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주 고형폐기물(SRF)발전소 비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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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주 고형폐기물(SRF)발전소 비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나주=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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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F, 환경저감 더 신경 쓰는데… 가동 못해 씁쓸
에너지 순환형 도시 계획한 나주 SRF, 이제는 천덕꾸러기
고형폐기물을 실은 트럭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소. [사진=서창완 기자]
고형폐기물을 실은 트럭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소. [사진=서창완 기자]

2㎞!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와 나주 혁신도시 사이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주민들 거부감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나주 SRF발전소를 찾았다. 혁신도시에서 멀지 않는 곳에 발전소는 우뚝 서 있었다. 16개 공공기관이 들어선 나주 혁신도시의 높은 건물에 올라서면 굴뚝 2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혁신도시에서 만난 공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만 돌려도 눈에 보이는 곳에서 폐기물을 태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나주SRF로 가는 길 곳곳에 ‘반대!’ 두 글자가 쓰인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나주SRF는 가동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여론에 막혀 멈춰 있다. 2017년 12월 준공되기 전 3개월 시험 가동한 게 전부다. SRF발전소 저장동에는 채 태우지 못한 흔적들만 고스란히 쌓였다.

◆저장동엔 시범운영 흔적만… 발전설비보다 큰 환경저감 장치=SRF발전소의 시작점은 연료로 쓰일 폐기물을 받는 저장동이다. 광주·전남의 전처리 시설에서 폐기물을 잘게 자르는 과정을 거친 SRF가 이곳에 모인다. 보통의 소각장들이 쓰레기 봉투째로 태우는 반면 이곳에서는 연료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 폐기물이 태워지는 셈이다. 지역난방공사 측은 순환 유동성 보일러 방식을 통해 폐기물을 거의 완벽히 연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저장동 내부. [사진=서창완 기자]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저장동 내부. [사진=서창완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 광주전남본부의 이용수 차장은 “푄을 돌려서 악취와 먼지를 빨아들인 다음에 보일러 내부로 보내서 태워버리는 방식으로 연료와 악취를 모두 태워버린다”고 설명했다.

고형폐기물은 컨베이어를 타고 보일러동으로 이동해 서지빈(surge bin)이라 불리는 저장고 3곳에 머물렀다가 보일러로 투입된다. 열을 만들어 내는 보일러는 바닥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위에 매달려 있다. 이는 자연 낙하를 통해 재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큰 재는 밑으로 빼고, 가벼운 것들은 연소가스처리동에서 포집해 폐처리한다.

원료가 SRF일뿐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의 기본 방식은 똑같다. 데운 물로 터빈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스팀은 다시 열로 교환해 지역 난방수를 데운다. 다만, 환경 저감 설비에는 다른 곳보다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쓰레기를 태운다는 점에서 오는 반감을 잘 알고 있어서다.

이 차장은 “SRF는 인식이 안 좋다 보니 법적 규제치보다 오염물질 배출을 훨씬 적게 하려는 노력을 해 환경저감 설비가 발전 설비보다 더 크다”며 “보일러에도 암모니아수를 투입해 질소산화물을 처리하는 장치가 있고, 중탄산나트륨을 투입해 황산화물이나 염화수소를 저감하는 등 많은 설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저장동과 보일러동을 이어주는 컨베이어. [사진=서창완 기자]
저장동과 보일러동을 이어주는 컨베이어. [사진=서창완 기자]

◇에너지 순환형 도시 기대주에서 천덕꾸러기로=애초 나주혁신도시가 내세운 모델은 에너지 순환형 도시다. 그 중심에 SRF발전소가 있다. 폐기물을 연료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주민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포화하는 쓰레기 매립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민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아 정책 차원에서 추진했다. 그렇게 건립 계획부터 준공까지 11년 넘는 시간이 걸려 나주SRF가 들어섰다. 환경부, 산업부, 전남, 목포, 순천, 나주, 구례, 화순, 신안에 광주까지 얽힌 프로젝트였다.

폐기물 정책과 미세먼지 대책 사이에서 정부가 중심을 못 잡고 방황하는 동안 SRF는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전국 곳곳의 SRF발전소가 착공도 전에 계획을 선회하고 있다. SRF는 오는 10월 1일부터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도 받을 수 없다.

혁신도시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가동 연료를 SRF에서 LNG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 방안대로 하자면 SRF 발전 투자비 1500억 가량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된다. 지역난방공사 측은 SRF발전소를 반대하는 나주와 전남이 이 매몰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는 한 연료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연료를 LNG로 바꾼다고 해서 주민과 지역난방공사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리라고 예상하기도 어렵다. 충남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주민 반대로 착공 전에 SRF에서 LNG로 연료를 전환했는데도 논란이 재점화한 상태다. LNG로 열병합발전소를 돌리려면 500MW 이상이어야 해 용량을 더 늘렸더니 오염물질이 더 많아졌다며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2017년 준공 전 시범운영 때 배출기준 자가측정 결과. [자료=한국지역난방공사]
2017년 준공 전 시범운영 때 배출기준 자가측정 결과. [자료=한국지역난방공사]

진종용 한국지역난방공사 고객지원부장은 “외국에서 에너지 생산 원료를 들여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LNG 의존도를 계속 높이는 것에 회의감이 있다”며 “폐기물 문제가 계속해서 구체화할 텐데, SRF를 폐기하는 방향으로만 가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건설과 운영을 맡은 지역난방공사는 ‘정책의 피해자’가 됐다. 에너지 순환형 도시를 만들 기대주로 시작한 나주SRF를 LNG로 바꿀 경우 연료를 가져오기 위해 지자체와 한 계약 불이행 책임도 져야 한다. 지역난방공사는 이 돈을 1년에 최소 180억원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나주열병합발전소 쓰레기연료 사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매주 화요일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정기집회를 열고 있다. 범대위 측은 "'쓰레기연료 침묵의 살인자'  '쓰레기 연료 OUT'"을 외치며 반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규호 지역난방공사 운영부 차장은 “SRF는 어려 오염의 개연성이 있어 약품 처리를 통한 중화와 백필터 설치 등 LNG보다 강화한 설비를 사용해 저감을 하고 있다”며 “기준치 이하로 나간다고 해도 주민들은 '무해하다고 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폐기물은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환경 저감 설비를 충분히 갖추고 폐열까지 활용할 수 있는 SRF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이상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준공 전 시운전에서 배출허용기준과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을 만족했는데 정상운영을 하면서 안정화하면 오염물질은 더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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