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이번엔 "경영진 퇴진하라"... 하지만 회사·업계·사회 상황 도외시한 노조에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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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이번엔 "경영진 퇴진하라"... 하지만 회사·업계·사회 상황 도외시한 노조에 비판 '봇물'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2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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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24일 기자회견 열고 "경영진 퇴진시키겠다" 목소리 높여
앞서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 철회 밝힌 지 하루 만에 경영진 퇴진운동 전개
하지만 GM본사·자동차업계·대한민국 상황 도외시한 노조에 비판 쏟아져

초유의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국GM 노조가 다시 여론과 멀어지고 있다.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 철회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경영진 퇴진운동'을 전개하면서다. 노조는 현재 사흘간 전면파업에 이어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날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퇴진시키고야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젬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의 경영 실패와 조합원 차별 대우 등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 노조가 2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GM 노조가 2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 노조 '왜 팀장급 이상만 성과급 주나' vs 사측 'GM 본사 시스템에 따른 것'

하지만 한국GM 노조의 '경영진 퇴진 운동'에 대해 여론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이디 zc***는 "퇴진해야 할 건 경영진이 아님... 차도 안 팔리는데 내부 총질하는 개념없는 노조들은 양심도 없나"라고 비판했고, 현*는 "군산공장 철수한 지 얼마 됐다고 정신 못차린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이날 기자회견뿐 아니라 그간 지속적으로 말한 '차별 대우'는, 회사가 노조에겐 '책임 분담'을 요구하며 임금 동결 등을 말하는 반면, 팀장급 이상에겐 1인당 평균 1700만원의 성과급을 제공한 상황을 가리킨다. 

임한택 노조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모든 팀장급 이상에 성과급 1인당 평균 1700만원을 지급하고, 조합원에게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1만명 조합원 1인당 140만원씩 걷어 팀장급 이상 780명에게 나눠준 격"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GM 사측은 이에 대해 ▲팀장급 성과급은 올해만 지급된 게 아니며 ▲본사의 성과급 체계(TEAM GM)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GM으로 불리는 팀장급 이상 간부의 임금체계는 GM 본사의 수익도 반영돼 결정된다. 성과급 규모도 마찬가지다. 본사의 시스템에 따라 결정된 성과급 부여를 '한 관계사'가 '이러쿵저러쿵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간 자동차 업계서는 한국GM 노조뿐 아니라 르노삼성차 노조 등도 본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회사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한국GM 사측의 이같은 설명도 이러한 지적의 연장선이다. 

한국GM이 파업을 넘어 자사 수입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검토 중이다. [자료 연합뉴스]
한국GM이 파업을 넘어 자사 수입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검토했으나 철회했다. [자료 연합뉴스]

◆ 회사 상황 고려 않는 노조에 쏟아지는 비판... "회사 망하길 바라는 노조가 만든 차를 어떻게 사나" 

앞서 한국GM 노조는 지난 20일 대형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을 국내서 생산하지 않고 수입해 판매하겠다는 결정을 비판하며, "자사 수입차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의 이같은 '자사 차량 불매운동'에 업계 안팎으로 강도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노조는 23일 "우리가 미쳤다고 우리 차 사지 말라고 (소비자에게) 말하겠느냐"며 불매운동을 철회했다. 

노조는 강하게 맞받아쳤지만, 예상치 못한 여론의 뭇매에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론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 아이디 empt****는 "회사가 잘 되면 돈 내놓으라고 파업하고, 회사가 안 되면 왜 노동자 탓으로 돌리냐며 일감 내놓으라고 파업하고. 니들이 경영진이면 한국에서 공장 돌리고 싶겠냐?"라고 비판했다. 

