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대북 제재가 북한이 보다 생산적인 사고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북한이 한층 더 건설적인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중국이 북에 다양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 제재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이 전향적 태도로 협상에 임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중국의 제재 이탈 움직임을 경고하는 동시에 북·중 밀착을 경계하며 가시적 비핵화 조치 등 북한의 협상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제재이행+α'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제임스타운 재단 주최로 열린 '중국 방어와 안보' 콘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와 관련해 우리는 특별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 "스티븐 비건(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과 그의 팀이 스웨덴에서 가졌던 만남과 더불어 우리는 한반도에서 외교를 재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며 "그것이 어떻게 진행돼갈지는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제재 집행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역할을 해왔다"며 "이는 북한이 생산적이길 원하고 그들이 우리와 해결지점에 도달하길 원하는 특별한 마음가짐(a particular mindset)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우리는 이 일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나라가 실제로 기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적 대북 제재 이행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을 향해 "우리가 지금 당장 중국으로부터 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제재 집행 문제에서의 불이행으로, 특히 그들(중국)의 영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선박 대 선박 환적 문제 등이 그렇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그 영역에서 좀 더 잘하기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북한의 3G 이동통신망 구축과 유지에 몰래 관여해왔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7월 보도 관련 질문에 "특정한 안보 관련 보도에 대해 언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보다 개괄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군사적 측면 뿐 아니라 상업 부문과 민간 부문, 인프라에 대한 북한의 현대화와 관련해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계가 존재하며 중국은 북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고 덧붙였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우리는 그들(중국)이 제재 집행에 있어 더 잘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나는 협상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이러한 협상의 보다 건설적인 참석자가 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중국이 도와 줄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조치 압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그런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제 역할을 안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슈라이버 차관보가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있어 보다 건설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하기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슈라이버 차관보는 실무협상을 앞둔 지난 1일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도 제재 유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제재 이완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리며 "우리는 그들이 진로를 바꿔 (대북)제재에 협조하는 쪽으로 더 잘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