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54년 만에 첫 사실상 '마이너스'…한국경제 '디플레이션 위기' 직면
상태바
소비자물가, 54년 만에 첫 사실상 '마이너스'…한국경제 '디플레이션 위기' 직면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9.03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정책·국제유가 영향에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겹쳐...소비활성화 필요성 제기

"공급측 일시적 요인 크고 디플레 아냐" VS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 떨어진 거라 디플레이션 영향"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했다.

통계 집계 이후 54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물가라는 점에서 충격적 결과다. 

정부 당국은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 요인이라며 수요 둔화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첫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 물가상승률은 0.0%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 8월 104.81로 하락해 0.04%(0.038%) 떨어졌다는 것.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54년 만에 처음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 한합뉴스]
54년 만에 처음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 한합뉴스]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물가상승률이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계속 악화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와 교육복지 확대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물가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번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였고 상당히 악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가 떨어진 거라 디플레이션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