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이란" 미국 발언에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 대두... 한국의 미국산 원유 의존도도 높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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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란" 미국 발언에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 대두... 한국의 미국산 원유 의존도도 높아지나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1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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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한 곳으로 '이란' 지목... 갈등 재점화
'중동 리스크'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 우려 
이에 '전 세계서 미국 원유의 영향력 커질 것' 전망 잇따라
일각에선 미국이 자국 원유의 시장 점유율 확대 위해 
'이란' 지목했다며 음모론 제기... 이란, 미국 주장에 "근거 없다" 반박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원유시설 2곳을 공격한 예멘 반군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목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한국이 사우디산을 비롯한 중동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도 등장했다. 

16일 연합뉴스와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원유시설 2곳은 이란으로부터 무인기 공격뿐 아니라 미사일 공격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충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당초 알려진 '드론 10대의 공격'보다 많은 드론 20대가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를 넘어, 이란의 향후 대응에 따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산 원유에 주로 의존하는 국내 정유업체들의 미국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중동산 원유 수급 난항에 미국산 원유 수출 인프라 가동되면,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 늘어날 가능성 'UP'

교보증권 김정현 애널리스트는 "미국산 원유의 시장 점유율 화대라는 목표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유일한 원인으로 해석해서는 안되지만 미국이 이란과의 정치적 타협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이 대양으로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일한 길이다. 

또, 김정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 원유를 구매할 수 있는 국가를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이란 원유 수입이 가능했던 초기 제재 면제 부여 국가들이 그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를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중동에서 주로 원유를 수급하는 국가들의 대체 공급처로 미국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를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중동에서 주로 원유를 수급하는 국가들의 대체 공급처로 미국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빚은 몇년 사이에 우리의 미국산 원유 의존도는 크게 늘었다. [자료 Petronet, 교보증권]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한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약속을 미국과 맺은 바 있다. 향후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를 점차 줄이겠다는 조건이었다. 

이후 한국은 미국산 원유 생산량 증가에 맞춰 미국산 원유 수입 규모를 2018년부터 크게 늘렸고, 지난 5월2일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이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과거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13.2%의 비중을 차지하던 이란산 원유는 자취를 감추게 됐고, 그 자리를 미국산 원유가 차지한 모양새다.  

만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화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은 사우디산 원유뿐 아니라 중동산 원유를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미국산 원유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미국산 원유의 시장 점유율은 증가하게 된다. 

이같은 전망은 이날 다른 곳에서도 등장했다. 

현대차증권의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아브카이브(공격받은 원유시설 중 1곳) 석유 처리 시설의 가동 차질이 장기화하면,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저유황 원유는 미국 증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이라며 "미국은 석유 수출 인프라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텍사스주와 뉴 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Permian) 대(大)분지에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뒤 가동 준비 중이다. 

그간 퍼미안 대분지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원유를 생산해 왔음에도, 운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파이프라인 건설 등으로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에 이란이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에 이란이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이 크게 늘린 원유 생산량을 판매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대 및 운송 인프라 구축 시점과 미국의 이란 제재 등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사우디는 누가 이 공격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지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며 이란에 대한 물리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예멘 반군 배후에 이란이 있다며, 이란을 지목한 상태다. 

현재, 사우디는 아람코 원유시설을 공격한 예멘 반군 외에 다른 곳을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 또한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에 이란의 역할이 있었다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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