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전, 본질은?... "인력 통해 기술 유출 여부"vs"폭스바겐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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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전, 본질은?... "인력 통해 기술 유출 여부"vs"폭스바겐 수주전"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10.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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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침해'서 '특허 침해'로 확대된 LG화학과 SK이노 배터리 소송전,
장기화 국면 접어들고 소송이 복잡해지면서 양사 갈등 본질 가려져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서도 의견 갈려... "영업비밀 침해 여부" "폭스바겐 수주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사 간 갈등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본질을 두고서도 전문가들 사이서 다른 의견이 제기됐다. [자료 KBS]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영업비밀 침해에서 특허 침해로 확대된 가운데, 이번 사안의 본질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폭스바겐 수주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양사가 2014년 LiBS 분리막 특허침해 관련 소송 합의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양사 간 소송전이 더욱 더 복잡해진 상황에서 나온 지적이라 주목된다.

◆ 쟁점 ①: "LG화학이 '보호하는 기술'에 대해 묻고 답하는 행위가 있었는가가 본질"

30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직원들을 통해 배터리 관련 기술을 가져갔는지 여부"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인력 이동 자체는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의 시발점에 주목하게 만든다. 

지난 4월 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 등에 제소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핵심기술을 담은 자료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다량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LG화학이 공개한 근거 자료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지원자들에게 ▲수행 과제명 ▲수행 과제 배경 및 목적 ▲수행 과제에서 다룬 기술의 현 수준 ▲개선안 ▲과제 수행 성과 ▲수행 과제 팀의 리더 ▲본인 역할 등을 지원서에 적시하도록 했다. 

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지인 등을 통해 LG화학의 배터리 핵심기술 등을 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같은 방식으로, 자사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핵심인력 70여명에게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녀 비밀로 관리되는' 배터리 핵심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측은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 인력을 타겟팅해서 채용한 적은 1명도 없다"며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해 100% 공개채용 원칙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LG화학 기술을 노린 채용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또,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분야 출신 중 대리·과장급이 95%"라고 덧붙였다. 한 기업의 핵심기술을 대리와 과장급 직원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통화한 한 공공기관의 지식재산권 전문가는 "사실관계가 더 나와봐야겠지만"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일반적인 수준의 기술자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기술이 비밀로 관리되고 나름의 경제성까지 지니고 있다면,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서 자체적으로 보호하는 기술에 대해 알아내려는 행위가 있었고 그에 대해 답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답한 인물과 교사(敎唆)한 회사 측은 죄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사지원서에 전 직장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명과 내용 등을 기술토록 했다. LG화학은 이를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정상적인 채용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다. [자료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입사지원서에 전 직장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명과 내용 등을 기술토록 했다. LG화학은 이를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정상적인 채용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다. [자료 LG화학]

◆ 쟁점 ②: "기술 유출 여부는 부수적... 초기 시장 선점 위한 전쟁(폭스바겐 수주전)이 본질"

반면,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사실관계가 불충분한 현 시점에선 인력 통한 기술 유출 여부는 '부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인력 확보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인력을 업계 관행에 어긋나게 채용했는지 등으로 감정대립이 격화된 것"이라 언급하면서도 "결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특수성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전기차 관련 산업은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초반부터 기업들이 가속 페달을 밟는 상황"이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목표로 하는 고객사 중 중복되는 기업이 있다보니 이같은 선점 다툼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로 파우치형 리튬이온배터리를 납품한다는 점에서 겹친다. 삼성SDI는 주로 각형, 파나소닉은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 등을 제작해 납품한다. 

초기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구도는 SK이노베이션이 공공연히 밝힌 이번 소송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엔 작년 폭스바겐 북미용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이 있다고 해석한다. 당시 폭스바겐 수주전은 규모만 한화로 '조(眺) 단위였다.

폭스바겐 북미용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면, 선두업체는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릴 수 있고, 후발주자는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배터리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전쟁'이었다.  

당시 LG화학은 폭스바겐에 이미 배터리를 납품하는 공급사였기 때문에 북미 수주전에서도 공급사로 선정될 것을 낙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이 공급사로 선정되자 LG화학은 큰 충격에 휩싸였고, SK이노베이션은 이 결과가 LG화학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속된 말로 '후발주자 죽이기'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업계 일각에서 이번 소송전을 두고 '과잉 대응' 등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박재범 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캐파(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상황"이라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투자에 따른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LG화학도 이번 소송전이 직·간접적으로 작년 폭스바겐 수주전과 연관돼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월 말 SK이노베이션을 미국서 제소하면서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다"면서 "이에 따른 손실은 10억 달러(약 1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물질 가운데 가장 비싼 코발트의 함유량을 낮추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높인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위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공장 착공식 모습. <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작년 폭스바겐의 북미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서 '승리'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한 배경엔 폭스바겐 수주전처럼 초기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따른 '감정 싸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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