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또 ‘항공안전 2등급국가’로 전락하나...항공사고 예방 ‘안전위협정보 자율보고’, 호주의 2.8% 수준
상태바
[국감] 또 ‘항공안전 2등급국가’로 전락하나...항공사고 예방 ‘안전위협정보 자율보고’, 호주의 2.8% 수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0.21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전등급 평가에 반영될 항공사고 예방을 위한 조종사 피로관리시스템, 도입 진전없어
- 박홍근 의원 "2009년 이후 항공교통량은 2배 늘었으나 항공관제사는 오히려 줄어"

2020년 8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안전권고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수검(USOAP: Universal Safety Oversight Audit Program)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는 항공안전 등급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사로 우리나라는 2000년 ICAO의 낮은 평가(79.79%)와 함께 2001년 8월 미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국가로 지정 받은 바 있다.

2등급 판정을 받으면 해외 신규노선 뿐 아니라, 기존 해외 항공사와의 제휴노선에도 제한이 가해져 당시 항공사가 밝힌 피해 예상금액만 연 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ICAO의 평가 결과는 각국의 항공안전 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국적사의 노선확장, 항공사간 코드쉐어, 항공제품 수출, 항공인력 해외 취업시 활용되는 신인도와 경쟁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항공안전등급은 1,2등급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성공 또는 실패(Pass/Fail) 개념이다.

ICAO의 안전수검을 앞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의원(중랑구을)은 수검항목에 대한 대비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에 대한 자료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하였다.

우선 박 의원이 안전관리제도(SMS, Safety Management System, 이하 SMS)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SMS는 ICAO에서 선제적인 항공사고 예방 활동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제도로, 핵심은 항공안전 현장에서 일하는 항공기조종사나 관제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위협 정보를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항공안전에서 사고 직전의 준사고나 사고는 의무보고대상으로 이에 대한 통계는 당연히 집계되지만, 조종사나 관제사 같은 현업근무자들이 알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안전위협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ICAO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러한 항공안전 현업종사자들만 알고 있는 안전위협 정보를 자율보고를 통해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전위협 정보 자율보고는 2012~2018년까지 7년간 1,031건으로 매우 저조한 편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항공기 운항편수를 가지고 있는 호주와 비교해보면, 호주는 5년간 연평균 5,590건의 자율보고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58건을 자율보고하는 것으로 드러나 호주의 2.8%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자율보고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현업종사자들은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ICAO는 자율보고를 비처벌(혹은 감면)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도 자율보고를 처벌의 근거로 사용하진 않는다.

항공안전 분야에선 개인의 작은 실수를 처벌하는 것보다 실수가 반복되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정보를 집적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또한 항공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종사자의 과로문제를 분석했다.

항공안전 국제민간기구인 항공안전재단(Flight Safety Foundation, FSF)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항공사고를 원인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5,431건의 항공사고 중 운항승무원의 과실로 인한 사고는 113건으로, 이중 피로관련 사고가 21건으로 파악됐다. 

2009년 조종사 과로로 탑승객 49명 전원이 사망한 미국 콜건항공 사고 이후, 국제항공기구들은 운항승무원 피로관리 관련 국제기준을 개정했다.

ICAO는 기존의 획일적 ‘시간제한방식’에서 벗어나, ‘피로위험관리시스템’(Fatigue Risk Management System, 이하 ‘FRMS’)을 도입하고, 운영자가 근무시간을 ‘탄력적 시간제한 방식’이나, ‘FRMS 방식’ 중 각각을 적용하거나, 두 가지를 혼용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도 2016년 12월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형피로관리시스템 구축방안 연구’(용역비 3억원)를 진행했으나,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 의원이 해당 자료를 받아 확인한 결과, 연구 조사는 8개 항공사 512명의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미국, 유럽 등은 최소휴식시간, 시차적응상태, 출발시간, 이착륙 횟수, 기내휴식시설 등급 등을 반영하여 비행시간을 탄력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구용역은 국내 피로관리기준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종료이후 현재까지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항공교통관제사(이하 관제사)의 과로와 관련된 자료도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하였다.

확인 결과, 관제사의 과로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공항은 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되어 무안 공항은 3월 관제사 평균 근무시간이 주야교대로 291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른 공항역시 장시간 근무가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관제사 장시간 근무는 관제사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2009년 대비 2018년의 일평균 항공량 변화와 관제사 현원을 비교해 보면 명확해진다.

인천국제공항의 2009년 일평균 항공량은 555건인데, 2018년엔 1,078건으로 2배 가량 증가한다. 그러나 동기간 관제사 현원은 2009년 99명에서 2018년 96명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제주공항 역시 2009년 일평균 항공량 285건에서 2018년 482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으나, 관제사 현원은 2009년 44명에서 2018년 43명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은 이처럼 관제사 인력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것은 현재 관제사를 공무원으로 채용하여 운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공무원 인력은 채용 시 총액인건비 등에 의해 채용인원과 급여조정에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인원확보가 매우 어렵고, 관제사 인력을 충원한다 해도 관제업무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나 승진 가점 없이 운영되다보니 관제업무를 기피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이로 인해 관제사 총원은 634명이나, 실제로 관제실에 근무하는 근무자는 358명(56.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속기관 사무실이나 국토부 본부, 정보실 등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아직 관제시설별 인력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박 의원은 “안전위협정보의 자율보고, 항공안전 현업종사자의 피로관리시스템 도입, 항공교통관제사 과로문제 등 다양한 안전관련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국토부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항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하며, 아울러 내년으로 다가온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안전등급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