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왜 현대모비스에 갔을까...유턴 기업 고용·경제효과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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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왜 현대모비스에 갔을까...유턴 기업 고용·경제효과 분석해보니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8.29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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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턴 정책 벤치마킹해 유턴기업 확대 '사활'
- 현대모비스, 대기업 최초의 유턴 사례...중국에서 운영하던 부품공장 2곳 가동 중단 후 국내 이전
- "문제는 정부가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실행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유턴기업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투자가 몰리고 일자리가 늘어나자, 우리나라도 유턴 기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지금 국가 경제를 위해 국민과 기업이 뜻을 모으고 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목적의 무역보복이 일어나는 시기에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철호 울산시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참석해 관심을 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친환경차 핵심부품 울산공장은 총 부지 15만㎡(4.6만평) 규모로, 오는 2021년부터 연간 10만대에 해당하는 전기차 핵심부품을 양산하게 된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부품 공장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한다.

문 대통령은 왜 울산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찾았을까. 해답은 일자리, 즉 고용 때문으로 귀결된다. 

문 대통령이 찾은 현대모비스는 대기업 최초의 유턴 사례다. 중국에서 운영하던 부품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울산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5개의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기업들도 국내로 돌아온다. 대기업과 동반지출했던 중소 협력업체들이 동반 유턴한 셈이다. 

또 이날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발효된 첫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미래차 등 혁신산업 육성 의지와 더불어 자강 의지를 드러낸 '극일' 행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경제를 지키자는 의지와 자신감”이라고 말한 이유다.

국내 기업, 미국에 상반기 투자 몰려...기업하기 좋은 환경 영향

실제로 미국에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 시설을 새로 가동한 한국 대기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4곳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에서 에탄크래커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는 테네시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다. 한화큐셀의 조지아 태양광 공장과 CJ제일제당의 뉴저지 식품공장도 완공됐다.

신규 투자도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커머스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2025년까지 총 16억7000만달러가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증가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제조업 공장의 미국 복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한국과 정반대였다. 미국은 대규모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을 내걸고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내세워 기업의 투자를 걷어차는 한국과 비교된다.

또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주 52시간제 등 기업 입장에서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온갖 규제 등이 제조업체들의 탈(脫)한국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기업하기 힘든 여건...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탈한국 현상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기공식에 참석, 기공발파식 버튼을 누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결국 문 대통령이 나서 유턴기업 유치 세일즈에 나선 게 현대모비스 행사 참석이라고 볼 수 있다. 

유턴기업이란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유로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온 기업을 말한다.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시행해오고 있다.

유턴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코트라(KOTRA)에 의하면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61개사에 불과했다. 

유턴기업이 복귀 이전 진출 국가는 중국이 56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 3개사였다. 기업 규모는 중소기업 59곳, 중견기업 2곳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유턴하려는 기업도 고민이 많다. 국내의 고임금 부담,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외 공장 청산 및 양도의 어려움 등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조사결과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 가운데 해외사업장을 보유한 기업 150개사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해외 진출 기업의 96%는 여전히 유턴 계획이 없었다.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이유는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턴법 제정 이후 유턴기업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기준도 바꿨다. 국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생산량 기준 25%(기존 50%)만 축소해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또 그동안 제조업만 유턴기업이 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 지식서비스업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한다.

대기업에도 유턴 시 법인세 및 관세 감면...지자체, 입지·부지 제공

대기업 혜택도 늘렸다. 대기업이 지방으로 복귀하는 경우 중소·중견기업과 마찬가지로 입지·설비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기업도 앞으로는 중소·중견기업과 동일하게 해외사업장을 축소하는 경우 법인세·관세 감면 혜택을 준다.

외국인투자기업이 누려온 농어촌특별세 감면 혜택을 국내 복귀기업에도 적용했다. 초기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과 스마트 공장 신설자금은 정책금융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모듈카
현대모비스 친환경 모듈카

따라서 현대모비스는 유턴기업의 문턱을 낮춘 종합대책에 힘입어 해외 공장을 축소하고 국내로 복귀한 첫 대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울산 지역 인력을 우선 채용하는 등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현대모비스에 인센티브, 신설 투자에 따른 인허가, 인프라 구축 등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을까. 

현대모비스는 울산에 부품공장을 신설해 2021년부터 배터리 모듈 등 전기차 부품을 생산한다.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울산, 경북, 인천, 충남에 생산라인을 늘려 차세대 자동차 핵심 부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360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730여개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제조업 10%만 유턴해도 연간 2조 원의 투자...2023년 20만명 양성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조감도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조감도

정부는 울산 현대모비스 공장 신설 협약을 광주형 일자리와 구미형 일자리에 이은 또 하나의 상생협력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제조업 해외투자액의 10%만 국내로 돌아와도 연간 약 2조 원의 투자와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려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청와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술이 곧 경쟁력인 시대"라면서 "유턴 투자를 장려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4대 제조 강국 도약을 위해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과 규제혁신, 혁신 인재양성으로 유턴 투자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 내년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과 인공지능, 데이터, 5G 분야에 4조7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R&D 투자와 시장 창출 차원이다. 2023년까지 총 20만 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복안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큰 지식서비스업을 포함하는 등 유턴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문 대통령이 수소경제와 친환경차 육성을 향한 울산을 찾은 이유는 일자리 문제가 최악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문제는 정부가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실행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있다"면서 "현실을 보면 현 정권 들어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과거 정권 보다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기업인을 범죄가 취급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호소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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