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치료 새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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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치료 새길 열렸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1.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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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연세대 연구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면역세포 T세포 기능 억제 사실 밝혀
암세포에서 생성된 VEGF 저해제와 면역항암제를 병합 치료하면 T세포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성화시켜 항암치료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진=카이스트]
암세포에서 생성된 VEGF 저해제와 면역항암제를 병합 치료하면 T세포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성화시켜 항암치료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진=카이스트]

면역세포가 왜 암세포에 약해지는지 그 원인이 파악됐다. 암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민병소, 김호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암 환자의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억제해 면역반응을 회피하게 만드는 핵심원리를 발견했다. 최근 유행하는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암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 환자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면역세포, 특히 T세포의 기능이 현저히 약해져 있다. T세포 기능이 약해지는 주된 이유는 T세포가 ‘PD-1’이라는 억제 수용체를 지나치게 많이 발현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면역항암제도 바로 이 PD-1 억제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해 T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면역항암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투여받은 암 환자 중 일부에게만 치료 반응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가 암 환자의 T세포 기능이 약해지는 다른 이유를 활발히 찾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공동 연구팀은 그동안 혈관형성인자로만 알려졌던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라는 혈관형성인자 단백질이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을 약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종양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암세포는 혈관내피성장인자를 과다 생성하고, 이 때문에 암 조직에는 혈관이 과다 생성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혈관내피성장인자가 혈관 형성 이외에도 T세포 억제라는 중요한 작용을 통해 암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했다.

암세포에서 생성된 혈관내피성장인자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T세포에 톡스(TOX)라고 부르는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한다. 톡스는 T세포 기능을 억제하고 약화하는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기초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암 성장을 막을 목적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가 이미 개발됐기 때문에 연구팀이 새로 발견한 혈관내피성장인자의 T세포 기능 억제작용을 근거로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를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한다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면역항암제와 혈관내피성장인자 저해제를 병합 치료하면 우수한 항암 효과가 있음을 동물 모델에서 증명했다.

신 교수는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상세히 연구함으로써 임상 치료 전략을 제시하게 된 중요한 연구”라며 “앞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면역기전 연구와 면역항암제 개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곤 연구원, 장미 연구교수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11월 8일 자 온라인판(논문명 : VEGF-A drives TOX-dependent T cell exhaustion in anti–PD-1–resistant microsatellite stable colorectal cancers)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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