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100배 높은 민감도…중성미자 수수께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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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100배 높은 민감도…중성미자 수수께끼 푼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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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동연구팀,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 원천될 새로운 결정 개발
실제 실험에 사용되는 크기로 결정 한 개는 300~500g가량이다. 왼쪽부터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Li2MoO4), 레드몰리브데이트(PbMoO4), 비닐에 싸인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이다.[사진=IBS]
실제 실험에 사용되는 크기로 결정 한 개는 300~500g가량이다. 왼쪽부터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다이리튬몰리브데이트(Li2MoO4), 레드몰리브데이트(PbMoO4), 비닐에 싸인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이다.[사진=IBS]

중성미자는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존재는 확인했는데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성미자 수수께끼를 풀면 우주의 신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 연구팀이 대규모 중성미자 실험의 원천이 될 새로운 결정을 개발해 눈길이 쏠린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지하실험 연구단 김영덕 단장과 경북대 김홍주 교수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결정들을 4년 동안 개발·시험한 끝에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 등 4개를 1차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결정은 앞으로 200kg 이상 만들어져 현재 10kg 정도의 결정을 사용하는 전 세계 경쟁그룹 중 가장 큰 규모의 중성미자 실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 중 가장 가벼운 입자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매초 700억 개의 중성미자가 엄지손가락을 뚫고 지나가는데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관측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유령 입자’로 불리며 입자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중성미자 성질과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 샌포드 지하연구시설, 일본 카미오카 우주관측소, 이탈리아 그랑사소 연구소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AMoRE(중성미자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dvanced Molybdenum-based Rare process Experiment)’ 연구팀은 앞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게 1.9kg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결정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다. 중성미자를 얻기 위해서는 결정 속 100Mo(몰리브데넘의 경우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친 개수가 92인 92Mo 부터 100인 100Mo 까지 자연에 존재한다. 이 중 100Mo는 전체의 9.6%를 차지한다)가 다른 원자로 변하면서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이중베타붕괴’ 현상을 이용한다. 이중베타붕괴는 어떤 동위원소의 핵이 두 개의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며 다른 원자로 바뀌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100Mo(몰리브데넘)에서 중성자 2개가 양성자 2개로 바뀌며 100Ru(루테늄)이 된다. 이때 실험에 사용하는 몰리브데이트 결정이 내뿜는 빛 특성이 중요하다. 결정의 총량이 많을수록 이중베타붕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중성미자 연구들이 더 좋은 결정을 찾고 그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실험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먼저 기존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여러 결정을 성장시켰다. 칼슘몰리브데이트 결정은 방출하는 빛이 많아 데이터를 얻는 데 유리한데 칼슘(Ca) 중 0.18% 비율로 존재하는 48Ca이 또 다른 이중베타붕괴를 일으켜 잡음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결정들의 여러 화학적 단계를 연구해 리튬, 세슘, 나트륨이 든 새로운 몰리브데이트 결정 8개를 성장시키고 기존 국제공동연구로 성장시켰던 아연, 납 함유 결정 4개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2개의 후보 결정들이 방출하는 빛과 파장 특성 등을 상온에서부터 약 10 켈빈(섭씨 -263도)의 저온까지 연구하고 이를 기존의 칼슘몰리브데이트(CaMoO4) 결정과 비교했다. 방출하는 빛의 양과 시간 등을 측정한 결과 후보 결정 중 다이소듐몰리브데이트(Na2Mo2O7)가 가장 적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비롯한 4개 결정을 1차 후보로 선정했다. 결정을 연구, 개발하고 성장하는 데 2년, 특성 시험에 2년이 걸렸다.

실험에 사용할 결정은 극저온 시험을 거쳐 앞으로 1~2년 후에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AMoRE 국제 연구팀은 현재 6kg의 결정으로 1단계 실험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선택될 결정 200kg은 강원도 정선에서 2021년 착수할 2단계 실험에 약 5년 동안 사용된다.

공동교신저자인 이무현 연구위원은 “최근 1.9kg 결정 실험으로는 중성미자 질량이 수소 원자 질량의 10억분의 1보다 더 작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결정 200kg으로 실험하면 민감도가 100배 더 좋아져 수소 원자 질량의 1000억분의 1 수준과 중성미자 질량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결정 연구와 기술에 관한 전문학술지 크리스탈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Crystal Research and Technology)에 11월 13일 자(논문명:Search for new molybdenum-based crystal scintillators for the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experiments./ Crystal Research and Technology)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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