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기후변화, 세대·국가 간 갈등으로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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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기후변화, 세대·국가 간 갈등으로 악화
  • 정종오
  • 승인 2019.09.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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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기후행동 정상회의, 세대와 국가 간 서로 다른 인식 드러나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지난 23일 UN에서 열렸다.[사진=UN]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지난 23일 UN에서 열렸다.[사진=UN]

지난 23일(현지 시각) UN 본부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강력한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겉으로는 약속했다. UN은 이번 회의를 정리하면서 “77개 국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한 뒤 “70개 나라는 2020년부터 기후변화에 더 구체적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약 100개 이상의 세계적 기업들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위해 가시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국제적 공동협력 등으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맞서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더(More) 구체적 계획과 더(More) 강력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두 가지 갈등이 표출돼 눈길을 끌었다. 우선 기후변화를 둘러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다. ‘16세 소녀 툰베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반된 입장이 이를 대변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 앞에서 “당신들은 우리 (젊은 세대)의 꿈을 빼앗고, 실망하게 했고, 암울한 미래만 물려주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안을 각국이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함에도 여전히 ‘논의를 위한 논의’만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구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들에 비극으로 다가올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 같은 젊은 세대 목소리에 귀를 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지도자도 있었다. 무시하고 조롱하는 지도자도 많았다. 그중 한 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였다. 그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무관심과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도 처음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마지못해 몇 분 정도 앉아 있다 자리를 떴다. 트럼프는 툰베리 연설에 대해서도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인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철없는 어린아이’라는 조롱 섞인 인식이 깔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 세대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기성세대 간 기후변화를 두고 갈등이 내재해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를 불러온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은 누릴 것 다 누리면서 그 비극적 부작용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기후변화 이슈를 두고 앞으로 세대 갈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대 갈등뿐 아니다. ‘국가 간 갈등’도 표출됐다. 아마존 파괴론자로 낙인찍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UN 기조연설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을 둘러싼 국제사회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아마존 주권’을 들고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우리는 아마존 열대우림 환경을 보호하고 지탱 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발론자로 아마존 산림 훼손에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게 전 세계 환경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마존 파괴에 책임이 있다는 것과 별개로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아마존은 브라질이 알아서 한다. 유럽 등 다른 나라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자기 나랏일에 다른 나라가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개발을 통해 경제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값싼 화석연료와 개간해야 할 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중단하고 산림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차 등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부분에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 책임은 산업혁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유럽과 미국에 있다는 게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판단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실제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은 유럽과 미국 책임이라고 과학자들은 진단한다. 그동안 급성장한 경제개발의 후유증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선진국은 이미 성장할 대로 다 성장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온실가스를 줄여라, 석탄발전소를 짓지 마라, 산림을 훼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왜 너희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데?’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기후변화를 두고 세대, 국가 간 이 같은 갈등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국제적 합의도 실천으로 옮겨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로 셈법과 접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음에도 여전히 기후변화는 더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구 온난화와 온실가스에 책임 있는 선진국의 ‘희생과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금에 선진국이 더 큰 역할을 한다거나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석탄발전소 대신 친환경 발전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지구 공동체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지금처럼 세대 간, 국가 간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는 끝내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치명적 비극’으로 내 달리는 ‘설국열차’일 수밖에 없다.

정종오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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