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4차산업혁명 앞둔 글로벌 업사이클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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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4차산업혁명 앞둔 글로벌 업사이클링 전략
  • 박진아
  • 승인 2019.10.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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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전환으로 고가치 창출

인간의 창의력은 자원이 부족하거나 제약에 처해 있을 때 진가를 발한다고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야한다는 문제 해결 지향적 의지가 발동한다. 과거 창조적 거장 예술가들과 천재적 과학자들은 종종 물적・제도적 풍요 보다는 자원과 여건이 한정된 환경 속에서 기발한 착상과 발명을 했다. 미각세계의 극치라는 프랑스와 중국의 요리술은 실은 시시철철 남고 모자른 식재료로 훌륭한 끼니를 만들어 낸 농어부와 아낙네들이 오랜 세월 축적한 기술과 지혜의 결정체다.

네팔 아낙네들이 공동체 빈곤과 여성일자리 마련을 위해 생산하기 시작한 재활용 신문지로 만든 연필. Courtesy: Siesta.
창조와 아이디어의 심볼 연필. 네팔 아낙네들이 공동체 빈곤과 여성일자리 마련을 위해 생산하기 시작한 폐 신문으로 만든 연필. Courtesy: Siesta.

‘제약은 창의력의 연료’ ‘과도한 물적 풍요는 오히려 생산력에 독’ - 거장 현대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캐나다)는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건축 부지, 행정적 관료제, 건설상 제약 요건을 사전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이미 2013년 창의 경영 분야 전문가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 하버드 경영대학)가 규명했다. 이어서 2015년 미국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15년 10월 1일, 옥스포드 아카데믹)에 출간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부족 또는 결핍에 처한 소비자 일수록 현대 소비재를 더 창의적으로 개인화하여 다양한 용도로 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자연을 살리는 상생(相生)의 미학이 담긴 디자인. 라찬 느구옌이 디자인한 살아있는 이끼 욕실용 매트. Photo: La Chanh Nguyen.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자연을 살리는 상생(相生)의 미학이 담긴 생활 디자인. 라찬 느구옌이 디자인한 살아있는 이끼 욕실용 매트. Photo: La Chanh Nguyen.

특히 지속적인 경제 상승과 물적 풍요를 누린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달리 대학융자 빚, 고용난, 고지가・고물가 시대를 안고 성인기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한정된 재정 형편을 창의적으로 극복하는데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이동전화가 아닌 쓰기 편하고 통화료를 절약해주는 인스턴트 메시징용 모바일 디바이스로 쓰고, 목돈으로 집을 사는 대신 여행을 하고, 비싼 차를 소유하는 대신 대여해 타면 된다고 하는 획기적인 착상은 오늘날 실리콘밸리 유니콘들이 인스턴트 메시징 앱(카카오, 워츠앱 등), 에어비앤비(Airbnb) 숙박과 체험 공유 플랫폼, 우버(Uber) 승차공유 서비스를 창업하게 된 자양분이 돼줬다.

충만행복한 소비활동이 남기는 '부족한 2%'를 메꿔줄 그 무엇은?
최근 급변하는 소비 성향 중에서 유독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가 주목받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 저렴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취한다. 그러나 점점 많은 소비자들이 그같은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하는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美 리테일 산업 지도자 협회(RILA)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15년 기준) 결과에 의하면, 특히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잉 생산돼 재고가 된 의류, 가구, 가전용품을 수선・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들은 그같은 스토리를 지닌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recycling)과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차이.
재활용(recycling)과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차이. 리사이클링은 폐품에서 자원을 추출하여 다른 상품으로 탈바꿈 시키는 공정인 반면, 업사이클링은 기존 상품을 '리폼'해 가치성이 높은 상품으로 재활시키는 공정이다.

최근 리테일 업계가 업사이클링(upcycling) 소비 트렌드를 주목하는 이유다. 자원이 풍부하고 값싸다면 새 것을 사서 쓰고 버리는 것이 경제적인 행위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구증가에 비해 천연자원이 귀해지고 공평한 분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21세기 요즘, 재활용은 경제적으로 매력적이고 동시에 만족스런 대안적 소비책으로 제안될 만하다.

AMP 로보틱스 사가 개발한 '클락(Clarke)' 리사이클링 로봇은 폐품의 소재를 판별해 분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Courtesy: AMP Robotics.
AMP 로보틱스 사가 개발한 '클락(Clarke)' 리사이클링 로봇은 폐품의 소재를 판별해 분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Courtesy: AMP Robotics.

