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뷰티업계도 덮친 'D의 공포'...'초저가 경쟁'에도 소비자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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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뷰티업계도 덮친 'D의 공포'...'초저가 경쟁'에도 소비자는 불안
  • 박금재 기자
  • 승인 2019.10.2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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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도 '초저가 경쟁' 돌입...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불신과 소비 위축 현상 심화
네이처리퍼블릭이 초저가 상품을 출시했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깊게 깔린 가운데, 뷰티업계 또한 디플레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채널과 이마트 등의 오프라인 유통채널 사이의 초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며 소비자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9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를 기록해 물가상승률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뷰티업계도 물가 하락 흐름과 맞물려 초저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자사의 제품을 '초심' 프로젝트라는 명목 하에 10년 전 가격으로 선보였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새로 출시한 틴트 제품의 경우 3300원이고 크림은 4900원으로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미샤를 비롯한 많은 로드샵 또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곧바로 30~50%에 달하는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초저가 화장품을 놓고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 제품 품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등 전 과정에 걸친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가격 할인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갖춘 품질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 하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 악순환 구조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력 감소'로 시작해 '저가 출혈경쟁 확대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에 소비자들은 물가가 계속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돼 소비가 더 하락하는 국면을 맞도록 돼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저물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오르기만 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정부 발표에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저물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오르기만 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정부 발표에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디플레이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뷰티기업들이 초저가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저가 출혈경쟁 확대' 단계에 놓여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화장품 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소비가 위축돼 뷰티시장은 장기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로드샵의 탄생 자체를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다. 로드샵은 한국이 지난 1997년 IMF사태를 겪으며 경기가 극도로 악화됐을 때 '초저가 화장품'을 내세우며 급부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로드샵이 '초저가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는 현상이 1997년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 측은 디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재의 저물가 상황을 놓고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보다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며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또한 "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에 1%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

뷰티업계에서는 정부 측의 의견처럼 초저가 경쟁이 하루빨리 끝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길 고대하고 있다. 

중국의 '럭셔리'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가 제품을 내놓아야 하지만 한국의 '가성비' 트렌드와는 부합하지 않아 많은 뷰티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화장품 출시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는 커녕 품질에 대한 불신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에 위축된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포기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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