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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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의 조건
  • 조원영
  • 승인 2016.06.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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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조선 중기의 개혁파 조광조(趙光祖)의 정치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그 시절엔 개혁을 시도했던 세력이 꺾이면 보따리를 싸고 고향으로 내려가 낚시나 드리우는 것이 아니다.

요즘 같으면 공천을 받지 못 하고 몇 년 기다리다 다음 선거를 통해 다시 부상할 수도 있고, 재보궐 선거를 통해 1~2년 내 권토증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봉건 왕조 때엔 역적으로 몰려 멸문의 화(滅門之禍)를 당함은 물론 친지․동문들까지 수난을 당했다. 조광조 사건은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역사에 기록됐다.

중종 임금의 신임을 받아 대사헌(大司憲), 지금의 검찰총장 직에 올랐던 조광조는 정변을 일으켜 중종을 왕으로 세운 이른바 정국공신(靖國功臣)들이 지나치게 설피며 나라의 에너지를 크게 축내고 있음을 시정하기 위해 이들 공신의 4분의 3을 공신록(功臣錄)에서 삭제토록 했다.

그 저항은 엄청났다. 훈구파(勳舊派)들은 그가 왕위를 노린다고 모함하여 결국 조광조 등 개혁파를 몰아 내며 피바람을 일으켰다.

기묘사화 후 73년만에 임진왜란을 당하고 나라의 기력이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다 끝내 외세의 침탈로 망국의 한을 남겼다. 한 나라의 중기에 접어 들면 개혁을 통해 새로 태어나야만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 「주수구방 기명유신(周雖舊邦 其命維新)」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옛 주 나라가 비록 오래 되었지만 개혁을 통해 나라 운명이 새로워졌다는 뜻이다.

봉건시대가 지나고 민주주의(民主主義)를 만끽하고 있는 요즘 한국의 정치를 지켜 보노라면, 오천만 명의 임금들이 오천만 가지 소리를 외치며 자기 고집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政黨)이란 게 있지만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4·13 총선에서 패한 여당 새누리당의 모습만 보아도 이를 실감케 된다. 풍비박산된 당을 수습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자충수로 와해돼 가는 가운데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하여 19대 국회 폐막 직전에 국회법을 개정하여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수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 국회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행사하면 안 되느니 하고 또 한 차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선 안 된다는 논리는 참으로 궁색하다.

지금까지처럼 국회를 행정부의 심부름이나 하며 거수기 노릇으로 끝낼 요량이면 몰라도, 국민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문제의 실상을 직접 파악한다는 게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이성 잃은 제왕체제로 예측할 수 없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보장 대책은 철저히 해야한다.

여기엔 야당도 100% 뜻을 같이 해야한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종북·좌파」 색깔을 지우느라고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났다고 원점으로 돌아 간다면 청문회 운영도 위험할 뿐더러, 야당의 수권 기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에서 안보문제는 절대 우선과제이다.

이제부터는 대선 정국으로 들어 간다. 지난달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연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고, 크고 작은 정치인들이 신뜰메를 매고 있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의 운명을 맡길 만한 그릇이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구 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 국가, 그것도 핵을 가진 북한과 대치하며 위기 관리를 하면서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가로 나아가야할 한국의 대통령에겐 다음 5가지 조건이 요청된다.

첫째, 정직해야 한다.
둘째, 청렴해야 한다. 옛날에는 공직자에 대한 최대 평가가 청백리였다. 영의정·판서보다 청백리 선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요즘 검사장 출신 모 변호사가 사건 브로커 노릇을 하며 전국에 오피스텔 100여 채를 사 모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 공직자의 청렴을 더욱 생각케된다.

셋째, 협력정신이 있어야 한다. 불통·고집으로는 나라를 경영할 수 없다.
넷째, 리더는 교양(敎養)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대통령 될 줄 알았으면 교양을 쌓았을 텐데…․」라며 한탄한 일도 있었다. 교양은 미리 갖추는 것이지, 리더가 된 다음 캡슐처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소 딴짓 할 시간을 아껴 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을 간직해야 한다.

다섯째로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안보․현실정치는 물론 지능정보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정치인들은 매사를 판단하고 추진하게된다. 이들 5가지는 한국에서 정치개혁을 하는데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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