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일류소재 사업 육성 '구멍', 일본수출규제 '불화수소' 지원 빠졌다...대기업·중견중소기업 예산 동일 배분 '특허출원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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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계일류소재 사업 육성 '구멍', 일본수출규제 '불화수소' 지원 빠졌다...대기업·중견중소기업 예산 동일 배분 '특허출원 극과 극'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0.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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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수출규제 3대 핵심소재 중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터는 WPM 육성 지원했지만 불화수소는 '전무'
- 지난 10년간 정부 출연금은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에게 각각 1,800억 원 지원됐지만 대기업의 특허출원이 70% 압도적
- "일본은 40~50년 동안 소재산업에 투자해온 노하우"..."정부 허술한 공급망 관리 및 미래 예측 한계"

정부가 추진한 세계일류소재 개발사업, 이른바 WPM(World Premier Material)에 일본 수출규제 핵심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는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요 소재 개발 지원에서 정부출연금 비중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거의 같았으나 특허출원 성과는 대기업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세부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3대 핵심 소재(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터, 불화수소) 중 불화수소(에칭가스) 관련 연구개발 지원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사이 일본 수출규제에 허를 찔린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공급망(supply chain) 관리와 미래 예측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초미세 식각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기체불화수소는 기술 난도가 높아 지금껏 일본 업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액체불화수소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깎고 불순물을 없애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로 일본의 규제 이후 수출 허용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소규모만 국내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최상용 전 주일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는) 정부가 할 일을 못하고 안일하게 방치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나선다지만 단기간에는 어렵다. 일본은 40~50년 동안 소재산업에 투자해온 노하우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스마트강판소재, 나노카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10개 핵심소재의 국산화와 부품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목표로 9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국책 사업인 WPM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했다.

WPM사업에는 총 93개의 대기업과 121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했으며, 정부 출연금은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에게 각각 1,800억 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10개 소재 총 1,668건의 특허 중 1,169건 (70%)을 대기업이, 378건 (22%)만이 중견중소기업에게 차지했다.

폴리이미드(Plastic 소재 및 필름개발) 연구개발 과제의 특허출원 현황은 총 112건으로 그 중 제일모직이 63건, 삼성전자 6건, 삼성에스디아이 4건으로 삼성계열사가 가진 특허는 총 73건으로 65%를 차지하고 있고, 코오롱중앙기술원이 가진 22건의 특허까지 포함하면, 총 112건 중 대기업이 가진 특허는 95건으로 84.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소재의 특성에 따른 장비구축, 인력, 자본 등 연구개발 능력에서 중견중소기업에 비해 뛰어난 것은 현실"이라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소재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기대하지만 그동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딜레마"라고 밝혔다. 

2010년~2019년 최근 10년간 일본 수출규제 핵심품목 기관 유형별 예산지원 및 특허출원 현황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폴리이미드(플라스틱 소재 및 필름 개발) 과제에 코오롱중앙기술원 71억440만원, 삼성SDI 12억8000만원, 삼성전자 29억6600만원,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수원소재단지 50억9000만원, 경인양행 18억4000만원, 바카케미칼코리아 4억원, 대림화학 11억7700만원, 폴리사이언텍 13억8500만원, SMS 10억3000만원,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5억9700만원, 히로시마대학 9000만원, 한국화학연구원 4억6000만원 등이다. 

레지스트(3Xnm ArF Immersion 레지스트 개발) 과제는 금호석유화학 28억6500만원, 삼성전자 7억1600만원, SK하이닉스 7억1600만원, 서울화인테크 10억7800만원, 케멕스 7억1600만원, 단국대 산학협력단 2억3800만원 한국과학기술원 2억3800만원, 나노종합기술원 2억3800만원 등이다. 

레지스트(반도체 소자 제작을 위한 20nm급 DSA(Direct Self Assembly) 소재 및 공정 개발) 과제에는 동진쎄미켐 19억4700만원, 한국과학기술원 8억9700만원 등이다. 

세계일류소재 사업(WPM) 성과로는 스마트 강판소재 특허출원이 135건이다. 이 중 대기업이 134건으로 절대 다수이고 중견기업은 1건에 불과했다. 

초경량 마그네슘소재는 203건의 특허출원이 이루어졌다. 이 중 대기업이 185건으로 대다수이며 중견기업 11건, 중소기업 7건이 차지했다.

나노카본 복합소재는 총 131건의 특허출원 중 대기업이 110건, 중소기업 21건이었다. 

지능형 멤브레인소재는 173건의 특허출원 중에서 대기업 72건, 중견기업 3건, 중소기업 18건 등이 차지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소재에 특허출원 173건 중 대기업 133건, 중견기업 1건, 중소기업 39건이었다.

고성능 2차전지소재는 325건의 특허출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76건, 중견기업 60건, 중소기업 189건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가장 활발했다. 

바이오메디탈소재는 59건 특허출원 모두가 중소기업에서 이루어졌다. 

초고순도 SiC소재는 166건의 특허출원 중 대기업 151건, 중견기업 7건, 중소기업 8건이었다. 

슈퍼사파이어 단결정소재는 63건의 특허출원 중 대기업 12건, 중견기업 34건, 중소기업 17건이었다. 

프리미엄 케톤소재는 320건의 특허 출원 중 대기업 296건, 중견기업 4건, 중소기업 20건이었다. 

이같은 특허출원 결과는 총 1668건이었고 대기업 1169건, 중견기업 121건, 중소기업 378건으로 분류됐다. 

정부출연금은 스마트 강판소재 528억원(이 중 대기업 329억원),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412억원(대기업 174억원), 나노카본 복합소재 325억원(156억원), 지능형 멤브레인 소재 378억원(194억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기판소재 401억원(대기업 244억원), 고성능 2차전지 개발에 503억원(대기업 146억원), 바이오 메디칼소재 429억원(대기업 117억원), 초고순도 SiC 소재 309억원(대기업 200억원), 슈퍼 사파이어 단결정소재 444억원(대기업 96억원), 프리미엄 케톤소재 499억원(249억원) 등이 지원됐다. 

총 합계 금액은 4,227억원이며 이 중 대기업 1803억원, 중견기업 594억원, 중소기업 1830억원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한 부품소재 전문가는 "핵심 소재는 불화수소만 보더라도 정부가 그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뒤늦게 소재사업 기술독립 국산화에 적극 나선 것은 만지지탄이지만 상당한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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