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성도에 새로운 시도 발목 잡힌 'WWE 2K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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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완성도에 새로운 시도 발목 잡힌 'WWE 2K20'
  • 김형근
  • 승인 2019.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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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에서 최근 PS4, XBOX ONE, 그리고 PC용으로 선보인 프로레슬링 게임 'WWE 2K20'은 프로레슬링 기업 '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이하 WWE)'의 공식 비디오게임으로 매년 발매되고 있는 'WWE 2K'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번 게임은 '안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을 권하는 'Step Inside'라는 부제 아래 유저들에게 WWE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물론 선수들의 경험과 경기장의 분위기까지 선보이고자 했다.

'WWE 2K20'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게임의 표지 모델로 전 세계 챔피언 로만 레인즈(Roman Reigns)와 함께 '로우(RAW)' 브랜드의 현 여성부 챔피언인 베키 린치(Becky Lynch)가 선정됐다는 점이다. 여성 레슬러가 WWE 게임 속에서 표지 모델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00년 플레이스테이션1 용으로 발매됐던 '스맥다운!' 시리즈 최초 작품에서 차이나(Chyna)'가 다수의 남성 선수들과 함께 등장했던 것 이후로 처음 있는 일로, 최근 몇 년째 WWE 내에서 지속되고 있는 캠페인 '위민스 레볼루션(The Women's Revolution)'의 영향으로 여성 레슬러들의 영향력이 WWE 내에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분위기는 게임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WWE 2K20'의 메인 메뉴 중 하나인 '2K 쇼케이스'는 '위민스 레볼루션'을 주제로 삼고 캠페인의 중심에 있었던 네 명의 여성 레슬러인 베키 린치, 샬럿 플레어, 사샤 뱅크스, 베일리가 어떻게 WWE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변화시켰고 WWE를 대표하는 레슬러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다양한 방식의 경기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시간 변화에 따라 매 해의 복장과 분장을 반영해 WWE의 다른 선수들보다 이 네 선수의 선택의 폭이 넓다.

또한 게임 유저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이 캐리어' 모드에서는 기존의 'WWE 2K' 시리즈와는 다른,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의 커플이 어떤 과정을 거쳐 WWE의 스타로 성장하는지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 이야기 속에는 수 많은 경기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경기를 통해 획득한 포인트로 선수들을 성장시켜 보다 강력한 모습을 어필해야 한다.

이 외에도 게임의 기술 사용을 조금 더 세분화하기 위해 변경된 조작 방법이나,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가 혼성 팀을 맺고 대결하는 새로운 방식. 스토리 기반이지만 과거 아케이드 게임처럼 유저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상대 선수들을 물리치며 위로 올라가야 하는 '2K 타워스'와 같은 요소들은 단순히 프로레슬링 경기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WWE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을 잡히게 되는데, 바로 게임의 완성도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전 게임들 역시 초기 버전의 경우 버그가 다수 존재했지만 발매 당일에 맞춰 '데이 원 패치'를 적용해 이 중 대부분을 수정하고 유저들이 최대한 불편함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뒤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WWE 2K20'은 '데이 원 패치'가 적용되고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에 유저 입장에서는 돈을 들여 게임을 구입하고도 속이 터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우선 캐릭터의 모델링 수준은 지난해 버전의 게임과 비교하는 영상을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클로즈업 장면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 내가 지금 만들다 만 공포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괴한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일부 유저들은 과거 플레이스테이션 2때 나왔던 게임을 다시 보는 기분이라고 반응을 보였는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게 된다.

또한 경기장 배경의 그래픽이 깨지거나 메뉴가 사라지는 등의 시각적인 문제, 경기 진행 중 기괴한 모습을 모이며 화면 곳곳을 엄청난 속도로 굴러다니거나 로프에 걸려 줄넘기를 하는 듯한 동작의 글리치 현상, 특정 상황에서의 무한 로딩과 프리징, 튕김 현상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수준의 시스템 문제도 종종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유저들은 이 게임 시리즈가 지난해까지는 일본의 개발사인 유크스(Yuke's)와 비주얼 콘셉츠(Visual Concepts)의 공동 개발하는 형식으로 제작이 이뤄졌으나, 올해부터 유크스가 손을 떼고 비주얼 콘셉츠가 단독으로 개발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유크스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캐릭터 모델링이나 그래픽, 그리고 시스템을 기존 소스의 활용 대신 독자적으로 만들면서 전작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물론, 비주얼 콘셉츠의 다른 종목 게임에 스타일을 맞춰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게임을 무리하게 개조하면서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에 게임을 발매한 2K가 2주에 걸쳐 수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검수에 들어갈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과연 약속한 2주라는 시간 안에 최소한의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믿음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기다림을 선택한 대다수 유저들은 2주는 아니어도 좋으니 최대한 게임을 게임답게 즐길 수준으로는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겠지만, 유저의 인내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기에 이 인내의 기준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갈 경우 'WWE 2K20'이 시리즈 최악의 게임으로 남는 것은 물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역시 많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개발사인 비주얼 콘셉츠는 이 위기 상황을 잘 타개하고 시리즈를 이어갈 자격을 유저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부디 최악의 상황만은 맞이하게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형근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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