받기 때문에 다량의 잠수함과 구축함 건조가 수반될 예정이다. 

이같은 중국의 항모전력 증강은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굴기'와 '일대일로'전략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하고 있기도 하다. 

제너럴다이내믹스에서 2015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저널인콰이어러=AP]
제너럴다이내믹스에서 2015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저널인콰이어러]

지난 3일 복수의 미국 언론들은 미국정부가 9척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쾌속 공격용 잠수함을 제너럴다이내믹스에 발주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버지니아급은 잠수함 중에서도 최고·최대급에 해당한다. 

알려진 공식 계약금액은 222억달러(약26조원)다. 미국 군사매거진 디펜스블로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옵션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거래금액은 이보다 많은 241억달러(약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계약으로 제너럴다이내믹스는 2029년까지 작업물량을 단번에 확보하게 됐다.

군사전문지 디펜스블로그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이번 발주의 배경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팽창이라고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한나라가 군비를 늘리면 다른 나라들도 어쩔 수 없이 군비를 늘려야하는 속성이 있다고 말한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유지하고 싶은 미국이 잠수함 전력을 늘리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원하든 원치 않든 군비를 또다시 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군비경쟁의 확산 조짐이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주변국들도 덩달아 군비경쟁에 가담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2020회계년도 국방예산이 사상처음 50조원을 넘었다.

일본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헬리콥터 수송함.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일본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헬리콥터 수송함. [사진=일본 해상자위대]

일본도 20일 사상최대인 5조3100억엔(약56조원)의 방위예산을 승인했다. 이중 핵심적인 전력증강 사업은 호위함 이즈모와 가가를 경항모로 개조하는 것이다. 일본도 자국내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와 2위 조선사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업무·자본 제휴 소식을 발표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상선시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단일 발주처인 정부와 수행해야 하는 방산물량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의 고객을 두고 둘이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국방개혁 2.0'을 보면 3만t급 대형수송함(경항모급)을 갖추고 F-35B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확정되지는 않았는데 개념설계에 착수했고 내열 갑판 연구개발이 진행된다. 또한 북한이 SLBM시험발사에 성공하고 이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잠수함 건조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원자력추진 잠수함에 대한 소요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수함 전력은 장보고-Ⅲ급(3000t급)이 주력 선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의 이병록 전 해군제독(예비역 해군준장)은 북한 SLBM에 대한 대응을 위해 비대칭 전력으로 다수의 디젤·전기추진 잠수함이 소수의 원자력 잠수함보다 유지관리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을 3척 정도 건조하자는 의견에 대해 안보를 강화하는 효과는 인정하지만 디젤·전기추진 잠수함을 10척 이상 신규 건조하는 방식과 가성비를 비교해서 판단할 필요도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 항모배치는 필리핀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주변국가들의 해군전력 증강을 촉진할 확률이 높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 군함수출의 주요 고객들이기도 하다. 2017년 10억1200만달러. 2018년 11억9300만의 수출을 기록했지만 금년에는 이렇다 할 군함 수출실적이 없다. 하지만 수주와 수출실적에 대한 내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는 공룡..방산물량은 비스킷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장보고 잠수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장보고 잠수함.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잠수함 건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방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하고 수익성도 좋지 않다"며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2020년도 국방예산 중 해군력 강화에 쓰이는 예산 총액이 약 2조 원이다. 최근 4일간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금액과 비슷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규모는 거대하고 국내 방산수요가 주는 효과는 미미하다. 조선업체 매출의 90%이상을 수출이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공룡이다. 방산 물량은 비스킷"이라며 "애국심으로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상선 시장을 한국에 빼앗긴 만큼 내수, 특히 방산매출의 비중이 크다. 

규모가 작은 한진중공업의 경우는 11월에 이미 금년 수주목표의 150%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방산수주가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규모가 서로 맞으면 효율이 생긴다"고 했다. 

R&D가 방산의 핵심이익

미국의 경우 방위산업을 통해 기초연구에 대한 막대한 연구비가 투자되고 각 대학연구소와 민간연구소들은 방산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초 과학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구성과와 인재들은 민간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KIST의 김용환 안보기술개발단장(예비역 준장)은 "실리콘 밸리에 DAPA가 진출해 있고 각 대학의 연구실(LAB)이 지역별로 국방부와 DAPA내에 설치돼 있다. 그들은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연구성과와 인재들이 미국의 산업을 전체적으로 뒷받침한다"면서 "2020년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원대 중반에 이를 만큼 많아졌지만 국방분야 기초 R&D 예산은 4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 R&D는 당장 돈이 안돼도 꼭 필요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R&D가 방산의 핵심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산시장은 아직 성장·성숙 단계 아냐...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어"

앞으로 국제 해양방산시장이 얼마나 큰 규모로 성장하게 될지는 알기는 어렵다. 아직은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방산시장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더욱 차별화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면 자급자족하는 형태는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둔 2020회계년도 국방수권법(NDAA)이 승인한 국방예산은 7380억달러 (약870조원)로 사상최대 규모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비롯한 유럽지역의 국가들도 사상최대의 국방예산을 편성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국제무기거래액 증감추이. [자료=SIPRI]
국제무기거래액 증감추이. [자료=SIPRI]

군사분야의 세계적인 조사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조사연구원(SIPR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가들이 2000년 이후부터 군비경쟁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핵실험이나 핵무기 생산이 거의 늘지 않는 상태에서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재래식 전력의 군비경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이 해양방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필요한 것은 수요였다. 앞으로 해양방산 시장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무력분쟁 발생. [자료=SIPRI]
2018년 무력분쟁 발생지역. [자료=SIPRI]

SIPRI에 따르면 최근의 무력분쟁지역은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중동지역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루트와 많이 겹친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강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 항모를 배치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안보전문가들의 견해다. 

해양방산부문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KATEC TCS의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 조선의 방산 경쟁력은 기술과 생산효율성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본격적인 해양방산시장이 아직은 성장하고 성숙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군비경쟁이 지속되고 경쟁적 수준에서 해군력을 갖춰야 하는 때가 오게 된다면 국내 조선업 성장의 또 다른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