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지 찾아 간 쿠르드女 "아이들 다 죽는데 뭐하나...미군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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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지 찾아 간 쿠르드女 "아이들 다 죽는데 뭐하나...미군 나서라"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0.12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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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드 민간인, 미군기지 주변으로 피신...미군 초소도 피격
- 터키 국방부 "415명 무력화"...SDF "터키군 등 262명 사살" 주장 엇갈려
- 쿠르드 인 10만명 피란..."여성과 어린이 수십명 사망 수십명 부상" 민간인 피해 크게 늘어
터키군 포격으로 불타는 시리아  국경도시 라스 알 아인[로이터=연합]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군의 공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민간인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리아 주둔 미군 기지 인근 쿠르드인들은 터키군의 공격을 피해 기지 주변으로 몰려가 미군에게 전쟁을 멈춰달라고 외쳤다.

시리아 북부 활동가 단체인 '로자바 정보센터'의 무스타파 알 알리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쿠르드 주민들이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 있는 미군 기지로 몰려가 미군이 나서 달라고 외치는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뭐하고 있냐?"며 미군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쿠르드 여성[무스타파 알 알리 트위트 캡처]

영상 속 한 아이의 어머니는 미군에게 "당신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저들이 우리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고 부르짖었다.

이 어머니는 흥분한 채로 아이가 건넨 물통을 뿌리치며 "우리는 아이들을 땅에 묻고 있는데 당신들은 기다리라고만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듣던 미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조용히 등을 돌렸다.

이 영상은 전날 밤 촬영한 것으로, 이날 코바니 미군 기지 인근 감시초소에 터키군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이 떨어졌다.

미 당국자는 포격을 당한 초소가 코바니 기지로부터 몇백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미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터키가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평화의 샘' 작전을 개시한 지 나흘째인 이날도 터키군과 쿠르드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 간 전투가 이어졌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평화의 샘' 작전은 밤새 계속됐다"며 "공중과 지상 작전으로 무력화한 PKK(쿠르드노동자당)/YPG 테러리스트는 415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PKK는 터키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이며 터키 정부는 YPG를 PKK의 시리아 지부로 보고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SDF는 전날 전사자 수는 22명이며, 터키군과 SNA(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 일파)를 더해 26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터키군이 공식 인정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5명에 불과하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SDF 측 전사자를 74명, SNA 전사자는 49명으로 집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2011년부터 8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을 감시하며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식을 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미 압델 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 대표는 "SDF 전사자 대부분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탈 아브야드 지역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시리아의 국경도시인 탈 아브야드는 지난 6일 미군이 터키군의 군사작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기 전까지 미군이 주둔하던 곳이다.

시리아 북동부 탈 바이다르 인근 순찰중인 미군 장갑차[AFP=연합]

터키군은 지난 9일 '평화의 샘' 작전 개시와 동시에 탈 아브야드를 집중적으로 포격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SNA가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인 만비즈와 까미슐리를 연결하는 M4 고속도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전날 시리아 접경 샨르우르파 주(州) 수루츠 마을에 떨어진 SDF의 박격포탄에 2명이 숨진 데 이어 이날 중상자 한 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로써 쿠르드의 반격에 숨진 터키 민간인은 10명으로 늘었다.

쿠르드족 민간인 피해는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적어도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쿠르드 적신월사(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 소속 하산 박사는 전날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27명이 사망했으며, 30∼35명의 아이가 다쳤다"고 전했다.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주민들[AFP=연합]

유엔은 성명을 내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이미 약 10만명이 피란을 떠났다"며 "40만명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상수도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무스타파 발리 SDF 대변인은 "150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아룩 댐이 터키군의 포격을 받아 크게 파손됐다"며 "하사카와 틸 테미르, 틸 바이다르, 샤다디 지역 사람들이 곧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서 5㎞ 이내 지역에는 약 45만 명이 거주한다.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에서 30㎞까지 진격하겠다고 선포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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