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에 회동 공개 제의...'최선희 판문점서 보자'
상태바
비건, 北에 회동 공개 제의...'최선희 판문점서 보자'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2.17 0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비건 대표, '北최선희 나와라'...공개 회동 제의
- 응하면 반전 계기
- 무산되면 北 '대결' 선택 간주...제재 강화할 '명분 쌓기' 분석도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사진=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이도훈 본부장과 진행한 약식 회견에서 북한에 회동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16일 북한에 회동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북한이 화답할지 주목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방한 이틀째인 이날 오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진행한 약식 회견에서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했고, 지난 6월 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미 3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했는데 당시에도 판문점에서 북미 간 준비접촉이 있었다.

결국 비건 대표의 발언은 판문점에서의 만남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운터파트를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카운터파트였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한 것으로 관측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의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제1부상"이라면서 최 부상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상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팀은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왼쪽)와 김연철 통일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왼쪽)와 김연철 통일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오찬회동에서 "(북한과)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북한은 미국의 대화 촉구 메시지에 '대화 타령'이라고 일축하면서 경직된 태도를 보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대화 요청에 응답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만일 북한이 응한다면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악화일로를 치닫던 북미 협상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비건 대표가 강조한 '유연한 조치' 등은 그간 미국 당국자들이 여러차례에 걸쳐 말했던 표현이다. 사실상 북한이 기대하는 '새 계산법'은 아니어서 북측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북한이 기대하는 수준의 '새 계산법'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제안을 한적은 없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이 서울까지 와서 그러한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북미 간에 그만큼 뚜렷하게 굴러가는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한국·일본 동맹과의 협의를 명분으로 와서 북한과 어떻게든 다시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일단 일본으로 떠나는 17일 오후까지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출국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 방한은 북한의 도발 조짐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북미 회동이 무산되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북한이 연말까지 동창리 등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이나 새로운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다가 내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의 대결'을 공식 선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북한에 대해 제재강도를 높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 외교·안보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주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중인 '국방수권법(NDAA)'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도착하는 대로 서명할 것을 공언한 상태다. 

이번 비건 대표의 회동 제안도 북미 간 협상이 무산되고 북한이 대결을 택했을 때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로 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비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도발은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도발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이날 카운터파트인 이 본부장뿐 아니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났으며 저녁에는 한미 외교당국 간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