재활용 또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은 폐품 속에 잔재하는 재활용가능한 원자재를 화학적 변형(chemical alteration) 처리를 거쳐 추출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해 내는 공정이다. 이제까지 천연자원을 절약하자는 의도에서 이같은 재활용 운동이 이루어져왔지만 여전히 미해결된 문제점도 많다. 버려진 종이, 금속, 플라스틱, 유리를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면 천연자원의 고갈을 줄일 수는 있지만 분리비와 가공비가 비싸고 처녀 제품에 비해 품질과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점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반면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어떤 자의 쓰레기는 다른 자의 보물’일 수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중고 또는 폐품처리된 제품에 외적인 가감변형을 가해 원 제품 보다 품질이 우수한 고가치성 상품으로 업그레이드(upgrade)시켜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재생시키는 물리적 전환(physical alteration) 공정이다. 이렇게 업사이클 과정을 거쳐 ‘새 제품’으로 부활한 디자인은 새 생명을 얻고, 더 비싼 가격에 이윤을 목적으로 재판매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창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업사이클링 복음자들은 주장한다.

화물트럭을 덮는데 쓰인 폐 타폴린을 재활용해 제작된 프라이탁 가방은 폐품을 가치있는 패션 가방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사례다. Freitag F1550 Clapton ©  Freitag 2019
화물트럭을 덮는데 쓰인 폐 타폴린을 재활용한 프라이탁 가방은 폐품을 가치있는 패션 가방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업사이클링 디자인으로 상업적 성공을 이룬 사례. Freitag F1550 Clapton © 2019 Freitag.

그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글로벌 유통 기업들은 새로운 마케팅 공략에 발빠르게 대처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유명 의류브랜드인 H&M, 노스페이스(North Face), 파타고니아(Patagonia)는 고객들이 입던 중고의류를 수선-재활용해 주거나 중고품을 새상품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실험중이다. 리바이스(Levi’s)는 적은 물로 세탁할 수 있는 청바지를 선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공정과 세탁에 물이 절약된다는 사실을 들어 입던 청바지를 패션너블하게 빈티지로 '리폼'해 입기를 장려한다.

패션업계와 연계한 가전업계와 소비재 유통업계도 기존 보다 물 소요량 70%, 전기 80%이 절감되는 초절전 세탁기를 선보였다. 가구업체 이케아(IKEA)와 오피스디포(Office Depot) 등 대형 유통체인들은 마케팅 부서에서 그린 제품 홍보를 전담하는 전략팀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뇌리에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각인시킨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해 운동화 소재로 활용하는 아디다스의 Adidas TOUR360 XT Parley 협업 골프화 디자인. Courtesy: Adidas.
바다에서 건져올린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가공해 운동화 소재로 활용한 아디다스의 Adidas TOUR360 XT Parley 협업 골프화 디자인. Courtesy: Adidas.

요즘 만큼 소비자들이 기업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없었다. 이른바 ‘깨어있는 자(woke)’가 되자는 사회적 트렌드를 타고 정치와 정세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 집단규모 소비운동을 조직한다. 모바일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테크와 소비자들의 구매 감성이 만나 소비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빅테이터로 욕구와 니즈를 온라인 구매 태도와 성향으로 표출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를 실시간 분석하고 미래 시장 예측에 활용한다.

풍족함과 여유로움이란 꼭 새로 캐온 천연자원으로 만든 완전신상품 만이 선사할 수 있는 물적 조건일까? 행복 연구가들은 물질적 풍요 보다는 정신적 의미가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지속가능한 지구와 경제를 위해 디자인으로 업사이클링을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책 <업사이클(The Upcycle)> (윌리엄 맥도너와 미하엘 브라운가르트 공저)은 좋은 디자인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끊없이 자원재생, 사용의 즐거움, 천연자원 절약,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가능케 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토리를 입는다’ ‘새 것 보다 좋다’ 파타고니아의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소유한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중고와 새 의류를 교환하거나 고치고 재활용 해주는 의류 업사이클링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원 절약과 소비 억제를 장려하는 한편, 좋은 원단으로 잘 만들어 오래 고쳐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Courtesy: Patagonia.
‘스토리를 입자’ ‘헌 것이 새 것 보다 좋다’ - 파타고니아의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소유한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중고와 새 의류를 교환하거나 고치고 재활용 해주는 의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다. 자원 절약과 소비 억제를 장려하는 한편, 좋은 원단으로 잘 만들어 오래 고쳐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Courtesy: Patagonia=Instagram.

디자인이 할 일은 많다. 업사이클링 옹호자들은 인구증가, 자원부족, 기후변화, 경제저성장, 빈부격차, 각종 제도적・행정적 규제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거리는 디자인으로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금이야말로 뉴 디자인과 리 디자인이 절실히 필요한 기회이자 비즈니스 혁신의 원동력일 수 있다. 지속적인 이윤추구 없이 생존할 수 없는 비즈니스계와 규제 위주의 정부기관의 간극은 디자인이 균형 잡기와 창조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 의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디자인 제품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이지 않으면 쓸모없다는 식의 기능적 미관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디자이너가 제품 속에 깃들인 창조적 의도, 건강과 영혼의 웰빙에 대한 숙고, 미래와 후손에 대한 배려 등 보다 총체적인 가치를 찾아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낄줄 아는 인식의 전환을 할 때가 됐다. 결국 경제란 기업-소비자-정부 3개 축이 역동적으로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전개되는 인간활동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박진아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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