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침묵 아닌 이젠 행동”…‘눕기’ ‘메시지’ 시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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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침묵 아닌 이젠 행동”…‘눕기’ ‘메시지’ 시위 잇따라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9.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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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UN 기후행동정상회담 앞두고 국내에서 관련 시위 이어져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평균기온은 오르고 있다. 반면 바다 얼음과 대륙 빙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사진=NASA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평균기온은 오르고 있다. 반면 바다 얼음과 대륙 빙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사진=NASA 기후변화]

오는 23일 뉴욕 UN 본부에서 기후행동정상회담이 열린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 지도자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침묵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15일 “기후위기에 모두가 죽어간다! 낡은 정치 중단하고 비상 선언하라!”며 광화문에서 관련 시위를 열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녹색당을 비롯한 시민 약 30명이 이른바 ‘Die-in(눕기)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열린 시위는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사전행동의 일환이었다. 기후 침묵을 지키는 정치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시민들에게 비상행동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시민들은 ‘미래세대의 피’를 뜻하는 빨간색 천 위에 드러누워 기후위기를 대가로 한 성장주의에 빠진 낡은 정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폭염, 홍수, 생물 다양성 감소, 멸종, 급속히 녹는 빙하, 숲 파괴, 해양 산성화, 난민, 전쟁, 정치 우경화 속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인류와 생물들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기후 정의 시위인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앞으로 서울 대학로와 전국 거점 도시에서 관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녹색당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기후행동에 나서라"며 '눕기 시위'를 진행했다.[사진=녹색당]
녹색당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기후행동에 나서라"며 '눕기 시위'를 진행했다.[사진=녹색당]

같은 날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서울 양재동에서 ‘메시지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이날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맞은편 대형 광고판에 현대·기아차 상대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생산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 메시지를 내걸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고속도로 상행선에 있는 대형 입간판에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현대차의 쏘나타 광고 포스터 위에 ‘내연기관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이는 그린피스가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내연기관차 퇴출 시위의 일환이다. 자동차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린피스 발표 자료를 보면 자동차 기업이 2018년 한해 판매한 차량이 내뿜게 될 온실가스는 유럽 연합이 2017년 한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훨씬 넘어섰다. 국내 1위 글로벌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이 내뿜게 될 온실가스는 4억1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폭스바겐, 르노닛산, 토요타, 제너럴 모터스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이다.

최은서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캠페이너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동차 업계가 늦어도 2028년까지 전기차 100%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 정부들이 갈수록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내연기관차를 버리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며 “국내 1위 완성차 업체 현대·기아차도 살아남으려면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중단 일정과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밝혀야 하며 이는 한국 자동차 전후방 연관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그린피스 ‘메시지 시위’를 두고 현대자동차는 그린피스를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대자동차 측의 신고를 받고 그린피스를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 중 수송 분야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분석 결과이다. 시민단체들이 관련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환기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한 시민은 이 같은 상황을 전해 들은 뒤 “현대자동차가 시민단체를 신고하기 이전에 앞으로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전기차 전략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설명하는 게 먼저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23일 UN 기후행동정상회담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눈길이 쏠린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하고 있다. 이번 UN 기후행동정상회담이 긴박한 기후변화에 대한 ‘또 다른 면책 행사’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15일 양재동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며 '메시지 시위'를 벌였다.[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지난 15일 양재동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며 '메시지 시위'를 벌였다.[사진=그린피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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