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인사⑥ 키워드 'STORM'] 연말 '감축·이공계·오너·평판·융합형' 폭풍...직원 1만명 구조조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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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인사⑥ 키워드 'STORM'] 연말 '감축·이공계·오너·평판·융합형' 폭풍...직원 1만명 구조조정 '위기'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1.1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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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임원 인사 특징 'STORM'…Short, Technology, Owner, Reference, Multi-player 의미
-100대 기업 기준 내년 임원 100명 이상 감축…4차 산업혁명 대비 이공계 출신 임원 전진 배체 예상
-젊은 오너 등장으로 6말7초 임원으로 세대교체 빨라지고…평판조회 강화 및 십자(+)형 융합 인재 부각

올 연말 단행될 임원 인사 키워드는 폭풍을 의미하는 ‘STORM(스톰)’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원이 100명 감축되고 직원 1만명이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 김혜양)는 19일 ‘키워드로 살펴본 2020년 임원 인사 특징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연말 임원인사 키워드로 'STORM'을 제기했다. 

유니코써치가 밝힌 'STORM'은 ▲Short(임원 감축) ▲Technology(4차 산업혁명 이끌 이공계 출신 인재 두각) ▲Owner(젊은 오너 등장으로 빠른 세대교체) ▲Reference(성과 이외 평판조회 강화) ▲Multi player(두세 분야 섭렵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부각)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키워드다.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임원 감축(Short)’이다. 

유니코써치는 "기업들의 경영 악화와 불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기존보다 더 줄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할 때 내년 임원 숫자는 올해보다 100명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1년 6610명→2012년 6818명→2013년 6831명이었다가 2014년에는 721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로 5년이 지난 2019년까지 임원 숫자는 7000명 이상을 넘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2015년 6928명→2016년 6829명→2017년 6900명→2018년 6843명으로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작년과 동일 기준으로 파악한 임원 숫자는 올해 6750명으로 전년도보다 100명 정도 감소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00명(1.5%↓) 이상 줄어든 6650명 수준을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11년 6610명 수준까지 임원 숫자가 쪼그라들게 된다는 의미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임원을 10~30% 이상 감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임원 25%를 감축했다.

문제는 대기업에서 100명의 별(★)이 사라지면 이로 인한 여파로 직원도 1만 명 정도 줄어들 공산이 커진다는 점이다. 최근 100대 기업 내 직원과 임원 비율은 100대 1 수준이다. 직원 100명당 임원 1명 꼴이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임원 100명의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1만 명에 상당하는 직원도 그만큼 구조조정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임원 감소→직원 축소’라는 점에서 2020년 임원 인사는 어느 때보다 매서운 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원 감축 상황 속에서도 이공계(Technology) 출신 임원들은 승진과 발탁 인사에서 크게 약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사업을 재편하고 있어 이를 주도할 AI와 로봇, 바이오, 빅데이터 등 분야의 임원 확보도 중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업종에서 이공계 출신 임원을 확보하려는 인재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이공계 출신 중용 바람은 신임 임원은 물론 CEO까지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유니코써치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1000대 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은 올해 처음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고경영자급에서도 기술력과 현장에 밝은 이공계 출신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1000대 기업 내 이공계 출신 CEO는 2010년 43%→2011년 43.9%→2013년 45.3%였는데 2019년 올해 처음으로 51.6%로 절반을 넘어섰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전쟁 시대에서는 엔지니어 출신의 이공계 CEO의 활약이 더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제조 업종에서 CEO 수장이 바뀐다면 상대적으로 이공계 출신이 올 연말 내년 초 임원 인사 명단에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전화기’ CEO들이 크게 각광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전화기' CEO는 대학에서 전자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를 의미한다. 1000대기업 이공계 CEO 중 2019년 전화기 CEO는 18.9%로 20%에 달했다.  

2020년 임원 인사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젊은 오너(Owner)들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한 템포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60년대 말~7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오너 2~4세들이 전면에 등장해 리더십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 젊은 오너들은 빠른 조직 장악력과 자신의 경영 색깔을 좀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우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

따라서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6말7초’ 젊은 임원들이 2020년 임원 인사에서 크게 발탁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실제 2018년과 2019년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50년대 말과 60년대 초반 사이는 전체적으로 8% 가량 줄어든 반면,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는 8%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임원 연령대만 놓고 보면 이미 5말6초에서 6말7초로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 임원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사업 속도가 빠른 전자와 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70년대 초반생들이 임원 승진에서 대거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강화해 임원 승진과 발탁 등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보여진다. 성과 이외에 갑질, 횡령, 폭행, 성희롱, 각종 위·변조 행위 등 대내외적인 평판이 임원 승진에 결정적 요소가 된 것.

예전에는 다소 불미스러운 점이 발견되더라도 경영 성과가 좋으면 이를 덮고 가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빠른 여론 확산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평판이 좋지 않으면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소비재 업종에 있는 기업일수록 평판 조회를 통한 임원 인사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소비재 업종의 경우 여론의 흐름을 한 번 잘못 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영진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여러 산업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십자(+)형 융합 인재도 2020년 임원 인사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십자형 인재는 단순히 직무 중심이 아니라 이종(移種)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통 업체이면서 컨설팅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든지 물류업과 빅데이터, 금융업과 IT, 제조업체와 AI 등 서로 다른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갖춘 멀티형 인재가 여기에 속한다. 현대자동차는 융합형 인재를 인재상 기준으로 정하기도 했다. 

한편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매년 기업에서 어떤 임원 인사가 승진 명단에 발표되고 어느 새로운 인재들이 기업의 별을 달고 있는 지를 살펴보면 그 기업의 향후 사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며 “올 연말 내년 초 임원 인사는 미·중 갈등과 한·일 경제전쟁, 전세계에 불어 닥친 불황 여파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임원 인사도 화창하고 맑기 보다는 강한 바람이 동반된 폭풍 같은 다소 궂은 날씨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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