또, 네이버 아이디 haga****는 "수입해서 들어오는 쉐보레는 사지 말고 너희들이 만든 차를 사라? 쉐보레 본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노조가 만든 차를 미쳤다고 사냐? 미국 본사가 망하면 노조는 정부한테 대책 세워 달라고 하겠지?"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비어 아이디 t_2n****는 "생산성을 올렸는데 월급 안 올려준다고 노조 활동하면 인정한다. 회사에 여유 자금이 쌓여 있는 것도 아니고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생산성 개선 없이 월급만 올라가길 바란다면 (···) 배 불려달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라고 비판했다. 

올해 4월30일 한국GM이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8년 한국GM은 6226억9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엔 8552억2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의 SUV 라인업. 왼쪽부터 소형SUV 트랙스, 중형SUV 이쿼녹스, 대형SUV 트래버스. 이 가운데 이쿼녹스와 트래버스는 미국서 생산된 차를 수입해 국내서 판매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입차'나 다름없다.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의 SUV 라인업. 왼쪽부터 소형SUV 트랙스, 중형SUV 이쿼녹스, 대형SUV 트래버스. 이쿼녹스와 트래버스는 미국서 생산된 차를 수입해 국내서 판매한다. 노조는 이를 두고 '한국 철수 계획의 일환'이라며 국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공장 재가동하라'는 半협박도 안 먹히는데..."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한국인으로서 GM이 더 많은 차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면 좋겠지만, 현재 GM은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 중"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국에 신차 2대를 생산하기로 배정한 점 등을 노조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5월 GM은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2021년 부평공장에서 준중형SUV(트레일 블레이저)를, 2022년 창원공장에서 CUV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GM이 작년 말 밝힌 ▲북미 공장 5곳 포함 글로벌 공장 7곳 폐쇄(군산공장 미 포함) ▲북미 1만4800명 감원 ▲5만4000여명 임금 평균 15% 감축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상반된 선택이다.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GM에 '공장 재가동 결정을 내리라'고 반협박을 해도 GM이 완강하게 나오는 때에 한국 생산 물량을 늘리라는 요구가 과연 합리적인지 묻고 싶다"며 "지금은 전 세계 있는 GM공장들끼리 '어느 공장이 더 효율적'인지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가 GM이 비록 군산공장을 폐쇄했지만,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고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 말 GM이 밝힌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장은 "군산공장 폐쇄도 결국 글로벌 GM의 미래 전략 차원이었다는 점이 다시 증명됐다"며 "GM의 선제적 조치를 벤치마킹할 것인지,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 한국 자동차 업계도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공장에서 직원들이 중형세단 말리부를 만들고 있다.
한국지엠 공장에서 직원들이 중형세단 말리부를 만들고 있다.

◆ 정치 지향 관계없이 노조에 비판적인 여론... "절 고용하세요, 연봉 3분의 2만 받을게요"라는 반응도

이처럼 최근에는 노조의 사측을 향한 어떤 행위도 업계 안팎에서 모두 설득력을 잃고 있다. 과거 정치 지향에 따라 노조의 파업 등에 대해 평가를 달리하던 모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노조가 자신이 속한 회사 사정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상황, 그리고 사회(대한민국)의 상황과 무관하게 파업 등을 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GM도 그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서 파업이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 파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관계자는 "노조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행동을 결정하는 건 꼭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노조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된 건 아무래도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임금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당연히 회사는 좀 더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하지만 이번 한국GM 노조나 현대차 노조 등이 임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젊은층의 채용을 위해 발벗고 나선 적이 있냐"고 비판했다. 

네이버 아이디 sksj****는 "쟤네(노조) 짜르고 절 고용하세요. 연봉 3분의 2만 받을게요"라고 적기도 했다. 한국GM의 1인당 연봉은 8000만원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기아차보다 적긴 하지만, 쌍용차와 르노삼성차에 비해 많다. 

최근 법인 등기를 완료한 '광주형 일자리'의 연봉도 3000만원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정부 지자체의 복지를 고려하더라도) 한국GM 직원들이 받는 8000만원 내외 연봉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반응이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오는 27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30일 향후 투쟁 전술을 정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교섭 예정이 없고, 사측이 심사숙고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는다면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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