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문화장관, "문화는 사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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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문화장관, "문화는 사기가 아니다"
  • 정우택
  • 승인 2011.07.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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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정병국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은 최근 21세기경영인클럽(회장 김동욱 전 국회 재경위원장)이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소통과 통합의 문화예술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녹색경제는 정 장관의 강연 내용을 모두 게재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본인은 국회에서 10년 내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했다. 초등학교 때 학업을 위해 상경했는데, 모든 부문에서 지기 싫어했던 본인이 문화생활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열등감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중학교 2학년 때 명동 국립극장에서 단체로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문화적 충격이 대단했다. 극장의 규모도 그렇지만 TV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당시에 TV 속에서나 어렵게 볼 수 있었던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모습을 봤다. 명동의 화려함 속에 그 모든 것이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정병국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문화는 더 이상의 사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진 = 뉴미디어제공

시대의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으려고 그 때부터 의도적으로 연극‧영화‧음악‧그림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것이 결국 취미가 됐고, 그 후 정치를 하면서도 문화 관련 상임위에서 위원장까지 하고 결국엔 이 자리까지 왔다.

본인이 2000년에 상임위를 선택‧배정받을 때만 해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정말 인기 없는 곳이었다. 반면 지금은 방송통신까지 포함하는 인기 상임위가 돼 경쟁이 치열하다.

장관되기 전까지 10년을 한 분야에 있다 보니 풍월을 제법 읊을 만큼 됐다. 본인이 중학교 2학년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만큼, 장관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아이들이 지역 간 격차 없이 체험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정책에 최우선으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문화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문화적 소외가 주는 박탈감 역시 사회적 비용이니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소득‧지역 또는 계층에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문화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국민‧문화 예술인‧시설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문화예술인의 70%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만큼 예술인 복지법을 통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를 누리는 소비자를 위해서도 ‘문화 바우처 제도’ 확대, 소외 계층 대상 문화예술 교육 확대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력 신장의 최적 수단

지역 문화 시설은 지자체들의 운영 소홀로 단순 이용률이 52%, 문화 행사 참여율이 27%에 불과한 상황인데, 이를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 법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75%까지 가동률을 확대해 나가야한다.

이처럼 최근에 와서 문화‧예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력 신장을 위해 이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나라‧언어‧이념‧종교가 틀려도 예술품으로 창작되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 예술은 사회통합‧외교‧교육‧경제‧행복(복지) 등 5대 가치가 있다. 우선 문화의 사회 통합적 가치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0.71로 OECD 평균 0.44보다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1인당 GDP의 27%를 비용으로 지불해 왔다.

물론 예술을 하는데 이념이 배제될 수 없다. 다만 이를 너무 강조하면 보수 입장에선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되고, 진보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정치권이 나서서 문화‧예술인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종교‧이념‧계층을 초월해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다. 세대‧지역‧계층을 초월해 문화를 통한 소통으로 미래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각종 갈등과 반목이 문화예술 발전에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원조를 받았지만, 60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성장과 원조 제공국이 됐고, 더불어 민주화까지 이뤄냈다.

그같은 힘이 어디서 나왔는가. 본인은 갈등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갈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화합과 분열이 계속되면서 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한 마디로 하면 「다이내믹 코리아」다.

두 번째가 외교적 가치다. 중국을 비롯한 경제 강국들이 원조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파워를 키워 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이 문화다. 한류의 힘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르고 있다. K-Pop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로 뻗어 가는 한류의 힘

이를 통해 우리나라 언어‧문화‧음식 및 상품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아프리카의 대학생 한 사람을 우리가 지원해 유학을 보내고 키운다면, 그가 성장하여 자기 나라 지도자가 됐을 때 한국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저개발국에 도서관 조성을 지원하는 「작은 도서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멀지 않은 장래에 친한파 지도자들이 다수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교육적 가치다. 이제 교사를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루트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은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이 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감수성이 제고되고 있다.

네 번째는 삶의 만족이다. 이제 배고픈 시대는 지났다. 문화를 통한 행복 서비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대다. 현재 우리나라 예산의 86조(정부 예산의 25%)를 복지 예산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만족도는 OECD 평균치(63%)의 절반 수준인 36%에 불과하다. 문화적 향유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적 가치도 문화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화재정은 올해 기준으로 3.4조 원으로 1999년 1%를 넘은 이후 줄곧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철강(7%), 자동차(2%), 반도체(3%), IT(4%)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가치다. 한류를 통해 드라마나 상품을 팔아 남긴 이익은 실제로 크지 않다. 그러나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이것의 경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고용유발 계수를 보더라도 반도체․ 자동차․조선․금융․통신 등을 압도적으로 앞지른다. 이처럼 힘을 가지고 있는 문화의 정책적 해답을 찾기 위해 본인은 현장을 찾는다. 문화예술․ 컨텐츠 ․관광․ 체육 등 분야별로 국민의 소리를 통해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

장관이 된 후 실․국장들이 업무 보고한다는 것을 다 뿌리치고, 현장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융복합 시대의 해답

모두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만큼 우리가 만든 정책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전문가 또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14차례 했다. 이를 통해 237건의 정책 건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사안별로 직원들에게 대안 마련을 지시했다.

또 로드맵을 만들어 보고토록 했다. 130개 규제가 있는데 여기엔 불가피한 것도 있지만 불필요한 것도 많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정책을 입안하는데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 현장에 가면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때로는 정부 입장을 이해시키며 설득하고 있다. 이것이 소통이다.

그 동안 문화체육관광 관련된 말 많은 사안들이 많이 정리됐다.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가고 있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선 기술이 사람을 지배한다. 스마트 시대엔 사람이 중심이 된다. 세계적인 기업의 변천사를 보면 알 수 있다.

70~80년대 세계 최고 기업은 컴퓨터 회사인 IBM이었다. 그 후 IBM의 하청 업체에 불과했던 MS가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어떻게 이렇게 됐나?.

윈도를 개발하여 사람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를 가능케 했다. 최근 들어 애플이 뒤를 이어 받았다. IBM은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 그쳤지만, MS는 인간과 컴퓨터의 교류를 가능케 했고, 애플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스마트 폰이라는 도구를 통해 새롭게 형성시킨 것이다.

뒤늦게 단말기‧ 통신사‧ 컨텐츠 업체들이 합쳐 연합군을 만들어 애플에 대항했지만, 2년여에 걸쳐 애플리케이션을 축적한 애플에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엔 기계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사람 중심이 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틀 시대를 거쳐 산업과 산업, 시대와 시대가 융∙복합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를 이어령 전 장관은 디지로그 시대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틀과 아날로그를 연결해 주는 것, 기술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 이 모두를 문화가 할 수 있다.

정병국 장관은 누구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회의원(16·17·18대)/․前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 언론발전특별위원장/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 국회 개혁특별법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선진화 추진위원회 위원/ 국회 일본역사교과서왜곡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아시아 태평양 문화다양성 수호 국제의원연대 의장/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의원/ 한나라당 원내총무/ 조지아대 객원연구원/ 대통령 비서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 박사/ 연세대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업.
<자료 제공 : 월간 뉴미디어>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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