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예스(YES)' 할 때 '노(NO)'라던 라인게임즈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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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예스(YES)' 할 때 '노(NO)'라던 라인게임즈의 ‘소신’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11.2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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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게임과 콘솔게임, PC게임과 웹게임, 모바일게임의 시대를 거쳐 오면서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하드코어 게임이 항상 가장 나중에 온다는 것이다. 캐주얼게임에서 시작해서 미드코어, 하드코어 게임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게임 업계의 사이클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2000년부터 열렸다. 캐주얼게임과 미드코어게임까지 발전했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하드코어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10년 뒤인 2010년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다시 모바일게임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다시금 캐주얼게임이 유행했다. 카카오게임 열풍도 시장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애니팡이고, 라인게임즈(구 넥스트플로어)의 캐주얼게임 드래곤플라이트도 큰 인기를 끌었다. 탄막슈팅이라는 다소 하드코어한 장르를 보들보들한(?), 감각적이면서도 소프트한 그래픽으로 풀어내면서 '아줌마도 하는' 캐주얼하면서도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라인게임즈는 퍼즐게임인 '팡' 시리즈가 유행하던 당시, 대세를 따르지 않고 슈팅게임이라는 장르를 소신있게 만들어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창세기전과 블레이드앤소울의 일러스트 김형태 작가가 대표로 있는 시프트업과 함께 선보인 '데스티니차일드'도 라인게임즈의 소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년 당시만 해도 모바일게임 시장은 현재와 상당히 달랐다. 당시는 캐주얼에서 미드코어게임인 액션 RPG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다. 데스티니차일드가 출시되던 그때 세븐나이츠가 부동의 구글 매출 1위였고, 별이되어라와 서머너즈워와 같은 액션 RPG가 잘 나갔다. 물론 이후 시장을 지배했던 넷마블의 MMORPG 리니지2레볼루션이 나오기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밀리언아서의 성공 이후 TCG 장르는 이미 흥행이 지난 장르였고, 세븐나이츠의 성공으로 많은 국내 개발사가 2015년부터 액션 RPG에 방향을 맞추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한물 간 TCG '데스티니 차일드'를 서비스한다는 넥스트플로어에 쏟아지는 걱정과 비난이 적지 않았다. 또 일러스트의 선정성 때문에 18세 이용가를 받았는데, 성인용 게임은 흥행이 어렵다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데스니티차일드는 출시 닷새 만에 양대 마켓 1위를 달성한다. 느리지만 소신있게 TCG를 선택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이번 '엑소스히어로즈'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2019년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캐주얼과 미드코어를 거쳐, 하드코어 장르인 MMORPG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1, 2위의 대형 게임사들까지 뛰어들어 대작을 쏟아내는 레드오션이 됐다. ARPPU가 높은 MMORPG가 아니고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그런데도 라인게임즈는 MMORPG가 아닌 미드코어 장르인 수집형 RPG인 '엑소스 히어로즈'를 들고 나왔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본격적인 퍼블리싱 첫 타이틀 '퍼스트 서머너즈'가 불발이었기 때문에 '엑소스 히어로즈'의 흥행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MMORPG 경쟁 속에서 몇 년이나 흥행이 지난 수집형 RPG를 들고 나왔다는 자체가 업계의 기대치를 떨어트렸다. CBT도 좋지만은 않았다. '예쁜 게임'이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게임이라는 평이 많았다. 비행정을 오가는 것도 힘들었고, 최적화, 튕김 현상에 대한 건의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게임이 출시되고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예상과 달리 대박이 터졌다. 구글 매출 30위권만 해도 잘 한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5위까지 오른 것. 사용자들은 엑소스 히어로즈의 콘솔급 그래픽과 게임성에 환호했다. 그래픽, 스토리, 콘텐츠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 브레이크 시스템과 상성 등 전략적인 요소도 어필했다. CBT에서 불편했던 점을 모두 고쳤다 했다.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메뉴간의 '이동'이다. 이마저도 라인게임즈의 소신인줄은 모르겠으나, 라인게임즈는 초지일관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뚝심 있게 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성과를 냈다. 돌이켜 보면 2-3년 유행이 지난 게임이라도 소신 있게 밀어붙이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남들이 모두 액션 RPG라고 할 때 TCG를, 남들이 모두 MMORPG라고 할 때 수집형 RPG를 선택한 라인게임즈를 보면 2001년 'YES도, NO도 소신있게'라는 동원증권 CF가 떠오른다. 유오성이 출연해 모두 예스라고 할 때 NO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1명을 위해 4명이 짜고 실험을 했더니, 4명이 틀리게 얘기하면 나머지 한명도 틀린 답을 얘기하더라는 것. 예를 들어 1+1이라는 쉬운 문제를 냈는데도, 무려 30%가 넘는 사람들이 4명을 따라서 틀린 답을 얘기했다는 통계다. 하물며 하나의 작품을 개발하는데 수십, 수백억이 왔다갔다하는 게임 업계에서 소신 있는 게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신 있는 게임 선택으로 귀중한 성공을 일군 라인게임즈가 차기작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 된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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