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제개혁연대 “이재용 파기환송심 공정해야...재판부 훈계, 업무 범위 벗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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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제개혁연대 “이재용 파기환송심 공정해야...재판부 훈계, 업무 범위 벗어난 것”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0.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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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임해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 대해 “재판장이 기업인출신 피고인에게 경제·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과 당부를 한 것은 재판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7일 논평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단순한 훈계 차원을 넘어 양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준법감시제도의 부재에 따른 것이며, 향후 삼성의 내부통제장치가 강화된다면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은 재판을 함에 있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데, 이번 재판장의 발언으로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정두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정두용 기자]

다음은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논평의 전문이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뇌물죄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정준영 형사1부 부장판사)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조언과 당부를 한 것이 화재가 되었다. 재판장은 이 사건을 삼성전자 총수와 고위직 임원들이 연루된 중대범죄로 규정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적인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이 사건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는 점에서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재벌총수가 기여해야 하며,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상기시키며 총수로서 해야 할 일을 당부하였다.

비록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하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재판장이 기업인출신 피고인에게 경제·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과 당부를 한 것은 재판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향후 재판의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먼저, 재판장의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발언은 단순한 훈계 차원을 넘어 양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재판장은 “삼성 내부에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강화된 내부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은 이 사건의 본질은 준법감시제도의 부재에 따른 것이며, 향후 삼성의 내부통제장치가 강화된다면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둘째, 재판장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만큼 삼성전자는 내부통제장치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파기환송심 선고 전에 발표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는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 다투겠다고 입장을 밝힌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선택지일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재판장은 자신의 조언을 성실히 이행한 피고인에게 과연 엄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그럼 국민들은 재판장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법관은 재판을 함에 있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데, 이번 재판장의 발언으로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재판장이 재벌범죄의 폐해로 공정경제의 훼손과 국가 혁신경제 장애를 든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재벌범죄가 반복되는 것에 사법부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개혁연구소의 보고서(홍대운·강정민, 2013.9.25.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분석” 경제개혁리포트 2013-13호)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횡령·배임액 규모가 커질수록 양형기준에서 정한 하한을 이탈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경우 양형 가중사유보다 감경사유를 두 배 가까이 많이 적용하였으며, 심지어 양형 사유를 설시하지 않은 집행유예 판결도 다수 확인되었다. 이 집행유예 판결 대부분은 재벌범죄로 분류되는 사건들이다. 물론 과거와 같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양형사유에 언급하는 일은 양형기준 시행 이후 거의 사라졌지만, 재벌에게만 온정적인 사법관행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이다.

사법부는 재벌범죄에 대한 사법 불신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재판부에게는 당부드린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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