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의혹' 음원업체들에 쏠리는 '긴장감'...'공신력 문제' 실시간 차트 폐지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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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의혹' 음원업체들에 쏠리는 '긴장감'...'공신력 문제' 실시간 차트 폐지 왜 못하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2.02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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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사재기' 브로커, 중국에 작업장 만들어 수천대 휴대폰 공기계와 불법 해킹 계정으로 '실시간 차트' 조작
- 박경, 성시경, 김간지 등 음원 사재기 폭로 이어져...일반 대중들도 불법 문제 해결 주장에 적극 동조
- 음원업체들 모니터링 강화 및 IP 차단 등 노력에도 효과 미미...범죄 문제 적극 해결 의지 부족 비판 나와

멜론 등 음원 플랫폼 업체들에게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음원 업체들에 대한 공신력과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문화계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는 10년 이상 지속돼온 문제이지만 오히려 독버섯처럼 대중음악 시장을 왜곡하는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음원 사재기'가 다시 재점화된 것은 블락비 박경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남긴 게 도화선이 됐다. 

박경은 실명 언급에 대해 사과하고 글을 삭제했지만 바이브 등 6명 전원은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선후배 가수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박경을 지지하면서 '음원 사재기' 문제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음원 사재기' 불법 뿌리뽑아야" 여론 확산...박경 발언 이후 폭로 이어져

마미손은 신곡을 통해 음원 사재기를 비판했다. 곡의 제목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부터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가사가 나온다.

네티즌들은 박경의 노래 ‘자격지심’(ft.여자친구 은하)을 스트리밍하며 실시간 차트에 역주행시키기도 했다. 

가수 성시경은 27일 "실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서 작품에도 관여한다고 하더라. 전주도 없애고 제목도 바꾸라고 한다"고 밝혔다.

래퍼 마미손은 사재기 디스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발표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도 자신의 SNS에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응원했다. 딘딘도 음원 사재기를 비판했다.

특히,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는 "사재기 브로커가 직접 찾아와서 음원 순위 조작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 있다"며 "브로커가 8, 우리가 2로 수익분배를 하자고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신곡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오른 것처럼 하자고 했다"고 폭로했다.

"50대 절대 지지 송가인을 바이브가 어떻게 차트에서 앞서나" 네티즌 폭주

네티즌들은 50대에서 바이브가 어떻게 송가인을 이기느냐고 음원 차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50대 음원순위에서 바이브가 트로트여제 송가인을 이긴다는 건 말이 안된다" "기계가 음원차트를 좌우한다" "드루킹이 기계로 네이버 댓글 조작을 한 사건처럼 멜론도 유사한 사례다"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간지가 말한 것처럼 음원시장에 '음원 사재기'를 비롯한 불법행위가 널리 퍼져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음원시장 관계자 A씨는 "멜론 기준 실시간 차트 100위곡과 101위곡 저작권료를 비교하면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100위곡은 1달 기준으로 2000만원 가까이 저작권료 수입이 생기는 반면 101위곡은 20만원도 안된다. 그래서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들어오려고 불법이 난무한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JTBC ‘뉴스룸’이 일부 대형 기획사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보고했다. 대형 음원 사이트 멜론에 아이디를 수천개 만들어놓고, 특정 가수의 노래만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문체부, 음원업체 비협조로 '음원 사재기' 종결하자 불법 브로커들 더욱 활개

지난해 닐로가 실시간 차트 1위는 물론 50대에서 1위가 이해가 안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017년 10월 발표한 닐로의 ‘지나오다’는 2018년 4월, 멜론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무명가수였던 닐로의 노래가 6개월 만에 역주행한 것이었다. 또 가수 숀의 노래 ‘Way Back Home’도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해당 가수측은 '기계픽'이 아니라 바이럴 마케팅에 의한 효과로 해명했다. 당시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확산됐지만 음원업체들의 비협조로 의혹만 남았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도 조사에 나섰지만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 없이는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는 음원업체들의 대응에 막혀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그러자 '음원 사재기' 브로커들이 더 활개치게 됐다는 관측이다.

