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에 부는 '비건 뷰티' 바람...'지속가능한 화장품'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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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에 부는 '비건 뷰티' 바람...'지속가능한 화장품' 부각
  • 박금재 기자
  • 승인 2019.08.2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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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 금지', 식물 추출 성분 넘어서 비건 화장품의 화두로 떠올라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 '보나쥬르' 약진...중국 수출 포기하며 미국·유럽 공략
동물실험을 당하고 있는 토끼. (사진=plantbasednews)

세계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에서도 '비건 화장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전세계의 채식주의자 수는 3억7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은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을 놓고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5년에는 20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화장품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이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만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식물 추출 성분'의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동물 실험 금지'가 비건 화장품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동물 실험은 동물의 피부와 눈을 자극하거나 치명적 물질을 강제로 먹이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동물 실험을 위해 많은 쥐, 토끼, 기니피그 등이 동물 실험에 희생됐다. 하지만 최근 동물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비윤리적 동물 실험을 멈추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에 표기된 문구다. 유럽연합(EU)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2009년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된 화장품 원료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2013년부터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수입도 금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미국 최초로 2018년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법을 통과시켜 2020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한국 또한 동물실험 금지를 위해 관련 법령을 마련했다. 2018년 공포한 화장품법 시행령을 통해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의 판매와 수입을 금지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동물대체시험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전 세계적 동물권 보호 운동과 제도적 개선이 맞물리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도 동물실험을 금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이미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대체법을 이용해 연구 중이다. 

한편, 비건 단체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보유한 '비건 인증'을 내세운 비건 뷰티 브랜드들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람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국내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론칭 2년 만에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인 L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80억 투자를 유치했다. 2018년 4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4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디어달리아 제품 연출컷.
디어달리아 제품 연출컷.

디어달리아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 규모의 동물권익단체 'PETA'에서 '크루얼티 프리' 인증을 받은 브랜드다. PETA는 그 인증 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다. 디어달리아는 최근 비건 뷰티를 알리기 위해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글로벌 비영리 비건 문화 협회인 '더 비건 소사이어티'에 1000원을 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비건 뷰티 브랜드 '보나쥬르'도 2016년에 매출 4억855만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8년 28억5551만원으로 고공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 들어 4억4846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보나쥬르 또한 디어달리아가 기부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더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정식으로 비건 인증을 받은 브랜드다.

보나쥬르 로고.
보나쥬르 로고.

한편, 한국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동물실험 관련 법령이 한국기업의 동물실험 완전 중단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수입 화장품에 위생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동물실험을 중단했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놓고서는 중국 현지 기관에 의해 검증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현지 실험 기관은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관련이 없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디어달리아와 보나쥬르는 중국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어달리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동물실험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제품을 앞으로도 수출하지 않을 것이다"며 "유럽, 미국 등의 비건 뷰티 시장도 이미 크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판로는 넓다"고 말했다.

보나쥬르 관계자 또한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지 않고도 미국 아마존에 입점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첫 번째 행동은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작가 겸 사상가 레오 톨스토이가 남긴 어록 가운데 한 마디다.

톨스토이가 얘기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의 현행법은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법을 위반해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뿐이다. 수천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화장품 기업에게는 솜방망이 처벌도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육식을 멈추는 것은 건강상의 이유나 선호의 문제로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는 일은 소비자와 기업, 정부 모두 희생할 필요가 없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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