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peoples]"회요리는 아트이자 코디죠"...돗돔전문 정통일식 미나미 ‘칼잡이’ 김승보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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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peoples]"회요리는 아트이자 코디죠"...돗돔전문 정통일식 미나미 ‘칼잡이’ 김승보 셰프
  •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19.12.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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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보 셰프
김승보 셰프

“요리요? 골프스윙과 많이 닮았죠. 스윙이 정확하고 아름다워야 제대로 볼을 맞추듯 요리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리지죠.”

30년 동안 한우물만 파온 미나미 ‘칼잡이’ 셰프 김승보 대표이사(54). 미나미는 정통일식 전문점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묘하다. 미나미(みなみ)는 ‘남(南)’이란 뜻이다. 이 브랜드는 김 대표에게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그가 하는 일식 식자재의 원산지가 남쪽나라 제주 추자도(楸子島)다. 매일 직배송을 항공으로 한다. 

추자도는 한반도 남서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묶어 추자도라고 부른다. 1271년(고려 원종 13)까지 후풍도(候風島)라고 불렸다. 1910년까지 전남에 속했다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제주시로 편입됐다. 추자도 부근에는 사람이 사는 횡간도(橫干島), 추포도(秋浦島) 등 4개의 섬이 있다. 그 주변에는 무인도인 38개의 작은 섬도 있다. 멸치잡이로 유명한 상추자도는 면적 1.5㎢이며 하추자도는 3.5㎢이다. 바다낚시로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벵어돔, 돌돔, 참돔, 전갱이 등 고급 어종들이 추자도의 보배다. 

미나미와 추자도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바로 집사람이다. 아내 배경미(50)씨의 고향이 제주도다. 장모 김연순(78)씨가 추자도 해녀 회장을 맡고 있다. 미나미의 횟감이 대부분 추자도가 원산지인 이유다. 이 때문에 미나미는 회(膾) 마니아들이 특별한 생선(물고기)의 회 맛을 보려고 찾는다. 회는 생선이나 조개류 등 을 날것으로 먹도록 만든 음식이다. 생선은 지느러미가 있으며 아가미로 호흡하는 척추동물로 물에서 산다.

김 대표가 일본요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묘하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6남매 중 다섯째. 부친이 장교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요리에 취미가 있어 부엌을 들락거렸다. 때문에 혼나기도 많이 했다. 사내가 부엌에 드나든다는 이유로. 그럼에도 그는 요리하는데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이것이 직업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군대에서도 음식관련 당번병이었다. 1989년 제대하고 나서 곧바로 일식집에 취업을 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서울 무교동의 일식집이었다. 이후 사보이 호텔을 비롯해 프라자 호텔, 코리아나 호텔 등 정통일식집에서 거쳤다.  

그러다가 독립을 결심하고 일반 일식당으로 옮겼다. 3년 동안 호텔 일식집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체득했다. 

“호텔 정통일식과 일반 일식당은 차이가 많죠. 지금이야 음식이나 요리 등 맛이 엇비슷하지만 80, 90년대만 해도 맛의 차이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일반 일식당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퓨전일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합니다.”

정통일식은 음식이 정갈하기는 하지만 한국인 먹기에는 맛이 ‘달고, 짜다’는 것이다. 이를 일찌감치 눈치 챈 일반 일식당이 한국인에 입맛에 맞는 요리로 확 바꿨다.

첫 사업은 1997년 문을 열었다. 서울 성수동에 차린 일식 ‘다원’이다. 7명의 직원을 두고 시작한 첫 사업은 같은 해 찾아온 외환경제위기인 IMF도 모른 채 번창했다. 월 수익이 2000만원  이상이었다. 9년간 잘 나갔다. 그러다가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쫄딱 망했다.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세상을 헛살았나 싶었다. 잠시 술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동안 믿음을 줬던 친인척 자금을 모아 2009년 서울 명일동에 120평 규모의 2층 독채를 얻어 다시 시작했다. 