A씨는 "음원업체가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수익 때문"이라며 "2010년과 비교해 2018년을 보면 수익이 몇 배는 늘었다. 기업의 규모를 키울 기회인데 음원업체가 먼저 나서 해결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 불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1번도 처벌이 없고 유명무실하다. 

'음원 사재기'는 양심을 버려두면 가성비 좋은 장사다. 음원 사재기는 선투자가 아닌 수익 배분 방식이다. 수익이 나오면 브로커업체가 8, 가수가 2 등으로 나눠먹는 식이라 '윈윈'이다. 

음원 차트 1~10위에 오른 곡은 대체로 순위에 큰 변화가 없어 1주일 이상 같은 순위에 머물 경우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양심만 버리면 이 보다 큰 유혹이 없는 셈이다. '사재기할 돈이 없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2년간 무명 발라드 가수들이 '멜론'에서 실시간 차트를 장악한 것이 '음원 사재기' 때문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음원 실시간 차트 조작 위해 해킹 계정 구매해 수천대 공기계로 동원해

2012년 한 방송에서 밝힌 음원 순위 차트 조작을 보도했다

그렇다면 브로커는 어떻게 조작을 할까. 업계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를 통해 실시간 차트 조작을 위해서는 최소한 1만 개 이상 아이디 계정이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브로커들은 중국에 이른바 '작업장'을 만들어 수백~수천대의 휴대폰으로 동시에 스트리밍을 해서 실시간 차트 조작을 한다는 것. 휴대폰 공기계 한 대로 계정 50개를 한 번에 동시에 돌리는 불법 프로그램까지 동원한다. 

음원사이트 계정을 확보하는 방법은 해킹한 계정을 구매하는 것이다. 음원서비스 이용권을 구매한 유료 계정은 개당 2500원, 무료 계정은 개당 1200원이다. 트위터나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에서 손쉽게 해킹한 계정을 구매할 수 있다.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현금이나 문화상품권 등으로 거래한다. 

‘유령 계정’을 생성하는 방법도 있다. ‘nokong1’ ‘nokong2’ 등과 같이 영어와 숫자를 조합해 아이디 계정을 만든다. 계정 생성 프로그램을 사서 필요한 개수만큼 계정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브로커가 먼저 소속사에게 접촉해 '음원 사재기'를 제안한다. 거래 합의가 되면 브로커는 중국 등에서 수없이 많은 휴대폰 공기계와 유료 아이디, 유동 VPN(가상사설망)등을 이용해 본격 실시간 차트 조작을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SNS를 통해 `~할 때 좋은 노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 ‘요즘 SNS에서 핫한 노래’, '최고의 감성 저격 송' 등 키워드나 문구로 유혹한다. 이런 페이스북 페이지들이 전문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가수 소속사와 결탁돼 있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도 '음원 사재기' 취재에 나섰다. 최근 '그알' 측은 공식 SNS를 통해 "음반 음원 출판 사재기 실태에 대해 잘 아시거나 이를 제안받은 분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불법 조작하는 업체 또는 기술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음원업체가 저작권료를 가수에게 지불하지 않고 갈취한 사기 사건도 있었다. 지난 9월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는 '멜론'을 운영하면서 2009년 이후 5년간 저작권료 182억원을 편취한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 신모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멜론이 카카오에 인수되기 이전 사건이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심스런 IP(인터넷주소)는 차단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론 측에 수차례 걸쳐 대응책이 무엇인지 요청했지만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 실시간 차트 폐지하고 종합평가해 공정성 확보해야

멜론 실시간 차트를 겨냥한 '음원 사재기 의혹'으로 공신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미 음원 실시간차트는 '콘크리트 차트'라 불리며 공신력을 잃은지 오래됐다. 멜론·지니뮤직·플로·벅스·소리바다·바이브 등 음원업체가 심야시간대인 오전 1~7시 실시간 차트를 반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을 적용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 종료된 멜론뮤직어워드(MMA) 온라인 투표도 실시간차트에 오른 가수에 유리하고 분야별 1위 몰아주기 투표방식이라서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실시간 차트를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은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한 방송에서 "실시간 순위가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는 진정한 인기인지 음악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차트 그 자체가 공신력을 가지려면 종합적인 평가와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일정한 기간 안에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서 공정한 평가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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