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포항지진 원인 지열발전, 당시 정부 무리한 추진 정황 드러나
상태바
[국감] 포항지진 원인 지열발전, 당시 정부 무리한 추진 정황 드러나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0.18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D 과제에서 탈락했던 ‘넥스지오’, 6개월 뒤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주관사업자로 선정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의 촉발원인으로 지열발전사업이 지목된 바 있다. 이 사업의 주관사인 ‘넥스지오’가 사업자로 최종선정되기 불과 6개월 전에 기초단계의 지열발전 연구개발(R&D) 과제 선정과정에서 기준점수 미달로 탈락했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8일 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 에너지기술개발 신규과제 선정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넥스지오가 100점 만점인 평가점수에서 기준점수인 60점에도 못 미치는 종합평점 50점을 받아 이미 한 차례 탈락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민은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사업의 주관사인 넥스지오가 2010년 12월에야 메가와트(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에 처음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며 “당시 지경부는 2010년 4월부터 의욕적으로‘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nat 구축’과제를 추진했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실이 에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당시 심사표를 보면 ‘넥스지오 컨소시엄’은 경제적 타당성 부족 ․ 높은 해외기술 의존도 ․ 주관기관의 수행능력(경험․규모․인력․자금 등) 미흡 등이 지적돼 정량평가에서 최저 36점을 받는 등 낙제점을 받았다.

김 의원은 “2010년 4월 당시 지경부의 발표와 자료 등을 보면 국내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우선 2015년까지 Pilot Plnat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갑자기 MW급으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냐”며 “이는 마치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는 “MW급 지열발전 기술개발을 신규과제로 추진하겠다던 때는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를 한 달 앞둔 시기로 그때 대통령(VIP) 보고를 위해 작성 중이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에 해당 과제를 포함시키기 위한 것은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2010년 10월 13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MB정부는 차세대 태양전지 등 10대 원천기술 개발을 비롯해 2015년까지 총 40조 원을 투자,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전체 2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지열 분야는 단 두 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비해 기술력이나 산업화 수준이 낮았던 지열 분야를 구색 맞추기용으로 급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파일럿 수준의 과제에서도 탈락했던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결국‘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의 사업수행자로 선정됐다. 그 배경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6개월 간격으로 공모한‘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ant 구축’과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제안요구서, 넥스지오 측이 각각 제출한 사업계획서 그리고 각각의 심사결과를 확인한 결과,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정황들이 발견됐다.

앞서 지적된 바와 같이 2010년 6월 ‘200kW급’ 과제에서는 평점 50점을 받아 탈락했던 넥스지오 측이 6개월 뒤에는 ‘MW급 상용화’ 과제 평가에서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 측을 제치고 종합평점 82.2점을 받아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200kW급 지열발전 Pilot Plant 구축’ 과제 평가 당시 중요하게 고려됐던 점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원실은 2010년 6월 당시 넥스지오 측은 자금 능력, 인력, 규모 등 주관기관의 사업수행능력에 대해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MW급 상용화’ 과제 평가 당시에는 주관기관의 재무건전성과 규모 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관사인 넥스지오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능력에 대해 당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능력이 부족한 주관사가 무리하게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결국 포항지진 원인이 된 것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적 이외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와 별도로 산업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