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갑질 복마전' 빙산의 일각, JTBC 'DMZ' 무단 상업광고 촬영...국방부 무능 무책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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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갑질 복마전' 빙산의 일각, JTBC 'DMZ' 무단 상업광고 촬영...국방부 무능 무책임 드러나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8.2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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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최전방 국가안보 기밀지역서 무단 촬영 방치 등 방송 후에야 뒤늦게 조치
- JTBC, 방송사로서 '신뢰성 최악'...방송계 만연한 대행사 횡포 등 각성 및 변화 계기돼야
- 기아차, 광고주로서 대행사 자처한 JTBC에 다한 사전 관리 소홀 및 사후 조치 책임있어

JTBC가 창사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국방부 허가 없이 협찬사인 기아자동차의 광고를 비무장지대(DMZ)에서 무단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자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한 가운데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다. 

왜 광고대행사가 아닌 JTBC가 무리하게 기아차 광고를 DMZ에서 촬영했는지, 국방부는 재대로 관리를 못했는지, 기아차는 대행사 자처한 JTBC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등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JTBC는 하반기 방송 예정으로 북한의 DMZ인 판문점 내 판문각을 촬영해 남한과 북한의 시선으로 DMZ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해보자는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DMZ'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 창사 기획 다큐는 본편 방송에 앞서 지난 15일에 프롤로그가 전파를 탔다. JTBC가 무단 촬영한 광고는 극장에서 이미 방영됐고 각 방송사에도 전달돼 광고 시기를 조율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16일 SBS는 JTBC가 DMZ에서 무단으로 기아차 광고 촬영을 한 사실을 보도해 '황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JTBC는 국방부의 반대에도 합찬사인 기아차의 '모하비 더 마스터' 광고 촬영을 DMZ에서 강행했던 것. 

광고대행사 전락 후 국가안보 기밀 유출, JTBC의 '모럴 헤저드 심각'

이날 SBS는 “기아차는 JTBC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약 12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JTBC 측이 군 허락 없이 최고의 군사 보안 시설을 배경 삼아 상업용 광고를 만든 것”이라며 “국방부는 광고 장면 중 민통선 이북에서 찍은 주행 장면은 보안훈령 위반이며 특히 고성 GP(전초기지)를 비롯한 철책 장면은 군사시설보호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JTBC의 무단 광고 촬영 보도. (SBS 화면 캡쳐)

문제는 국내 방송 신뢰도 1위라는 JTBC가 어떻게 사실상 사기극이나 다름없는 일을 국가안보 최전방 DMZ에서 벌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JTBC는 광고대행사를 저처하며 DMZ 무단 촬영에 나선 배경에 속시원하게 답해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JTBC는 기아차에 제작 협찬 지원을 요청하면서 광고제작을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가 다큐를 제작하면서 외부에서 현찬비를 끌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다큐에서 협찬사나 제품 PPL이 강조되면 기획 자체 취지가 퇴색하게 된다. 예능이나 드라마 보다 다큐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JTBC가 창사 기획 다큐에 단순 제품 노출도 아닌 대기업 상업광고를 직접 제작해 주겠다고 광고대행사까지 나선 이유가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한 대행사 대표는 "방송사가 제작비는 적게 잡고 대행사에 무리한 협찬을 요구하는 '갑질'이 다반사"라면 "이번 JTBC 사건은 방송사의 고질병과 복마전이 조금 드러난 것으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발혔다.

국방부는 국가안보 보루로서 JTBC의 무단 촬영 관리 및 조치 '부실'

JTBC 창사 기획 다큐 소개 장면

국방부의 그간 대처도 문제다. 국가안보 시설에서 방송사가 일반 자동차를 반입해 오랜 기간 무단 촬영을 한 것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방송 후에야 뒤늦게 조치했던 것.

DMZ(demilitarized zone)은 휴전선(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2Km씩 구간이다. 민사행정이나 구제사업을 위해 군인이나 민간인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려면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기를 휴대할 수 없고 군사시설이나 군대 주둔도 정전협정 위반이다. 

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km에 이르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 있다. 민통선도 출입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마을 주민이 아니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을 정도다. 

JTBC는 방송사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DMZ에 허가를 받았고 자동차 반입은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DMZ은 출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에서 출입증이 나와야 한다. 사돈의 8촌까지 신원 검증을 거쳐야 할 정도다"며 "그런데 국방부는 JTBC가 무단 촬영해 상업광고가 극장에 나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 더욱이 최고보안시설인 DMZ의 GP가 촬영됐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국가안보에 있어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JTBC 무단 촬영 사건은 단순 헤프닝 차원이 아니라 1급 국가안보 시설에 대한 기밀 유출에 의한 국가안보 위협 문제이면서도 국방부의 무능 무책임의 극치라는 얘기다.

기아차, 피해자이라지만 '광고주로서 관리 소홀' 피할 수 없어

한편, 기아차는 "JTBC가 국방부로부터 광고 제작 허가를 받은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기아차는 피해자라고 하지만 문제는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는 협찬사로서 광고 대행사 역할을 한 JTBC에 대한 클라이언트 관리 책임이 있다. 기아차가 광고주가 되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의 모든 책임은 광고주에게 있다"면서 "만약 JTBC가 광고 대행을 약속했다면 기아차는 JTBC에 대해 약속 불이행은 물론 광고주를 속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광고대행사에 맡기면 될 자동차 광고 제작을 왜 JTBC에 줬는지 대답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이번 JTBC 다큐 제작 사건은 방송사에 만연한 '갑질'과 제작비 복마전 등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단순한 사건에 아닌 방송사 전반에 얽힌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가 자성하고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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