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 대통령 親書에 언론 통해 답신...김정은 한·아세안 회의 초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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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문 대통령 親書에 언론 통해 답신...김정은 한·아세안 회의 초청 거부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22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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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김정은 한·아세안 회의 초청 거부... 남북관계 불만 드러내
- 문 대통령 친서에 중앙통신 논평으로 응답…관계 경색 나타나
- 대남 비난은 절제…문 대통령 친서 답신 의식한 듯

북한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 언론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한미공조를 남북관계보다 우선하는 기조에서는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봐야 쓸모 없다는 북한 지도부의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위원장의 부산 한·아세안 회의 초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 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초청 거부 이유가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대북 인식과 여론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임을 지적한 것이다.

통신은 "지금, 이 순간에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관계 문제를 들고 미국으로의 구걸행각에 올랐다니 애당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며 비난했다.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 당시 남북 정상[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나 다양한 합의를 이뤘지만 한미 당국의 대북제재 공조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부산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봐야 앞으로도 미국의 허가 없이는 남북관계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판단임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친서에 김 위원장의 답신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평양에서의 합의대로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내년에는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고 했었다.

당시 북한이 문 대통령에 기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때였고 남북관계는 정상회담 직후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문 대통령에 대해 그동안 보였던 거친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4월 전 세계에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며 외무성 당국자들이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했던 것과 대비된다.

비록 언론 논평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직접 보낸 친서에 대한 답이라는 점을 고려해 나름의 예우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측에 대한 불만에도 북미대화 우선 기조 속에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우철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은 "나름의 예의를 갖춘 것은 의미가 있다"며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원치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다만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북미 관계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며 "'외세에 의존하는 남체제'를 비판해 상대적으로 북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햇다. 이를 통해 내부결속을 노렸고, 한미 양측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향후 전개될 북미회담에 대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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