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분열의 시대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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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분열의 시대 촉진
  • 조원영
  • 승인 2016.07.0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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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유럽 합중국을 목표로 했던 윈스턴 처칠의 꿈은 좌절됐다실현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에서 약 52:48로 EU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이로써 EU 안에서 GDP 2위, 인구 3위인 영국이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유럽 공동체를 떠나게 됐다.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자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격랑을 겪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직 글로벌 경제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고 이같은 침체 속에서 주요 국가들이 보호무역 주의를 강화하고 있던 때에 예상치 않은 또 하나의 충격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단기적 파급보다도 더욱 우려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이상 형성되어 온 국제 질서가 이전에 없던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장 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영국의 뒤를 이어 EU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영국 내에서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이 분리 독립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각기 제 살 길을 찾는 움직임이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하다. 우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주의를 강력히 내 걸고 있는 민주당의 트럼프 후보가 힘을 얻을 수도 있으며,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일부 주에서 미 연방 탈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옛 소련 지배권에 있었던 동유럽 국가들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가 「영국은 그들의 나라를 되찾았다. 그것은 위대한 결정이다」라고 북을 치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EU 탈퇴가 세계 안보에도 큰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중동․유럽에서 민주주의를 잠식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강해질 것이며,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국제 연합군의 IS 격퇴 작전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공동체는 1958년 서독․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벨기에․룩셈브루크 등 6개 나라가 석탄 및 철강 공동시장을 목표로 유럽 경제 공동체(EEC)를 구성한 것이 효시였다.

이후 67년 유럽공동체(EC)로 발전했으며 영국은 73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접고 EC에 가입했다. 그 후 1993년 정치통합으로까지 발전한 것이 EU다. 2002년에는 공동 화폐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하나의 유럽」으로 더욱 다가 섰다.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남유럽 지역 회원국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난민․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치안 불안과 일자리 상실 등이 EU 회의론을 급속히 확산시켰다.

이 번 브렉시트로 한국 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치렀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음으로써 저성장 시대를 고착시킨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예상보다 더 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 동안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미약하나마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이제는 환율 불안정 등으로 주요 산업들이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 간 해운․조선 산업이 더욱 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EU시장에 수출을 늘려 온 중국의 타격과 함께 한국 중간재 산업도 침체를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에서도 세대 갈등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번 국민투표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8~24세는 73%, 28~34세는 62%가 EU 잔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면에 65세 이상에서는 60%가 탈퇴를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세대 간 갈등이 앞으로 영국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 다음 날 런던 의사당 앞에서 10대 수백 명이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다」라는 문구를 쓴 피킷을 들고 시위를 한 것으로도 보도됐다.

약 5천만 명의 사상자를 낸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럽과 미국 지도자들은 이념을 초월한 통합으로 세계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처칠은 UN(United Nations) 설립에 나서고 1946년 당시 영국 총리 신분으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유럽 대륙이 평화와 안전, 자연 속에서 살 수 있게 유럽합중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그 꿈이 실현되지 못 하고 거꾸로 세계가 분열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리더십 위기를 실감치 않을 수 없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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