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폐암 일으키는 단백질 사전에 잡는다
상태바
[과학을 품다] 폐암 일으키는 단백질 사전에 잡는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2.10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연구팀, 동물모델에서 항암효과 확인
RNA 기반 폐암 특이적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이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보였다.[사진=한국연구재단]
RNA 기반 폐암 특이적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이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보였다.[사진=한국연구재단]

폐암 발생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물질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이창환 교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와 이종범 교수(서울시립대) 연구팀이 폐암 발생과 증식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USE1)을 표적으로 하는 간섭 RNA 나노 구조체를 디자인하고 동물모델을 통한 항암효과를 확인했다고 10일 발표했다.

USE1(유에스이1)은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하는 효소(유비퀴틴 프로테아좀 구성요소) 중 하나로 폐암 발생과 증식에 관여한다.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 대한 유전자치료의 임상 적용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의 원인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사전에 그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전자를 차단하는 유전자치료제는 원하는 단백질을 표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세대를 거쳐 보존되는 DNA 자체보다는 중간체인 RNA를 차단하는 방식이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RNA와 결합하는 짧은 RNA 가닥을 이용한 RNA 간섭현상이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RNA는 생체고분자로 화학 항암제보다 독성 우려는 적은데 체내에서 분해되기 쉬워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폐암 유발 단백질 USE1을 표적으로 하는 짧은 가닥 간섭 RNA를 디자인하고 이를 표적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불안정한 RNA가 분해되지 않고 표적에 잘 도달하도록 복제 효소를 이용해 간섭 RNA 가닥을 대량으로 증폭하고 이 가닥들이 엉기면서 자가조립되는 방식으로 나노 구조체를 합성했다. 세포 내로 들어가기 쉬운 크기와 세포 내에서 간섭 RNA 방출에 유리하도록 넓은 표면적을 갖도록 제작됐다.

특히 세포 내에 존재하는 유전자 절단 효소를 이용해 RNA 가닥들이 선택적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반복되는 간섭 RNA 사이사이에 서로 달라붙지 않고 버블형태로 존재하는 부위를 도입해 절단 효소에 의한 방출효율을 높였다.

실제 사람의 폐암 조직이 이식된 쥐에 합성된 간섭 RNA 기반 나노 구조체를 투여한 결과 이식된 종양의 크기가 작아졌다. USE1이 만들어지지 않는 인간종양세포주(HeLa 및 A549)에서의 결과가 동물모델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러한 간섭 RNA의 항암효과가 무분별하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분열정지와 세포사멸 유도에 따른 것임을 알아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11월 22일자(논문명:BRC-mediated RNAi targeting of USE1 inhibits tumor growth in vitro and in vivo)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