“10년간 했죠. 압구정동이나 만큼 부유층이 살던 곳이어서 ‘뒷 구정동’이라 불린 탓인지 호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회 요리의 진수인 맛과 멋을 내기 시작 했습니다.”

그에게 회 요리는 무엇일까.

“희열이죠. 막연하게 생선의 살을 뜨는 것만으로는 요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음식도 1차는 눈으로 보는 맛이죠. 그리고 나서 먹으면서 입안에서 씹을 때 느끼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는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게 잘 떠서 가장 어울리는 접시에 담아 멋을 내는 것이 마지막 작업이죠. 각종 어류에 어울리는 ‘아트’이자 ‘코디’ 작업인 셈입니다.”
그의 회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넘어 ‘예술’이라는 것이다. 막연하게 생선회를 내는 것은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나미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회는 바로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로 불리는 자바리, 전설의 물고기인 돗돔, 암초지대서 사는 돌돔, 금속광택을 띤 감성돔이다. 여기에 장모와 처남이 수확해서 보내는 전복, 해초, 뿔소라, 성게, 참고동을 맛 볼 수 있다. 

“회 맛이요? 바로 칼 맛이죠. 모든 회는 역결로 칼집을 내야 합니다. 특히 회칼이 크고 긴 것은 바로 생선을 뜰 때 한 번에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만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회 두께를 4mm, 온도는 7도 정도 유지합니다. 그래야만 입안에서 씹고, 느끼는 맛을 바로 알 수 있답니다.”

그가 클럽을 잡은 것은 20년 전이다. 선배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는 그에게 ‘스트레스’였다. 회칼을 잡은 그에게는 클럽의 그립 감촉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그런데 막상 필드에 나서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에 날밤을 새며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스코어는 줄지 않았다. 그를 교습한 코치도 스윙이 정확하고, 프로골퍼 같은데 어인일인지 스코어가 줄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였다. 베스트 스코어가 84타. 장타력은 아니었지만 ‘송곳’같은 아이언 샷이 일품이었다고. 

“제가 하는 요리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데 묘하게도 골프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물론 클럽을 잡으면 요리할 때 칼을 잡는 것처럼 감이 좋습니다. 스윙도 원하는 대로 잘 되죠. 그런데 뭐가 잘 못됐는지 모르게 스코어가 영 줄지를 않아요.”

명일동 아오미를 정리했다. 건물주가 증축한다고 잘나가던 일식집 문을 닫았다. 잠시 쉬는 동안 그동안 그를 좋아한 회 마니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했다. 그래서 지난해 올림픽 선수촌 사거리 먹자골목에 명품 일식집 ‘미나미’를 차린 것이다.

“음식은 고객의 만족이 우선이죠. 제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준비합니다. 미나미만의 자랑이 있다면 식자재가 매일 항공으로 제주도 직송으로 온다는 것이죠. 보통 제주에서 피를 뺀 생선을 항공으로 오면 껍질을 벗겨내 5시간 안팎으로 숙성을 합니다. 이때가 회의 맛이 가장 살아 있다고 볼 수 있죠.” 

골퍼들이 많이 찾는 그의 영업비밀이 한 가지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돗돔 5kg이 들어오는 날이면 친한 고객에게 문자를 남긴다. 그리고는 그날 예약이 완료되면 바로 일을 끝낸다. 고객을 가려 받지는 않지만 많이 상차림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추자도에서 올라온 만큼 하기 때문이다. 식자재에 맞춰 예약을 받는다.  

김승보 대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일식마니아들을 위한 조그만 일식집이다. 하루에 9명이 먹을 정도. 그래서 미래의 일식집 이름은 물고기 카페 ‘나인 피시(nine fish)’다. 스탠드바 형식으로 만들어 맛도 음미하면서 고객들이 직접 회를 뜨게끔 교습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의 꿈이 언제쯤 이뤄질까.  

안성찬 골프전문기자  golf@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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