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구호에 그친 금융당국...금융소비자보호법안 낮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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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 구호에 그친 금융당국...금융소비자보호법안 낮잠 중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8.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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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DLF 손실사태 발생...금융당국,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조직개편 무색
금융소비자보호법 9년채 국회 표류 중

 

근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소비자보호를 모든 업무의 우선에 두겠다며 금융당국이 개편한 조직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국회에서 제정을 추진중이지만 9년째 표류중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22일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최위원장은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소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사태(DLS·DLF)에 대처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원장도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금소법) 입법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함께 논의되다 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정부는 감독체계 개편 내용을 제외하고 법안을 수정해 올려둔 상태다.

그러나, 지금까지 총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중 9건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고, 정부안을 비롯해 5건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금소법 논의엔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를 강화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위법계약 해지,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제한, 징벌적 과징금 등이 포함되 있다.

그중 징벌적과징금 대상에는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금융소비자 재산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 구매권유 금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상품이 재산상황에 적정하지 않을시 고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위반등이다.

이와함께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모든 업무의 우선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두기로 하고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조직구조의 단점을 매트릭스 형태로 보완하는 등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각 권역별 감독·검사 부서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까지 감독과 감시를 확대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금소처')는 민원 분쟁 처리 등 신속한 피해구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전체 민원의 63.7%를 차지하는 보험 부문 감독·검사 부서를 금소처에 배치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소처 내 민원 부서에 현장 조사 기능을 부여해 민원 처리의 신속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별도 조직을 인원 증원과 함께 신설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전의 금융서비스국과 자본시장국 소속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들은 신설된 금융소비자국으로 이동했다.

금융소비자국은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를 총괄 및 조정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서비스정책과·서민금융과·가계금융과 등이 주요 부서로 떠올랐다.

그러나, 위와같은 금융당국의 노력들은 KIKO사태의 재탕격인 이번 DLS·DLF 손실 사태 발생으로 완전히 빛이 바래게 됐다. 금융정책과 건전성감독 등에 가려 정작 모두 업무의 우선이라던 금융소비자 보호 가치가 변화된 조직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우기,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출시를 앞두고 은행들 내부적으로도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통해 제대로 심의를 거친 곳이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다만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는 상품 출시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

은행들은 금융상품 출시 전에 실무자 선에서의 검토와 상품위원회·투자상품심의위원회 등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상품 심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별도로 열어 검토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DLS·DLF 손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가운데 금융위가 실시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모범규준 개정작업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우리은행(4012억원), KEB하나은행(3876억원) 등 은행이 비중이 압도적이다. 특히 고령 투자자의 비중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불완전판매 의혹이 짙어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금소법은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음에도 긴급 현안에 밀려왔다"며 "하지만 점차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이번 DLS·DLF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국회 정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 뒤 법안소위를 열 예정이다. 

한편, 지난 23일 키코 공대위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근 DLS·DLF 사태에 대해 키코(KIKO)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사기성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며, 관련 은행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금융감독원이 신종상품 인가시 검증을 철저히 하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상품 판매시 적합성의 원칙 등이 담겨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도 촉구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영업행위감독과 소비자보호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지만 소비자보호 업무는 2선에 불과하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촘촘한 법도 없고, 산업육성을 위해 사전규제와 사후제재도 느슨하게 만든 상황이 일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금융회사 직원들은 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위해 유리한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고 현재의 직원평가 시스템상 불완전 판매가 양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당국도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에 구멍뚫린 부분이 어디인지 철저한 자기진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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