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트럼프의 핵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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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트럼프의 핵발언
  • 조원영
  • 승인 2016.04.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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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건               언론인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핵관련 발언이 점입가경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류 정치권과 언론들이 국제정치 역학관계의 무지를 드러낸 발언이라고 그를 비판하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 가볍게 보아 넘길 수만도 없게 됐습니다.

트럼프의 핵발언이 한반도를 축으로 서서히 단계를 높여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위스콘신 경선을 앞두고 밀워키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는 북한이 핵전쟁을 일으키더라도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짧은 시간 안에 북한을 없앨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미국의 개입 없이도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공격을 격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긴 해도, 외부의 공격이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개입한다는 한·미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남습니다.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의 안보무임승차론을 들고 나온 것은 작년 12월 공화당 경선 초기의 일입니다. 그의 안보무임승차론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로까지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한국이 1조원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하자 그것은 ‘푼돈’일 뿐이라며 전액을 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담금을 내지 못할 경우엔 미군은 철수하고 두 나라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한·일의 핵무장 논의로 번져가게 한 계기였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철거되면 한국과 일본이 자력방위 차원에서 핵무장을 할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차피 그리 되는 것 아니냐.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던 겁니다.

한국과 일본이 핵보유국가가 되면 위협이 되지 않겠냐고 하자 그는 “그래도 미국의 핵무기가 훨씬 강하지 않냐?”고 했습니다. 미국의 언론들은 그의 그 발언을 ‘천박한 위안’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언론들은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인식이 초등학교 5학년 수준만도 못하다고 혹평했습니다.

작년 12월 공화당 후보토론 때 사회자가 미국의 낡은 3대 핵무기 운반수단인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동문서답했었습니다. 그의 핵발언이 이어지면서 무지의 수준도 갈수록 올라가는 형국입니다.

그는 지난 3월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이슬람 테러단체 IS를 신속·명확하게 격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무기라도 써야 하지 않느냐면서 자신이라면 핵무기 카드를 테이블에서 버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막강한 힘을 어디다 쓰려고 아껴두고 있냐는 것입니다. 그의 핵무기 발언이 지극히 위험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한 의도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19조 달러라는 점을 앞세웁니다. 그는 자신이 재선할 것을 전제로 취임 후 8년 안에 이 빚을 다 갚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방비의 대폭적인 감축 외에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방과 동맹을 버리고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것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듯합니다. 빚더미 위에서 세계경찰의 역할을 한들 무슨 소용이냐는 것입니다.

그것이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핵 없는 세상’을 기치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해 지난 1일 마지막 4차 회의를 워싱턴에서 마쳤습니다.

지구상 핵무기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 양대 핵강국 중 러시아가 워싱턴 회의에 불참해 김이 빠졌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약속을 어기고 핵탄두를 늘렸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슬람권의 비공식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보유 핵무기를 배가시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핵보유국들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도 실험 없이 핵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핵강국들이 말하는 핵무기 감축은 외교적 수사일 뿐 실제로는 그대로이거나 더 강화됐다는 얘기입니다.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대 초에 개발된 기술입니다. 개발된 지 70년도 더 된 낡은 기술로, 기술의 개발 사이클로 보아 누구나가 쉽게 만들 수 있는 무기입니다. 사실 일본이나 한국은 핵무기 없는 핵보유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분야의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한·일의 핵개발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말하는 것도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근거가 상당합니다. 여기에 자신을 무식자라고 공격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격의 의미도 담았을 것입니다.

트럼프의 핵발언은 19세기 초 먼로대통령의 고립주의를 연상케 합니다. 먼로주의는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에 눈이 벌겄던 유럽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으나, 트럼프의 불간섭주의는 자국이익 위주의 좁은 관점이고, 반면 세계를 핵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하면 분명 세계는 매우 위험해질 것입니다. 핵무기로 청와대와 백악관을 공격하겠다는 북한처럼, 상대에게 핵공격을 하겠다며 으르렁대는 나라가 세계 도처에 생긴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죠. 무기는 속성상 소모되게 돼 있습니다. 핵무기가 많아지면 어딘가에서는 터지게 될 겁니다. 통제되지 않는 세력의 수중에 쥐어지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가장 갑갑해지는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 그중에서 특히 중국일 겁니다. 동북아시아의 두 나라가 핵무장을 하면 대만과 동서남아시아로 핵 도미노가 번져 중국은 핵보유국들로 포위될 것입니다.

핵무기가 세계의 많은 나라들로 확산될 경우 5대 핵보유국의 위상도 약화될 것입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그들도 나서게 될 것입니다. 북핵문제만 하더라도 원천 기술은 구 소련과 중국이 제공했음에도 두 나라는 미국의 곤경을 즐기면서 유엔의 대북한 제재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후보가 될 것인지, 되더라도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둘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어서 트럼프 식 처방의 현실화에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닐 듯합니다.

다만 트럼프의 위험하고도 무모한 핵발언이 핵강국들로 하여금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보다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극제가 되고, 북한과 같은 무모한 핵보유를 실효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협력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이 미국의 국가부채감축의 방편으로 나왔다는 점도 평가되었으면 합니다. 국가부채가 동맹보다, 전쟁위험보다 무섭다는 그의 생각은 ‘부채 대국’ 한국에서 더 절실하니까요. 5일 정부는 작년도 나라 빚이 1,284조원으로 한해 사이에 72조가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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