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법정 구속 '충격'...새 의장 선임 불가피 '박재완 전 장관,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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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와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법정 구속 '충격'...새 의장 선임 불가피 '박재완 전 장관, 물망'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2.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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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사건 삼성그룹 핵심 피고인들 실형선고하며 구속...26명 무더기 유죄 선고
- 이상훈 의장 징역 1년 6개월·강경훈 부사장 1년 6개월…원기찬 대표·박용기 부회장·정금용 대표, 집행유예
- 이사회 사외이사 중 의장 전망...박 전 장관 이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안규리·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 6명
- 삼성전자 연말 임원인사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가능성 커져...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 '불확실성' 확대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에 대한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당분간 의장 없이 이사회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 의장에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성균관대 교수)이 물망이 오르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도 이어지고 있어 임원인사가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상훈 의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핵심 인물이다. 따라서 이 의장의 구속은 충격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경영 중심이라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 신규 선임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를 끝으로 성균관대를 그만 두기 때문에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박 전 장관을 비롯해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안규리·박병국 서울대 교수,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 등 6명이다.

박재완 전 장관은 지난 2016년 사외이사에 선임된 이후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해 4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강 부사장은 앞서 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도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검찰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총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이 가운데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징역 1년 6개월) 등 전·현직 임직원들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삼성전자의 노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노무사와 노사협상 등에 개입한 전직 정보경찰 등 두 명도 실형을 선고받아, 이날 하루에만 7명이 무더기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상훈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는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상황실 등이 설치돼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하고, 노조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고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구도를 재판부는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를 사실상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개입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명목상 도급계약을 위장했다는 혐의(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판결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관련 민사사건의 하급심 결론과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한편 재판부는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천4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상훈 의장이 대표자라며 삼성전자도 기소했지만, 이상훈 의장은 CFO이지 법적인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며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선고할 때는 덤덤하게 선고만 하겠다"고 말한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과정에서 특별히 자세한 양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이상훈 의장에게 설명을 했다.

유 부장판사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가담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잠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부장판사는 "여러 고민을 했지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부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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