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잇따르는 ESS 화재,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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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잇따르는 ESS 화재, 벗어날 수 있을까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0.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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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생산 비용 40% 낮춘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생산 공정 개발
연구에서 개발된 촉매반응기와 이를 이용한 전해액 연속 제조.[사진=카이스트]
연구에서 개발된 촉매반응기와 이를 이용한 전해액 연속 제조.[사진=카이스트]

최근 LG화학과 삼성SDI 등에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7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LG화학이 만든 제품에서 15건, 삼성SDI가 9건이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재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 발화성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김희탁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곽병성) 에너지소재연구실 이신근 박사 공동연구팀이 생산 비용을 40% 줄인 바나듐 레독스(Vanadium redox) 흐름전지 용 고순도 전해액 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리튬이온전지 기반 대용량 ESS의 발화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수계 전해질을 이용하는 비 발화성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안전성뿐 아니라 내구성과 대용량화 장점이 있어 대용량 ESS 응용이 기대되고 있었다. 문제는 리튬이온전지 대비 높은 가격으로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의 부품 소재 중 바나듐 전해액은 전지의 용량, 수명과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이다. 전체 전지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나듐 전해액의 저가격화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시장 확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바나듐 전해액은 3.5 가의 산화수를 가진다. 이는 5가의 바나듐옥사이드(V2O5) 전구체를 전기분해를 이용해 환원시켜 제조된다. 전기분해 방식은 고가의 전기분해 장치가 필요하고 에너지 소비가 크며 전기분해 중 생성되는 높은 산화수의 전해액의 재처리가 필요하다. 이에 전기분해 방식을 벗어나 화학적으로 바나듐을 환원시키는 공정이 전 세계적으로 연구됐는데 환원제의 잔류물에 의한 전해액 오염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김 교수와 이 박사 공동연구팀은 유기 연료전지의 촉매 기술을 응용해 잔류물이 남지 않는 환원제인 포름산의 활성을 증대시켜 바나듐을 3.5가로 환원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시간당 2리터(L)급 촉매 반응기를 개발했고 연속 공정을 통한 고순도의 3.5가 바나듐 전해액 생산에 마침내 성공했다.

이번 촉매반응을 이용한 제조공정은 전기분해 방식 대비 효율적 공정 구조를 가져 생산 공정 비용을 40% 줄일 수 있다. 촉매 반응기를 통해 생산된 전해액은 기존 전기분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해액과 동등한 성능을 보여 그 품질이 검증됐다.

김희탁 카이스트 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장 교수는“촉매를 이용한 화학적 전해액 제조기술은 원천성을 가지고 있어 비 발화성 대용량 ESS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신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 박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된 촉매 반응기를 통해 기술의 산업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허지윤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9월 27일 자 온라인판(논문명: Catalytic production of impurity-free V3.5+ electrolyte for vanadium redox flow batteries)에 실렸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폭발에 대한 위험이 없고 장기간 구동에 적합한 전지 안정성과 높은 에너지 효율 등이 장점이다. 리튬이온전지와 더불어 대용량 ESS용 이차전지 중 가장 산업화에 근접해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리튬이온전지 ESS의 화재로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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