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만두시장 2차 대전 발발하나... 첫 총성은 '얇은 만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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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만두시장 2차 대전 발발하나... 첫 총성은 '얇은 만두피'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8.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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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얇은피 만두 앞세워 시장점유율 2위 점령
동원·해태도 신제품 내세워 참전... 1위 CJ는 '관망'
얇은 피 만두전쟁을 촉발시킨 풀무원 ‘얇은피꽉찬속’ 만두.
얇은 피 만두전쟁을 촉발시킨 풀무원 ‘얇은피꽉찬속’ 만두.

 

얇은 만두피로 인해 수년간 고착화됐던 냉동만두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이 움직임이 비비고 왕교자의 1위 점령 이후 두 번째 만두 대전 발발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차 만두 대전의 첫 총성은 지난 3월 풀무원으로부터 울렸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로 해태 고향만두의 오랜 집권을 끝낸 2010년대 중반 이후 수년간 냉동만두시장은 교자만두 중심으로 재편됐다.

냉동만두시장의 2~3위권 기존 강자들은 어느덧 절대강자가 된 비비고 왕교자에 대항하기 위해 고급화한 교자만두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트렌드에 따라갔다.

반면 냉동만두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던 풀무원은 교자만두보다는 보다 이색적이고 트렌디한 만두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면서 게릴라전을 펼쳤다. 일례로 중국 딤섬을 벤치마킹한 ‘육즙듬뿍만두’와 ‘새우듬뿍만두’, 부산 씨앗호떡을 벤치마킹한 ‘모짜렐라 호떡만두’, ‘달콤씨앗 호떡만두’, ‘사천식매콤 호떡만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취식 형태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교자만두는 가장 기본에 가까운 형태여서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만둣국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풀무원도 교자만두처럼 다양한 형태로 취식 가능한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올해 3월 ‘얇은피꽉찬속’ 만두 2종(고기만두, 김치만두)을 출시했다. 그리고 이것이 냉동만두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신의 한수’가 됐다.

만두피가 얇으면 만두소를 씹는 식감이 더 좋다는 것은 상식의 영역이다. 그러나 만두피의 찢어지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난제였다. 풀무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풀무원에 따르면, ‘얇은피꽉찬속’ 만두 개발에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제품의 핵심 컨셉인 얇은 피를 구현한 프로토타입 형태가 나올 때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피가 얇으면 쉽게 찢어져서 만두피 배합부터 새로 개발해야 했다. 과거 신제품들은 만두소 개발에 달렸다면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피부터 만두소까지 모두 새로 개발해야 했다.

풀무원 개발팀에서 우선 만두공장에 얇은 피 만두 컨셉을 들고 갔을 때 공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이렇게 얇은 피로 만든 사례가 없으며 현재 생산설비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면도 있었다. 피가 얇아지면 기계에 붙어버리고 제조 과정 중에 찢어지기 일쑤였다.

풀무원은 자사 기술원의 민용재 연구원과 함께 만두피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만두소가 보일 정도로 얇지만 잘 찢어지지는 않는 피가 필요했다. 기존 냉동만두의 피 두께는 1.5mm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만두소가 비치면서 만두피가 잘 찢어지지는 않는 단계를 찾아내기 위해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0.3mm 두께의 피부터 시작해 1.5mm까지 조금씩 두께를 높여가며 테스트해 0.7mm로 최종 결정됐다. 2018년 6월 약 1년 만에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0.7mm 만두피 개발 이후 생산설비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공장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피가 얇아 복사기에 종이 걸림 현상처럼 피가 기계에 붙어버려 쉽게 찢어졌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기까지 또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얇은 만두피 개발과 설비 개선에만 약 1년 6개월이 결렸고 지난 3월 말 얇은피꽉찬속만두 2종(고기만두, 김치만두)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풀무원이 얇은 만두피를 내세운 새로운 만두를 출시하자 곧바로 소비자가 화답했다. 얇은피 신제품 이전 풀무원은 시장점유율 11~12%로 4위에 머물렀으나, 4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7월 기준 17.6%까지 상승하면서 점유율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출처-닐슨). 이로써 수년간 유지됐던 CJ제일제당-해태-동원-풀무원 순의 냉동만두시장 점유율 순위는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0.65mm 초박피를 내세워 지난 20일 출시한 해태 고향만두 소담.
0.65mm 초박피를 내세워 지난 20일 출시한 해태 고향만두 소담.

 

풀무원의 약진을 기존 강자들이 두고 볼 리는 만무했다. 동원은 지난 7월 기존 만두피 두께를 20% 줄인 신제품을 내놓았고, 해태 역시 최근인 20일 0.65mm 얇은 만두피로 빚은 고향만두 소담 2종을 출시하며 가장 얇은 만두피 타이틀을 가져갔다. 시장점유율 40%대인 CJ제일제당을 제외한 2~4위 업체 모두가 얇은 피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여전히 냉동만두시장 절대 강자인 CJ제일제당은 현재까지는 얇은 피 대열에 합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왕교자의 만두피도 충분히 얇다고 생각하고, 만두피를 얇게 만드는 목적은 쫄깃한 식감을 위함인데, 쫄깃한 식감에서 비비고 왕교자가 앞서 있다고 본다”고 29일 밝혔다.

1위가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2~4위 업체끼리의 얇은 피 만두전쟁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1위를 교체하는 ‘2차 대전’이 될지 식음료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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