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성장통'...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중국발 LCD 위기에 'OLED 사업 구조 전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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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성장통'...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중국발 LCD 위기에 'OLED 사업 구조 전환' 박차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10.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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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감축부터 신규 라인 대규모 투자까지...미래 먹거리 발굴 사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 중심 사업 구조를 OLED와 QLED로 변화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의 포화상태로 사업의 수익성 저하가 이어지는데 따른 대응이다.

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LCD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지면서 패널의 가격은 곤두박질 쳤다.

대만 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32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33달러로 지난달보다 2.9% 떨어졌다. 올해 초인 1월 상반월(41달러)과 비교했을 때 19.5% 떨어졌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8.9% 하락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 규모는 LCD가 80%, OLED가 20%를 차지하는 구조”라면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중국발 LCD 패널 가격하락에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본다. LCD 패널은 이제 생산할수록 손해를 입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등 OLED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LCD는 20% 수준”이라며 “대형 LCD 생산구조를 축소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LG디스플레이보단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OLED는 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분야 절대 강자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2%에 달한다.

다만, LCD에 중심을 두고 있는 TV용 대형 패널 사업은 두 회사 모두 적자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공세로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 국내 중소형 LCD 모듈 제조회사인 젬백스지오(구 에너전트)는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사업을 중단한다고 지난 8월30일 공시했다. 회사는 “LCD 전방산업의 시장 포화 상황과 업체 간 경쟁 심화, 그에 따른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며 “중단 사업 부문의 자산을 매각하고 조직을 개편해 기존사업과 신규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제조 2025'를 통해 LCD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b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LCD사업부 인력 축소...“시장 상황에 대응한 결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 모두 LCD 사업부의 인력 축소 작업을 약 2년 전부터 진행해 왔다. 최근엔 ‘희망퇴직’ 등을 시행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노조 측과 구조조정 규모나 조건 등에 관한 협의를 마쳤다. 경영 환경 설명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면서 희망퇴직을 안내하고 있다. 근속 5년 차 이상 생산직이 대상이다. LCD 인력을 중심으로 사무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10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완료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분야 인력을 OLED 등 신사업으로 전환배치를 하고 있으나, 전체 여유인력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에도 생산직 약 2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에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한 평균 예상치(컨센서스ㆍ2846억원 적자) 보다 더욱 심각한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 쇼크’ 기록했다. 지난 1분기부터 이어온 적자가 더욱 고착화된 모양새다.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이에 지난달 16일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선임됐다. 정기 인사가 2달 여 남은 시점에 단행된 최고경영자(CEO)의 이례적 교체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가 간접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매출 5조3534억원,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 4월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 4월 파주 사업장에서 열린 '2019 전사 목표달성 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도 LCD사업의 축소를 목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주력 사업인 중소형 OLED 부서에 LCD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근에 시작한 상시 희망퇴직도 이런 움직임에 일환이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진행되는 구조조정과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초부터 대형 LCD 등을 생산하는 사업부의 직원들 대상으로 인력 감축을 실시하고 있다. 자연 퇴사율도 낮아지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 LCD 사업에서 OLED 등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인위적인 인력 감축이 아닌, 희망자에 한해 진행되는 상시적 제도”라며 “이번 희망퇴직이 처음으로 실시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원 감축이 중국발 실적 타격 등의 원인으로 경영상 어려움 겪어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동훈 사장과 임직원들이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4일 아산캠퍼스에서 '함께 걷는 길' 행사를 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동훈 사장과 임직원들이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캠퍼스에서 '함께 걷는 길' 행사를 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살길 마련’ 사활...대규모ㆍ공격적인 투자 이어져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에 13조원 안팎 대형 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에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을 QD-OLED 전용 라인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투자의 주요 내용이다.

LCD에 중심을 두고 있는 TV용 대형 패널의 사업 구조를 신기술이 접목된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면서 다시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6년 만에 OLED로 대형 TV 패널 시장에 재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소형 OLED에선 절대 강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대형 TV 패널에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것과 다른 행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이자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의 주력 TV 제품이 QLED(퀀텀닷 소재의 필름을 덧댄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어 대형 OLED 투자에 비교적 안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LCD 기술력을 대거 확보하면서, 시장 경쟁에 밀릴 위기에 처하자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내부에서부터 제기 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공장)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공장) 모습.

QD-OLED는 퀀텀닷과 OLED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이다. '퀀텀닷 자발광다이오드(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로 가기 전의 중간 단계에 해당된다. 빛의 3원색인 적·녹·청 중에서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해 광원으로 사용한다. 그 위에 적색과 녹색의 퀀텀닷 필터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도 LCD에서 OLED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30일 중국에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OLED TV 1000만대 시대를 가속화하겠단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의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OLED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선정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차량 패널' 사업을 낙점,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에서 4분기 연속 글로벌 매출 1위를 달성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매출 4억4428만달러(약 5309억원)를 기록하면서 매출 기준 점유율 21.8%로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증권가에선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들이 산업 구조 전환에 성공하면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민 나이스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패널업체의 공급 확대로 LCD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LCD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 LCD 시장을 위한 사업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업구조 전환에 따른 희망퇴직비용, 자산 감액손실 등 일회성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사업구조 전환 이후 고정비 절감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총매출 중 OLED 매출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예상되나, 광저우 공장 가동으로 2020년에는 약 50% 수준까지 상승할 전망"이라며 "대형 OLED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 정도, 중소형 OLED의 영업손실 축소규모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내년도 OLED TV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한 5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5823% 늘어난 351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 OLED 매출 비중 전망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단위 : %]
LG디스플레이 OLED 매출 비중 전망.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단위 : %]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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