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는 30여년 동안 게임계의 현역으로 뛰는 몇 안되는 유명 개발자다. 그는 SF적인 세계관이나 밀리터리 등을 좋아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적인 게임을 만든다. 그의 이름이 유명해진 것은 PS1 시절의 메탈 기어 솔리드이지만,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걸작 어드벤처 게임 스내처와 메탈 기어 솔리드의 모태인 메탈기어 1, 2 같은 걸작 게임을 탄생시켰다. 코지마 히데오는 특유의 근미래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소설가로서 활동해도 좋을 만큼 멋진 스토리를 쓰며, 영화적인 연출도 잘 한다. 그래서 그의 게임은 언제나 영화적인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스탭롤에도 그의 이름이 여기 저기에서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마디로 다양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게임은 오픈 월드이고, 액션 게임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전투나 액션은 이 게임의 메인이 아니다. 메인은 어디까지나 화물 배달,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게임 구성이다. 오픈 월드에서 계속해서 배달을 반복하는 퀘스트를 한다면 분명히 지겨울 것이다. 중간 중간에 배달과는 다른 여러 퀘스트들이 조합되어 있어야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계속해서 A에서 B 지점까지 어떠한 화물을 배달만 하는 것이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놀랍게도 재미있다. 물론 사람의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배달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배달을 위해 많은 짐을 지거나 들고, 이동하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도 잘 잡아야 하고, 험난한 길을 탐험하며, 여러 도구를 사용하여 길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는 것이다. 또 사람이기 때문에 한번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고, 많은 짐을 실을수록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화물이 파손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코지마 히데오 답게 잘 짜여진 세계관과 등장 인물, 그리고 스토리, 멋진 그래픽과 영화 배우들이 등장하는 멋진 이벤트 장면들도 여전하다. 물론 이 게임이 과도한(특히 게임 초반부) 이벤트 장면과 약간은 난해한 용어들로 인해 게임 초반부에 적응을 하기 힘든 유저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게임을 하다 보면 용어들이 의미하는 부분들은 금방 알 수 있다. 이 게임은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다. 빠른 전개의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취향에 안맞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배달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이렇게 거대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나 과거 저니 같은 게임처럼 독창적인 네트워크 게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게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최근 게임들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자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작아지고 인기 게임의 장점들만 합친 비슷 비슷한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게임은 인디 게임 같은 도전 요소와 대작 게임의 요소들이 잘 합쳐진,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