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자궁경부암 종양 부위만 방사선 쬐어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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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자궁경부암 종양 부위만 방사선 쬐어 치료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9.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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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회전하는 방사선 차폐체 이용 종양 모양에 맞게 방사선 전달
세기조절 근접방사선치료 삽입기구.[사진=한국연구재단]
세기조절 근접방사선치료 삽입기구.[사진=한국연구재단]

암 부위만 특정해 방사선을 쬐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항암 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치료 과정에서 정상 세포까지 손상을 입는다는 데 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임영경 박사(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좌우 비대칭적으로 성장한 자궁경부암을 치료하기 위해 종양 부위에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는 세기 조절 ‘근접방사선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치료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근접방사선치료(Brachytherapy)는 인체 외부에서 방사선을 전달하는 체외 방사선치료와 달리 삽입기구(Applicator)를 이용해 소형의 방사선원을 인체 내에 넣어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암 덩어리 속 혹은 주변에 직접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어 정상조직에서의 방사선량은 줄이면서 종양 부위에 대한 방사선량은 크게 높일 수 있다.

비대칭적 종양에 대해 일반적 근접방사선치료를 실시하는 경우 정상장기에 허용되는 방사선량을 지키면서 종양에 충분한 방사선을 전달하기 어려워 종양 일부만 치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타원체 또는 고리 모양의 기존 삽입기구에 침(needle)을 탑재해 종양 부위에 방사선을 더 잘 전달하고 주변의 정상장기를 보호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자는 종양 재발의 위험이, 후자에서는 침 삽입 과정에서의 척수마취와 출혈,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연구팀은 일정한 방향으로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360도 회전하는 방사선 차폐체를 내부에 장착한 삽입기구를 개발했다.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해서 전달하고 주변 정상장기의 방사선 노출은 최소화하도록 했다.

종양의 모양에 맞게 방사선 조사 방향을 선택하고 조사시간과 방사선원 위치를 최적화함으로써 비대칭적으로 자라난 악성종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궁 입구가 협소하고 굴절돼 있으며 선원에서 방사선이 넓게 퍼져나오는 문제점을 고려해 탄성관(hollow flexible shaft)을 도입하고 차폐체 설계를 최적화했다. 차폐체 회전과 방사선원 이동이 모두 가능한 데다 방사선이 좁게 방출되도록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근접치료기와 호환성을 확보하고 안전한 환자치료를 위해 통합제어시스템, 정밀회전 구동 시스템, 치료계획시스템, 채널전환 어댑터 등을 함께 개발해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자궁경부암 치료를 위해 실제 개발된 체내 삽입기구는 방사선이 모든 방향으로 균등하게 방출되는 기존의 삽입기구와 비교해 35도의 좁은 범위로 방사선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종양에 국한된 선량 분포 특성이 우수했다.

강보선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식도암, 직장암 등에도 같은 치료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영경 박사는 “개발된 근접방사선 치료시스템은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이 있으므로 짧은 상용화 과정을 거쳐 자궁경부암 환자들을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4건의 특허로 출원하는 한편 지난 18일 미국 방사선종양학회에서 발표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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