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식별할 수 있는 단일 유전자 신분증(DNA 표지)가 최초로 개발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유전체 연구를 통해 일반적 유전자로 구분하기 힘들었던 두 종의 유전자 신분증 개발에 성공했다고 31일 발표했다.
기러기목 오리과인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주요 조사 대상에 속한 조류다.
두 종은 다른 야생 조류와 달리 일반적 종 식별 유전자로는 구별되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 조사에서 확인이 어려웠다.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용도인 종 식별 유전자로는 동물에는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 씨오원(COI) 유전자가 사용된다.
다만,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때 비슷한 시기에 분화한 까닭에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 서열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동물 종을 식별할 때 사용하는 미토콘드리아 씨오원(COI) 유전자는 물론 미토콘드리아 전체 디엔에이(DNA) 서열상에서도 종 간 차이가 거의 없다.
이번 연구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의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삽입-결실(indel) 영역을 비교·분석해 종 식별 유전자신분증(DNA 표지)을 개발했다. 삽입-결실은 유전체 상의 어느 영역에서 적게는 1개, 많게는 1만개 DNA 서열이 삽입되거나 결실되는 것으로 종 식별이나 생물계통 연구에 이용된다.
연구진은 두 종의 유전체 비교 결과 7곳의 삽입-결실 영역을 확인했다. 흰뺨검둥오리 16마리와 청둥오리 30마리를 대상으로 검증 실험한 결과 최종 1개의 삽입-결실 영역에서 두 종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을 확인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결과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오리류 분변을 대상으로 오리류의 종 식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직접적 개체 포획이 어려운 경우, 깃털이나 분변 등 흔적 시료를 이용한 조류의 생태와 유전적 특성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생물자원의 과학적 보전‧관리를 위해 DNA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물종 식별과 관련 기술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