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고령의 뇌사 환자가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국내 장기기증 사례 중 최고령 사례다.
故 윤덕수(86세, 남성) 씨는 지난 23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119 안전신고센터를 통해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외상성 뇌출혈로 진단된 윤 씨는 곧바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뇌사에 빠졌다.
윤 씨의 유가족은 평소 나눔을 좋아하고 선한 삶을 살았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는 24일 윤 씨의 장기 중 간(肝)의 기능이 가장 잘 유지되고 있어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장기기증 절차를 밟아 26일 장기 적출술을 시행했다.
홍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고령인데도 나이에 비해 좋은 장기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간을 기증할 수 있었다”면서 “힘든 상황이었겠는데 다른 환자를 위해 기증을 결심해 준 가족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씨를 진료했던 이대서울병원 응급중환자진료과 박진 교수도 “환자가 고령이라 장기기증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난관이 많았는데 환자가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 기증할 수 있었다”면서 “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의료 수준이 높아진 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장기기증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0세 이상 고령 기증자는 모두 16명으로 윤 씨 이전 가장 고령의 장기기증은 83세였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그동안 83세 기증자는 여러 명 있었는데 86세 기증자는 처음”이라면서 “평소 건강관리가 잘 되면 고령일지라도 기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